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머리 비디오 판독 없앤다… WT ‘룰 대개혁’

  

WT 23일 중국 우시 정기총회서 만장일치 통과… 내년부터 전면 적용, 2032 브리즈번 6체급 확대 추진

태권도 경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도입된 비디오판독이 잦은 요청으로 경기 흐름이 깨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머리 공격의 경우 비디오로는 강도를 확인할 수 없더 단순 터치만 하더라도 유효득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잦은 머리 기술에 대한 비디오판독 요청을 내년부터는 폐지됐다. 

2028 LA올림픽을 앞두고 태권도가 경기의 공정성과 현장성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규칙 개정에 나섰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orld Taekwondo, WT)이 경기의 공정성과 현실성을 강화하기 위한 경기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2028 LA올림픽을 대비한 이번 개정은 ‘심판 판정 투명성’, ‘득점 일관성’, ‘체급 다양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태권도의 경기 운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23일 중국 우시(Wuxi)에서 열린 WT 정기총회 오전 세션에서 ‘경기규칙 개정안’은 주요 의제로 상정되어 논의됐다.

 

WT 기술위원회 필립 부에도 위원장(Philippe Bouedo)이 단상에 올라 이번 경기규칙 개정 취지와 구체적인 개정 내용을 설명했고, 별다른 반대와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부에도 위원장은 “태권도는 기술적 완성도와 경기의 흐름이 함께 중요하다. 이번 개정은 이상보다 실전에서 작동 가능한 규칙으로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선수와 코치, 심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최대 이슈는 단연 비디오판독(영상판독, IVR) 중 머리 기술(헤드킥)에 대한 판독 요청 폐지다. 비디오판독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이 바로 머리 기술인데, 이를 폐지한 것이다.

 

WT는 2012 런던올림픽부터 심판 판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코치의 비디오판독 요청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후 경기의 흐름이 자주 끊기고 단순한 ‘터치성 머리 기술(헤드킥)’에도 판독 요청이 이어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개정으로 코치는 더 이상 머리 공격(헤드킥)에 대한 비디오판독 요청을 할 수 없다. 다만 주심이 명확한 타격이나 출혈, 충격 징후를 인지했을 때만 판독이 가능하다.

 

WT 스포츠국 김기삼 국장은 “머리 득점 비디오판독으로 경기시간이 지나치게 지연되고, 스치거나 단순 터치까지 요청하는 사례가 다수였다. 때문에 기술의 타격감이 사라진다는 현장의 비판이 많았다. 이제는 몸통과 마찬가지로 주심의 즉각적인 판단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오전, 중국 우시에서 열린 WT 정기총회 오전 세션에서 경기규칙 개정안에 대한 설명이 진행 중이다.

득점 체계도 단순하고 명확하게 정리됐다. 기존의 복잡한 가중치 방식은 사라지고, 1점(주먹 유효타), 2점(몸통 유효 발차기), 3점(머리 유효 발차기)의 기본 구조로 단순화됐다. 여기에 회전 동작이 포함되면 해당 점수는 두 배로 상승한다. 따라서 몸통 회전은 4점, 머리 회전은 6점이 인정된다.

 

김 국장은 “현재 1,2,3,4,5점 체계는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자주 찾지 않는 태권도인조차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논의 끝에 기술 표현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관중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경기로 만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또 하나의 변화는 ‘센싱글러브(Sensing Gloves)’의 도입이다. 일관성이 부족했던 주먹 득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전자호구(PSS)와 연동되는 센서가 내장된 글러브를 착용한다.

 

주먹의 충격 강도가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하며, 부심이 기술적으로 유효하다고 판정해야 점수가 인정된다. 다만 몸통과 머리와 달리 주먹 득점은 센싱글러브를 도입하더라도 ‘반자동 득점 시스템’을 적용한다. 센싱글러브가 상대 선수의 전자호구에 적정 강도 이상 가격해야 하고, 부심은 기술적으로 적정한 주먹 득점 여부를 판정해 모두 일치했을 때 유효득점으로 인정된다.

 

그동안 부심들이 직관적인 판단으로 점수를 부여해 경기마다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던 만큼, 이번 반자동 채점 도입은 공정성 확보의 핵심 변화로 꼽힌다.

