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99cm 괴물 샛별’ 엄시목, 세계태권도청소년선수권 정상… 우즈벡 함성 잠재웠다!
발행일자 : 2026-04-13 00:49:27
수정일자 : 2026-04-13 00:49:58
[한혜진 / press@mookas.com]

청소년 남자 헤비급 14년 만의 금메달… 한국 중량급 새 시대 열었다!

경기장을 뒤덮은 함성보다 더 강했던 건, 1미터 99센티미터 거대한 소년의 집중력이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지는 결승 무대 한복판에서 한성고 1학년 태권파이터 엄시목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엄시목은 12일(현지시간) 타슈켄트 마샬아츠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타슈켄트 2026 WT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첫날 남자 +78kg급 결승에서 개최국 우즈베키스탄의 알리셰르 팍을 2-0(14-5, 8-6)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경기는 예상보다 일찍 기울었다. 경기에 가장 중요한 1회전 초반부터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몸통 선취점으로 포문을 연 뒤, 상대 공격을 왼발 받아차기로 끊어내며 점수를 쌓았다. 돌려차기까지 연달아 성공시키며 단숨에 격차를 벌렸다. 주먹 공격을 허용하며 잠시 흐름이 흔들렸지만, 곧바로 근접 거리에서 점수를 추가하며 다시 달아났다. 후반에는 머리 공격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으며 14-5,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2회전은 시작부터 난타전이었다. 서로 물러서지 않는 공방 속에서도 엄시목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1분여 흐른 시점, 왼발 몸통 공격으로 선취점을 만들더니 연속 머리 공격을 성공시켜 점수 차를 벌렸다. 큰 점수차가 벌어진 여유 있는 상황 기급적인 5점짜리 뒤후려차기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8-6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승전은 사실상 원정 경기였다. 경기장 전체가 우즈베키스탄을 외쳤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목소리를 외치며 "엄시목, 코리아"를 외쳤으나, 홈 관중들의 응원에 묻혔다. 그러나 엄시목은 그 소리를 지워냈다.
199cm, 113kg. 압도적인 피지컬. 여기에 긴 다리를 활용한 거리 조절과 상대 타이밍을 끊는 감각적인 운영까지 더해졌다. 단순한 체격이 아니라, 완성형 중량급의 가능성을 증명한 무대였다.

스스로 “205cm까지 클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아직 성장 중인 선수다. 그만큼 이번 우승은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 남자 중량급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피지컬 열세’라는 숙제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카드가 등장했다는 신호다.
이 금메달은 단순한 개인 성과가 아니다. 한국 남자 태권도가 세계청소년선수권 헤비급에서 14년 만에 되찾은 정상이다. 2012년 샤름엘셰이크 대회 이후 끊겼던 금맥을 다시 이었다. 전자호구 도입 이후 체격 경쟁이 극단적으로 치열해진 중량급에서 만들어낸 결과라 더 값지다.
부산 반여초에서 태권도를 시작한 엄시목은 백중중 시절 소년체전 우승과 MVP를 휩쓸며 일찌감치 이름을 알렸다. 이어 바레인 청소년아시안게임, 쿠칭 아시아선수권까지 연이어 정상에 오르며 ‘무조건 될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모든 팀의 주목을 받은 엄시목은 전국적으로 스카웃 0순위 대상이 됐다. 고민 끝 부산을 떠나 서울로 선택했다. 태권도 명문 한성고로 유학을 택한 엄시목은 타지에서 강도 높은 훈련과 경쟁 속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는 동료·선배들과 합숙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그 과정이 결국 세계 정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승 직후 웜업장에서 만난 엄시목의 표정은 전혀 달랐다. 경기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모습과 달리, 밝고 환했다.
"이렇게 밝은데, 경기 중에는 왜 심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경기에서는 집중하려다 보니 저도 모르게 무표정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짧게 웃으며 덧붙였다.
엄시목은 “작년에 아시아 청소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그 목표를 이뤄 너무 기쁘다. 이번 대회를 위해 체중 감량과 체력 강화에 집중하며 많은 준비를 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서 우리 학교 자랑스러운 선배인 이대훈, 박태준 선배처럼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LA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대표팀 내에서는 이미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친화력이 좋고, 선후배 관계도 원만하다. 경기장 안에서는 냉정한 승부사, 밖에서는 아직 10대 소년의 얼굴이다.
이날 다른 체급에서도 경쟁은 치열했다. 여자 -59kg급에서는 한국의 이여진을 32강에서 꺾은 중국의 쿤웨 렌이 결승에서 전쟁의 포화를 피해 어렵게 이 대회에 출전한 이란의 피나르 로피자데를 2-0으로 제압하며 우승했다.
여자 -46kg급에서는 대만의 치에 링 왕이 러시아 엘리자베타 비스트로바를 압도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한편, 이날 결승전에 앞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타슈켄트 2026 WT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은 카운트다운 영상과 함께 태권도를 처음 시작하는 흰띠의 어린이가 도장을 처음 찾는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며 시작됐다. 이어 우즈베키스탄 내 태권도의 성장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며 현지 태권도의 역사와 확산을 조명했다.
이후 우즈베키스탄 전통 공연이 펼쳐지며 대회의 막을 올렸고, WT 기가 입장하면서 참가국 국기가 차례로 입장해 세계청소년선수권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식에는 WT 조정원 총재를 비롯해 양진방 부총재, 드리스 엘 힐라리 부총재, 파르두자 에구에 부총재, 다그마위트 기르마이 베르하네 IOC 위원 겸 집행위원, 서정강 사무총장과 집행위원, 국가협회장, 국기원 윤웅석 원장 등 태권도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개최국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아드함 이크라모프 체육부 장관, 오타벡 우마로프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오이벡 카시모프 사무총장, 셰르조드 타슈마토프 태권도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다채로운 퍼포먼스와 우즈벡 전통 요소를 접목한 WT 시범단 공연이 펼쳐지며 개막식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번 세계청소년선수권은 15세부터 17세까지의 각국 국가대표 선수가 참가하는 WT G4 등급 대회로, 청소년 부문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199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첫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15회째를 맞았으며, 이번 대회에는 115개국 98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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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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