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첫 금메달 안겼는데… 예카테리나, 소속팀 없이 홀로 올림픽 준비!


  

금메달 이후 전남체육회 계약 종료… 밀라노 올림픽 두 달 앞 악전고투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바이애슬론 종목에 한국 최초로 여자 7.5km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안긴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 선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까지 두 달 남았다. 한국 바이애슬론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러시아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아바꾸모바(34, 마루커뮤니케이션)가 훈련 및 대회 출전을 위한 소속팀 없이 홀로 훈련하고 있다. 유력한 메달 후보가 국내서 방치된 셈이다. 

 

예카테리나는 지난 2월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바이애슬론 여자 7.5km 스프린트에서 한국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야말로 역사를 썼다. 하지만 영광 이후 당시 소속팀이던 전남체육회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금메달리스트가 됐지만 돌아갈 팀은 사라졌다. 

 

바이애슬론은 한국에서 전통적 불모지였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종목이다. 북유럽 국가 군인 훈련 프로그램에서 유래했다.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가 최강국이다. 북유럽과 중·동유럽이 강세를 보인다.

 

한국은 올림픽은 커녕 아시안게임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3년 아오모리 아시안게임 남자 계주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메달권은 요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상황이 바뀌었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특별귀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국제대회 성적 향상과 기존 선수들 기량 향상을 목표로 삼았다. 

 

2016년 러시아 출신 선수 4명이 특별귀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예카테리나 아바꾸모바, 티모페이 랍신, 안나 프롤리나, 알렉산더 스타로두베츠였다. 러시아는 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에서 독일·노르웨이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금메달(10개)을 획득한 강국이다. 소련 시절 포함하면 19개다.

 

귀화 선수 영입으로 한국 바이애슬론 역사가 다시 쓰였다. 예카테리나와 랍신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각각 여자 15km 개인, 남자 10km 스프린트 16위에 올랐다. 한국 바이애슬론 올림픽 최고 성적이었다.

 

예카테리나는 평창 이후 한국을 떠났다. 욕설과 수당 미지급 등 부당한 처우를 문화체육관광부에 탄원했다. 스페인과 접촉했다. 하지만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이 러시아 선수들의 잦은 국적 변경을 문제 삼아 3년간 대회 출전을 막겠다고 밝혔다. 2020년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복귀 후 예카테리나는 묵묵히 훈련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주목받지 못했다. 그렇게 9년을 버텼다. 그리고 2025년 2월 하얼빈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소속팀을 잃었다.

 

현재 예카테리나는 국내서 매니저먼트를 담당하는 소속사 마루커뮤니케이션의 지원을 받아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마루커뮤니케이션은 예카테리나와 후보팀 김승교(20, 마루커뮤니케이션) 두 선수를 후원하며 대회 출전과 해외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와 함께 마루커뮤이케이션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김승교 선수

두 선수는 함께 훈련 중이다. 하지만 마루커뮤니케이션은 에이전트 및 매니지먼트 역할을 하는 소속사일 뿐, 실질적 급여를 지급하는 소속팀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어려움에 닥쳐 있어 훈련까지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 실업팀의 체계적 지원과 인프라, 무엇보다 함께 훈련할 동료 선수들이 없다. 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하기엔 한계가 있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귀화 선수에 대한 '토사구팽'식 처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불모지인 설상 종목 발전을 위해 귀화를 추진했음에도 정작 선수가 성과를 내고 올림픽을 목전에 둔 중요한 시기에 보호막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애슬론 한 관계자는 "팀에서 방출된 후 올림픽 준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선수가 정작 가장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의 바이애슬론 역사를 새로 쓴 영웅이 정작 올림픽을 앞두고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는 예카테리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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