 

이와 함께 심판 체계도 효율화된다. 기존 4~5심제(주심, 부심 2~3명, 영상판독관)는 ‘센싱글러브’와 반자동 판정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3심제(주심, 부심, 영상판독관)로 전환된다.

 

부심의 역할은 주먹 기술과 회전 기술의 기술 판정에 집중되며, 기존처럼 복수의 부심이 동시에 버튼을 누르는 방식에서 발생하던 지연이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인 부심 중심의 책임 판정 시스템으로 바뀐다.

 

WT는 “심판 수가 줄어들지만 각자의 역할과 책임은 훨씬 명확해진다. 이는 국제심판의 전문성을 높이고, 대회 조직위원회의 운영 부담도 줄이는 긍정적인 구조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은 하루아침에 나온 결과가 아니다. WT는 2024 파리올림픽 종료 직후 조정원 총재의 특별지시에 따라 ‘경기규칙개선위원회’를 구성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자 WT 집행위원인 미국 제이 워릭(Jay Warwick)을 위원장으로 지난해 춘천에서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이어왔다. 위원회는 이후 지난 5월 UAE 푸자이라에서 열린 WT 집행위원회(Executive Committee)에 개선안을 제출했다. 

 

보고서를 접수 받은 WT 기술위원회는 올해 열린 카자흐스탄 오픈, 독일 오픈, 러시아 오픈 등 총 세 차례 WT 승인 국제오픈대회에서 테스트를 거쳐 선수와 코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경기 중 기술점수를 제거했을 때 경기의 단조로움이 커졌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OBS(올림픽방송) 측에서도 “득점 체계가 너무 복잡해 시청자 이해도가 떨어진다. 점수체계를 직관적으로 개선해 주었으면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1·2·3점 플러스 회전 더블’ 단순화 체계가 최종 확정됐다고 전했다. 

 

비디오판독 머리 기술 폐지에 대한 반응은 현장에서도 엇갈렸다. 일부는 “명확한 충격이 아닌 단순 접촉으로 점수가 나오는 상황이 사라져 다행”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지만, 일부는 “일정 부분 판독권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판정 흐름이 자연스럽고 경기 템포가 살아났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새로운 경기규칙은 2026년 1월부터 WT가 주최·주관·승인하는 모든 국제대회에 일괄 적용된다. 첫 적용 무대는 US오픈 또는 푸자이라오픈이 될 가능성이 높다.

 

WT는 “대회 운영진과 심판들이 이미 시뮬레이션을 거쳤으며, 선수와 코치가 LA올림픽 전까지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WT는 이번 개정과 함께 2032 브리즈번 올림픽 체급 확대 계획도 병행 추진한다. 현재 올림픽은 메달 쿼터 제한으로 남녀 각 4체급(총 8체급)만 유지되고 있으나, WT는 남녀 각 6체급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안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등은 여전히 남녀 8체급으로 운영 중이며, WT는 내년 있을 브리즈번 올림픽 정식 종목 등록 제안 시기에 맞춰 이 안을 IOC에 선제적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WT는 “이번 개정은 단순히 경기규칙 조정이 아니라, 향후 체급 확대와 선수 보호, 경기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의 시작이다. 더불어 태권도 종목의 오랜 숙원인 메달수 확대도 있다”라고 개선 취지를 설명했다.

 

조정원 WT 총재는 “태권도는 기술, 정신,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진 종목이다. 이번 개정은 그 조화를 유지하면서 공정성과 속도, 그리고 관중 친화성을 모두 강화하기 위한 진화”라며 “이제 태권도는 더 단순하고, 더 명확하며, 더 역동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카스미디어 = 중국 우시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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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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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풍

    원래 1.2.3점 아니야? 그냥 회진동작 머리 1점만 바뀌어쎼

    2025-10-23 19:58:11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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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올림픽 메달수 남자 6개, 여자 6개로 확대안 적극 지지합니다. 유도와 레슬링은 올림픽에 걸린 메달수가 15개 이상인데 왜 태권도는 수많은 나라들이 하고 있고 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수십년 동안 초창기 정식종목일 때와 같이 8개로 고정돼 있는 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아울러 남녀혼성경기 또한 브리즈번 올림픽에 반드시 채택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13개의 메달이 걸린 올림픽 종목으로 거듭나도록 세계태권도연맹은 ioc와 교류, 설득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2025-10-23 16:45:5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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