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경험(2)
발행일자 : 2003-03-25 00:00:00
강준 공권유술 총관장


하루5~7시간을 수련하는 학교유도부는 정말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야했다. 특히 시합날짜가 잡히면 아침훈련과 밤훈련 그리고 합숙이 이루어졌다. 처음 유도부에 입부 했을 시기에는 더욱 부원들이 긴장해 있었는데 몇 주 후면 중학유도선수권대회 날짜가 잡혀 선배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는 것을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업어치기를 연습하는데.....
잉? 업어치기를 한 2시간 하니까.....손 만 대도 상대가 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2,3학년 선배들은 모두들 대련을 하고 있었고 나도 어서 그 틈바구니 안에서 수련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업어치기를 3시간 정도 했을 때, 그것이 너무나 지겨워서 바닥에 주저 앉아서 동료와 노닥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뭔가가 나의 머리를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2학년 주장이 몽둥이를 들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열심히 수련하지 않고 이놈들이 농땡일 치네.... 엎드려 뻗쳐!! 자식들아!!"
1학년 회원들은 모두 기합을 받았다.
"업어치기는 잘 할 수 있으니까.... 뭔가 다른 기술을 가르쳐 주세요!!"
간도 크지... 나의 입에선 이런 말이 생각지도 않게 불현듯 튀어나왔다.
선배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다가와 사정없이 빳다 두 대를 치고는 3학년주장에게 다가가 뭔가 속닥거리는 것이 아닌가? 이제 죽었다..... 나의 머리 속에 죽었다라는 말이 맴돌았다. 주장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매트위로 올라오라는 싸인이 떨어졌다.
학교의 유도장은 4각의 넓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수련장은 통로보다 무릎위정도 높게 만들어져 있었다.(7~80명이 동시에 수련해도 공간이 넉넉할 정도의 크기였으며 통로에도 유도매트가 깔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학년초보자는 통로에서 수련을 해야만 했고 수련장의 위는 청소할 때만 올라갈 수 있었는데... 그곳의 중앙에 선배님들에게 둘려 싸여 있다는 것이 긴장감을 더하게 했다.
"업어치기를 완성했다구? 2학년과 시합을 해봐라! 어떠한 기술이라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 한번이라도 상대의 무릎이상 닿게 되면 너의 승리다! 만약 지면 죽는다!!" 하늘같은 주장의 말씀이 떨어졌다.
사실 나도 웬만한 2학년유도부의 선배들과 시합을 한다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통로에서 수련하다가 단상의 수련장을 올려다보면 그들은 서로 상대를 넘기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지만 그들의 행동이 여간 우스운 것이 아니었다.
"저걸 못 넘기다니... 등신들....."
밭다리만 살짝 걸어도 넘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한 그들이 운동을 해봤자 1년뿐이 더했나? 나 또한 무술을 지금껏 해오지 않았는가? 하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던 것이었다.
2학년이 쭈~욱 늘어섰고 나와 대전할 상대가 결정되었는데.... 잉? 평소에 까불거리고 덤벙대며, 같은 학년끼리 바보 같다고 말을 듣는, 교실복도를 오가며 가끔 본적이 있는 선배였다. 더군다나 그는 키가 단신이고 몸이 마른 편이었다. 잡고 흔들기만 해도 비실거릴 것 같은 2학년....
"헤헤!! 힘으로 해도 넌..한방에 한판승이다.!"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렸다.
주장이 이상하게도시리... 2학년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업어치기만 해라!"
- ...? 이놈들 이게 무슨 뜻인가? 업어치기만 하라니......? -
"준비~~시작!"
가운데에서 인사를 하고 시작을 알리는 주장의 외침과 함께 잉? 이게 뭔가? 나의 몸은 순식간에 공중에 떠있었고 이윽고 바닥에 뉘어져 있었다. 뭐가 뭔지 알 길이 없었다. 그가 나에게 다가와 옷깃을 잡으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고 그 후에는 내가 바닥에 뉘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어? 잠깐만요.. 제가 준비가 안되었습니다!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발갛게 홍조띤 얼굴에 당황하는 나의 모습... 요청은 곧 받아들여졌다.
"시작!!"
쿵!소리와 함께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옷을 잡힌지 10초도 안된 상태였고 난 그가 업어치기로 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대비해 있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일이었다. 2학년선배들의 킬킬거리며 웃는 웃음소리가 끈이지 않았다. 눈에서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
"이것이 업어치기구나...."
