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훈 패럴림픽 2연속 동메달… 부상투혼 할머니와 약속 지켜내!


  

2020 도쿄 패럴림픽 동메달에 이어 부상 이겨내고 2회 연속 동메달

주정훈이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후 김예선 감독과 함께 태극기를 펼쳐 보이며 자축하고 있다. (사진=세계태권도연맹)

한국 장애인 태권도 간판 주정훈이 2회 연속 패럴림픽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주정훈(SK에코플랜트, 30)은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종목 K44등급(한쪽 팔꿈치 아래 마비 및 절단 장애) 남자 80kg급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상을 안고 시작한데 이어 8강에서 골반에 심각 부상이 겹쳐 준결승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도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다리로 하는 종목인데, 왼 발등에 실금이 간 상태에 골반까지 다쳐 다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100번의 생각 중 99번은 포기할 정도로 의지가 꺾였다.

 

그러나 이번 패럴림픽 여정에 함께한 김예선 감독이 일으켜 세웠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아시아와 세계대학 무대 정상에 서 본 감독의 지난 경험으로 부상으로 나약해진 주정훈을 각성 시켰다. 사실상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는 패럴림픽 무대를 포기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인생에 마지막 기회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하며 무대 위로 일으켜 세웠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 메달 사냥에 나선 주정훈은 카자흐스탄 누를란 돔바예프 선수를 상대로 혼신을 다해 싸웠다. 5분 단 회전으로 치러지는 경기에서 초반 감점으로 실점한 이후 몸통 돌려차기를 3연속 성공시키며, 7대1로 완벽하게 제압하고 동메달을 결정지었다.

주정훈이 동메달 결정전에서 주특기인 돌려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세계태권도연맹)

경기 후 긴장이 풀린 주정훈은 부상 통증으로 결국 주저 앉았다. 시상식 무대에서도 함께 싸웠던 동료 선수들 부착으로 영광의 무대에 함께 설수 있었다.

 

도쿄에 이어 2연속 동메달을 획득한 주정훈은 감격의 순간 가장 먼저 2년 전 돌아기산 할머니를 가장 떠올렸다. 할머니 손에 자라던 주정훈이 유년시절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는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이때문에 평생 할머니는 손주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장애를 얻게 했다며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다.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시작하고,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엘리트 선수로 활동하던 주정훈은 고교 2학년때 선수생활을 접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이 부담되었다. 사춘기 시절이라 더욱 예민해 방황도 했다.

 

그러나 태권도가 도쿄 패럴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 주위 권유로 2017년 다시 태권도복을 입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탄탄한 기본기에 쾌활한 성격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 패럴림픽 태권도 간판선수로 자리했다.

 

꿈에 그리던 도쿄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 후 귀국해 가장 먼저 할머니가 있는 요양원을 찾았다. 오랜 세월 손주에게 죄책감으르 가진 할머니에게 아픔을 씻겨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할머니는 중증 치매로 손주 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주정훈의 도전 원동력이 되었던 할머니가 그해 겨울 돌아가셨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주정훈은 “할머니가 이 경기를 봤다면, (부상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수 있지만, 저는 멀쩡하고 할머니 손자는 지금 너무 잘 커서, 태권도로는 전세계 3등을 하고 있으니까 거기서는 손자 자랑 많이 하고 맛있는 거 많이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파리에 오기 전 할머지 묘소를 찾았다. 그때 할머니께 꼭 금메달과 함께 평소 좋아하셨던 소고기를 싸 오겠다고 약속했다. 귀국하면, 할머니 묘소에 소고기를 들고 찾아 뵐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정훈이 함께 입상한 선수들과 목에 건 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세계태권도연맹)

동메달 획득 소감에 대해서는 “부상 때문에 정말 자신 없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옆에서 멘탈을 잘 잡아 주신 덕에 잘 싸울 수 있었다. 도쿄 때 보다 더 메달을 따고 싶었다. 이번 메달은 제 메달 보다는 우리 같은 팀 지도자분들이 만들어 주신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지난 8년간 늘 1등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준비할 때도 항상 가장 높은 상태에 있는 상상을 많이 했다. 그 꿈(금메달)을 못 이뤘다”면서도 “동메달이라는 값진 메달을 따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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