6년째 아버지 병실을 지키는 '태권소년'
발행일자 : 2006-03-22 00:00:00
새전북신문 = 소성일 기자


아버지 박씨 뺑소니 사고이후 상훈이 없이 밥도 못먹고, 소변기도 못비워

아버지 병간호를 하고 있는 박상훈 군(전북 순창 동계초교 5년).
12살 상훈이(초교 5년)의 집은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남원의 한 6인실 병실이다. 걷고 말을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상훈이는 줄곧 병원에서 밥을 먹고 병원에서 아버지 박창환씨(51)와 함께 잠을 잔다.매일 아침 상훈이는 아빠의 식사를 챙겨주고 나서야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달려간다. 순창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다. 남원에서 순창까지 버스요금은 1,050원.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를 가야 한다. 상훈이는 그렇게 매일 2,100원을 손에 꼭 쥐고 학교와 병원을 오가고 있었다.
상훈이가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기 시작한 것은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인 7살 때부터. 9살부터는 혼자 학교에서 병원을 오가며, 아버지의 병 시중을 들고 있다.
아버지 박씨는 지난 81년 뺑소니 교통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쳐 하루 걸러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잠시 건강이 호전됐을 때 낳은 어린 상훈이가 없으면 아버지 창환씨는 밥도 먹을 수도, 소변기를 비울 수도 없다. 그래서 상훈이는 한창 보호를 받아야 할 때부터 혼자 병원에서 학교를 오가며, 아빠의 팔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잠은 어떻게 자요?”라는 질문에 아이는 “아빠가 자는가 살펴보고, 아빠가 자면 저도 자요”라고 말했다.
상훈이의 담임 교사인 조주연씨(동계초)는 “수업 중에도 아버지가 애타는 목소리로 아이를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전화를 하곤 한다”며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됐지만 사정을 안 후에는 두말 없이 아이를 보내준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또 “이달 들어서만 절반 정도는 그렇게 학교를 빠져 수업 결손이 걱정된다”며 “하지만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상훈이는 성격이 쾌활하고 운동도 잘해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상훈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순창에 살고 있지만, 지난 4일 뜻하지 않은 불로 살던 집이 모두 불타버려 지금은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의 도움으로 지내고 있다.
상훈이의 할머니인 신달군(72)씨는 “우리 늙은이야 그렇다고 쳐도 저 어린 것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부잣집에 양자로 들여 밥이라도 배부르게 먹일까하는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상훈이게는 꿈이 있다. 태권도만 생각하면 즐겁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상훈이의 태권도 실력은 현재 2품.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가 되는 게 상훈이의 꿈이다. 컴퓨터게임이 재미없다는 상훈이는 병원에서 심심할 때마다 도복을 꺼내 입고 복도에서 혼자 품새 연습을 하곤 한다.
상훈이는 “문대성 선수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돈도 많이 벌어서 아빠 병을 낫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씨는 “어떤 때는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저 놈(상훈이)을 보면 내가 끝까지 뒷바라지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 잡아먹곤 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벌써 20여년째 투병생활을 하면서, 남은 재산이라곤 빚 밖에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상훈이네가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은 월 50여만원. 병원비 20만원과 생활비, 버스요금을 떼고 나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벅찬 실정이다.
빠듯한 살림살이지만 아버지 창환씨는 매달 8만원이나 하는 상훈이 태권도장비를 여태껏 한번도 거른 일이 없다. 아이의 꿈을 키워주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그나마 의지가 됐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도 불에 모두 타버려 병원을 나가면 그야말로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됐다. <도움주실 분: 농협, 515036-52-066211 예금주 박창환>
새전북신문 소성일 기자/ 노컷뉴스 제휴사
[본 기사는 새전북신문이 3월 20일 보도한 기사임을 밝힙니다. -무토미디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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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소년이 대단하네요.. 아버지도 어서 쾌유되고 우리 상훈이도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네요.... 상훈아 힘내라..
2006-03-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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