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신청… 10년 만에 '9부 능선' 넘었다!

  

국가유산청, "도장 중심 공동체 수련문화' 등재 신청서 제출… 2016년 첫 도전 후 재수 끝 결실, 남북 공동등재 추진

 

지난 2019년 스위스 로잔 올림픽박물관에서 WT와 ITF 시범단이 태권도 올림픽 채택 25주년을 기념한 특별 합동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태권도가 '재수' 끝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향해 9부 능선을 넘었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3월 31일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Taekwondo: A Dojang-centered Korean Training Tradition)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위한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등재 신청은 '한국의 태권도장의 공동체 수련문화'를 주제로 담았다. 신청서에 의하면, 태권도는 도장을 중심으로 사범과 수련생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관계 속에서 함께 수련하며 형성되는 공동체적 유대를 바탕으로, 기술과 규범, 수련의 가치가 세대를 거쳐 전승되는 도장 공동체 수련 문화다.

 

또한 생활권 기반 수련 환경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수련생들이 태권도를 실천하며, 그중 일부가 사범으로 성장해 다음 세대를 지도하는 방식의 순환적 체계로 전승되고 있다고 기록했다.

 

태권도는 작년 말 공모를 거쳐 올해 1월 세계유산분과 및 무형유산분과 합동위원회 심의를 받아 공동등재 또는 확장등재를 위한 차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

유네스코 태권도 등재를 위한 추진계획 회의

태권도 외에도 여러 종목과 문화가 앞다퉈 우리나라를 대표해 유네스코 등재 후보로 나서려고 하는 만큼, 유네스코 본부 신청까지가 가장 험난한 과정이었다.

 

국가유산청은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남북이 처음으로 공동등재한 씨름에 이어 태권도의 두 번째 남북 공동등재를 희망하며, 태권도 관련 단체 및 유관부처, 유네스코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태권도의 등재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2026년 올해 주요 업무 계획 자료에서도 태권도를 남북 공동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태권도는 올해 12월 등재 심사 예정"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위한 절차에 올려둘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북한은 지난 2024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 태권도」(Taekwon-Do, traditional martial art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이미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재 심사 진행 중이다.

 

북한이 신청한 태권도 등재 여부는 올해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리는 제21차 위원회에서 나올 예정이다.

 

자칫 남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거쳐 북한으로 뒤늦게 보급된 태권도가 북한 단독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될 뻔한 아찔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이번 한국의 등재 신청으로 2018년 씨름과 같이 남북 공동등재의 길이 열렸다.

 

북한은 2017년 10월 조선시대 무예 교본 '무예도보통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단독 등재한 바 있다. 당시 남한에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같은 책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소장 기관들이 등재 신청을 하지 않아 북한이 단독으로 세계기록유산에 올렸다.

 

이번 태권도 역시 전 세계 태권도의 뿌리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사실은 전 세계가 아는 바이나 정부를 비롯해 유네스코 등재에는 특별한 적극적인 행동이 없었다. 자칫 무예도보통지 사태로 이어질 뻔했다. 뒤늦었지만 남북이 함께 추진하는 만큼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앞서 2016년 한 차례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정부에서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며 태권도진흥재단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태권도진흥재단은 태권도 유네스코 추진을 위해 2016년 6월 '전북 겨루기 태권도 보존회'를 창립했다. 당시 태권도를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시·도 문화재 지정이 선결돼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북특별자치도와 함께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노력한 결과, 그해 10월 14일 '전북 겨루기 태권도' 명칭으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5호 지정을 이끌어냈다. 태권도가 가진 문화재적 가치와 공동체적 전승 등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에서 '반려' 결정을 내렸고, 첫 도전은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20년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단장 최재춘)이 민간 차원에서 재도전에 나섰다. 최재춘 위원장은 6년간 민간 차원에서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주도해 왔다.

2022년 용인대에서 최재춘 위원장이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진행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 주도 노력에 힘입어 국기원은 2021년 '태권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위원회'를 출범하고 최재춘 위원장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렸다. 국기원은 3년여 동안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예산을 편성해 재정을 뒷받침하며 등재 추진에 본격 가세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태권도진흥재단(이사장 김중헌)과 국기원(원장 윤웅석), 대한태권도협회(회장 양진방) 등 태권도 유관단체와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이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협의체'를 구성했다. 무형유산 신청서 작성 협력과 국가유산청 요구자료 대응 등을 함께 하며 태권도 단체들이 하나가 됐다.

 

무형유산 신청 과정에서 전북특별자치도(도지사 김관영)는 인류무형유산 등재신청서 작성 용역을 수행했다. 유네스코 등재 기준에 부합하는 신청서 작성, 영상 제작, 자료 정리와 논리 구성 등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해 왔다.

 

민간 주도로 시작된 등재 추진은 지난해 정치권과 정부의 관심과 지원으로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급물살을 타며 마침내 이번 등재 신청까지 이르렀다.

 

마침내 2025년 12월 19일 태권도진흥재단과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전북 겨루기 태권도 보존회,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은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공모 신청서'를 국가유산청에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태권도 관련 일반정보와 지식·기술의 전승, 공동체에 미치는 사회적 기능과 문화적 의미, 무형유산의 지속가능한 발전 등을 담았다.

 

태권도의 등재 여부와 방향은 신청서를 제출한 뒤 추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씨름의 선례가 있는 만큼 국가유산청은 올해 12월 태권도를 남북이 함께 등재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씨름의 경우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공동 등재 방안을 논의했고, 남북 정부가 공동 등재 요청 서한을 제출한 바 있다.

 

상황에 따라 북한이 먼저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린 뒤 추후 대상을 확장하는 방법(확장 등재) 등도 검토될 수 있다.