그 날 원산폭격이란 것이 무엇인지? 또한 줄빠따가 무엇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후로부터 1학년은 6개월이 되어서야 수련장위로 올라갈 수 있었고 수련에 참석하여 본격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중학교의 1.2학년의 유도는 기초에 기본을 둔 훈련을 했다. 매치기는 업어치기나 밭다리 후리기 또는 허리 후리기와 같은 커다란 기술을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조잡하게 넘기어 효과나 유효이상 나오지 않는 기술은 감독과 코치님에게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검도도장에서 초보자에게 큰 머리치기를 중점적으로 연습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누가 검도장에 입문하면 찌르기를 먼저 지도하겠는가?
승부에서 이기는 것 이상으로 무술에서는 도(道)적인 측면이 자리잡은 것이었다. 또한 중학의 유도시합은 성인이 하는 시합과는 차이가 있었다. 굳히기에도 관절 꺾기는 반칙으로 규정되어있었고 학생으로써 매너없는 행동은 시합에서 즉각 제재를 받아 패배로 이어졌다.
그 사건의 이후로 나는 죽도록 업어치기를 연습하게 되었다. 모두들 업어치기는 기본으로 하루 수 천 번씩 반복 연습하지만, 나는 그들보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학년 말 쯤 되면 주장이 개인에게 특기를 지정해준다. 특기를 지정받으면 하루 수백번의 연습시합에서 그 기술을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하여 실전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함이다.(엘리트체육은 수련시간이 거의가 연습대련으로 이루어지며 로테이션 대련을 원칙으로 한다. 대련시간은 하루 3~~4간이상씩 하게 되는데 많은 체력을 소모하여 체력이 딸리는 사람은 금방 먹은 것을 토하고 만다)
나는 서슴없이 업어치기를 선택하여 허락을 받았다. 2학년말이 되면 특기를 추가로 한 개 더 개발하여 연습할 수 있었다. 그때도 나는 두팔 업어치기에서 한 팔 업어치기를 추가로 특기를 삼았다. -_-;;
3학년이 되었을 때는 업어치기를 귀신처럼 하게 되었는데......
안뒤축걸기나 모두걸기 등과 같은 다리기술로 연계되는 컴비네이션 업어치기 기법은 감독님으로 하여금 빠르다라는 감탄사를 받기도 했다.
나의 중학교 유도부에서 시작된 첫경험은 아직도 나의 뇌리에 분명히 남아있다. 지금은 입가에 미소를 짖게 하는 추억이고 풋내 나는 무술초년생의 사건이었지만 그때의 일로 인하여 나는 나의 인생에 많은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어린시절 무술에 입문하여 젊은 청소년기를 거치며 거의 대부분의 개인시간을 훈련에 할애하였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당구장이나 수영장 또는, 극장이나 햄버거집에서 하루를 보낼 때 나는 땀냄새 나는 도복을 입고 수련장에서 젊은 청춘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분명 첫경험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한 동기와 전환점이 된다.
당신의 첫경험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처음 도장에 들어섰을 때의 설레임, 처음 도복을 지급받았을 때의 감동,
그리고 처음 기술을 익혔을 때의 환희... 이런 첫경험의 느낌을 지금도 간직하고 계신지요....? ^^
* 필자의 저서 중 최강의 파이터(실전편)이라고 있습니다. 그것에는 던지기와 메치기의 원리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또한 업어치기의 원리가 수록되어있습니다. 사서 보시던가 말던가....
살 돈도 없고 서점갈 시간도 없으시다면....공권유술협회의 홈페이지(www.gongkwon.net)에 잠시 들리셔서 상단 메뉴의 <저서소개>의 <최강의 파이터2>를 클릭하시면 6번에 기본유술기(던지편)이 있습니다. 공짜니까 읽으시는 것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읽거나....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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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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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님 잘읽었어요.....첫경험이라..모두에겐 미숙하고 어리숙한것이 처음이란것이지요..
그래서 기억에도 오래가고 애착이 가장가는 엣향수가 바로 첫경험인듯싶네요^^
강준님 얼마전 tv에서 공권유술 지도하시는걸 보았는데 참 좋으신분같아요.......
이말이 기억나네요 대련시 공권유술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할수없다" ㅋ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2003-03-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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