최재춘 위원장이 지난 6년간 국내 태권도 관련 행사에 참석해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홍보와 함께 국내외 태권도인을 대상으로 챌린지 응원을 전개했다. 

만약 남북 공동 등재에 성공한다면 씨름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무형유산위원회는 2018년 아프리카 모리셔스 수도 포트루이스에서 열린 제13차 회의에서 남북이 각각 신청한 씨름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당시 위원회는 예정된 심사에 앞서 씨름의 공동 등재 안건을 상정한 뒤 24개 위원국 만장일치로 등재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이 결정이 "전례에 없던" 결정이라며 "평화와 화해를 위한(for peace and reconciliation)" 차원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태권도계는 이번 유네스코 등재가 씨름처럼 남북 관계 개선의 희망적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면 무예 분야에서 태권도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태권도의 세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문화외교 자산으로 태권도를 활용할 수 있으며, 태권도 축제 개발과 관광객 증가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무예 분야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목은 택견, 카자흐스탄 쿠레스, 한국 씨름, 터키 오일레슬링 등이 있다. 태권도가 등재되면 무예로서 입지가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태권도의 가시성 제고를 통한 무형유산의 이해 증진, 유네스코의 지원 기능, 국제적 차원에서의 정보 및 경험 교환, 무형문화유산 보전 관련 연구 및 전문가 지원, 보호를 위한 재정 및 기술 지원 등이 기대된다.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몽골 '나담축제'는 세계 10대 축제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크로아티아 '신스카알카 축제', 터키 '크르크프나르 오일레슬링 축제'도 등재 이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태권도계는 등재를 계기로 태권도 축제를 개발해 관광객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국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 등재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2024년)까지 총 23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는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이 등재에 도전하며, 2028년에는 '인삼문화: 자연과 가족(공동체)을 배려하고 감사하는 문화'가 평가받는다.

태권도 유네스코 신청서 제출까지 험난한 과정을 민간 주도로 앞장선 최재춘 위원장

최재춘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위원장은 "6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며 "2016년 첫 도전 후 고배를 마시고 2020년부터 민간에서 시작한 재도전이 정부와 태권도 단체들의 협력으로 마침내 유네스코 본부 등재 신청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정부의 전략적 결단과 외교적 역할이 마지막 퍼즐"이라며 "태권도가 남북 공동의 유산으로 등재된다면 한반도의 긴장 구도를 완화하는 상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또 "태권도는 단순한 무술이 아니라 전 세계 215개국에서 1억 명 이상이 수련하는 인류 보편의 문화"라며 "이번 등재를 통해 태권도가 지닌 평화와 화합의 정신이 세계로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ICH) 등재의 기대효과

 

▲무예 부분에서 태권도의 영향력 증대

무예 부분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 ICH)으로 등재된 종목 범위에는 택견, 카자흐스탄의 쿠레스(크라쉬), 캄보디아 보카토, 이집트 타흐팁, 이란의 팔레바니 줄카르네이, 한국 씨름, 크로아티아의 신스카알카, 터키의 오일레스링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 무예는 택견과 쿠레스(크라쉬) 정도다. 그렇기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ICH) 가운데 무예로써 태권도의 입지가 더 높아지는 계기로 기대된다.

 

▲태권도의 세계화에 기여

태권도가 유네스코 ICH에 등재되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기에 더 많은 국가에서 관심을 높이게 된다. 이를 발판 삼아 더욱 많은 세계인의 태권도 수련 참여가 기대된다.

 

▲문화외교 자산으로 태권도 활용

태권도가 유네스코 ICH에 등재되면 태권도의 국제적 위상과 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국제행사에서 태권도를 활용하는 사례의 증가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국제대회에서의 태권도 시범 등이 있다.

 

▲태권도 축제 개발과 관광객 증가

2010년 유네스코 ICH로 등재된 몽골의 '나담축제'는 세계 10대 축제롤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이때 함께 등재된 크로아티아의 '신스카알카 축제', 터키의 '크르크프나르 오일레슬링 축제' 기간에도 해당 축제에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태권도가 유네스코 ICH에 등재된다면 태권도 축제를 개발해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다.

 

■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ICH)으로서의 기대효과

 

▲국내·외적 가시성 제고를 통한 무형유산의 이해 증진

태권도가 스포츠뿐만 아니라 <무형유산>으로서 눈에 띌 정도로 그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태권도 보호를 위한 유네스코의 지원 기능

태권도가 유네스코 ICH에 등재되면 유네스코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여기서 지원이란 금전적 도움이 아닌 태권도에 유네스코(UNESCO) 명칭을 붙이고 국제 활동을 이어가는 위상의 격상에 관한 도움이다.

 

▲국제적 차원에서의 정보 및 경험 교환 가능

태권도는 유네스코 ICH 등재를 통해 국제사회에는 어떠한 공동체 문화가 있고 그 속에서 태권도는 어떠한 역할을 해왔으며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등, 태권도의 문화유산으로서의 정보가 국제사회 차원에서 공유된다.

 

▲무형문화유산 보전의 다양한 측면과 관련된 연구, 전문가 및 활동가 지원

유네스코 ICH 등재 이후로 태권도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며 국제사회 차원에서 문화유산 태권도 전문가, 활동가의 증가로 정부 차원에서 태권도에 더욱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다.

 

▲필요한 인력에 대한 훈련 및 규범 마련 지원

위 기대효과를 근거로 국제사회 차원에서 문화유산 태권도 연구가, 전문가, 활동가가 증가한다. 이후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교육과 지원 규범 마련이 기대된다.

 

▲보호를 위한 재정 및 기술 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 태권도 보호를 위한 예산 및 기술 지원이 기대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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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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