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파 ‘기술의 진보’와 ‘부상의 위험’ 사이 매울 수 없는 간극
발행일자 : 2022-05-23 14:06:43
수정일자 : 2022-05-23 14:06:58
[권영기 / press@mookas.com]
날로 향상되는 격파 기술에 비례하듯 늘어나는 부상
최근 막을 내린 한체대총장기대회 격파대회는 이전 대회에서 속출한 부상 우려를 최소화 하기 위해 ‘부상 없는 대회’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발등 테이핑 허용, 전문 의료진 상주 및 무상 테이핑 지원(본브릿지), 미끄럽지 않은 매트 사용 등 기타 대회에 비해 안전에 신경을 썼다. 그래서인지 부상자가 타 대회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매트에 두께 및 성별, 나이에 따른 종목 분류의 적정성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무엇인가 바꾸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에 희망을 보았다. 그렇다면 안전시설과 종목 분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부상에서 자유로울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격파 대회에서 큰 부상의 위험이 있는 종목을 꼽자면 대부분이 장애물을 꼽을 것이다. 많게는 7~8m 높이에서 3~4바퀴 회전을 돌면서 착지한다. 심지어 바닥은 단단한 태권도 매트이다.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은 물론 전신 마비에 이르기까지 아찔한 부상 장면이 대회 때마다 당연한 듯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장애물 종목은 태권도 격파 기술 향상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기도 하다. 신기술은 대다수 장애물 부문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더욱 놀라운 건 무궁무진한 기술의 개발이다. 수년 전에만 하더라도 기술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던 것과는 전혀다른 모습이다.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거듭 발전 중이다. 그 발달 속도도 너무 빨라 장비와 채점 기준과 속도를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얼마 전 ‘아메리칸 갓 탤런트’에서 전 세계가 WT시범단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도 있었다.
이 부분에서 격파 종목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기술은 날로 발달하지만, 그에 따른 안전 장비와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회가 안전에 경각심을 가지고 시설과 규정에 대해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앞으로도 점점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대회가 아니라 ‘연습’에 있다.
각 팀의 연습 환경은 위험천만함의 연속이다. 보조자의 실수, 시연자의 체력 소진, 근육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고난도 기술 연습 등 아차 하는 순간 돌이킬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변변한 안전 장비도 마련되지 않은 연습장에서 매일매일 벌어지는 아찔한 상황이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안전불감증
격파팀들의 부상이 워낙 잦다 보니 선수들이나 지도진이 부상에 대한 심각성에 둔감한 면이 있다. 너도나도 인대손상을 입었고 그쯤 별거 아니라는 분위기이다. 십자인대 파열, 발목 인대 파열로 수술한 선수들을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다.
선수들의 이상한 자존심도 큰 부상을 야기한다. 격파는 착지 동작에서 부상이 잦아 착지 매트를 사용하곤 한다. 일부 선수는 “착지 매트를 사용하면 깔끔하지않다.” “보조자들이 매트를 움직이는 모습 때문에 발차기에 집중이 안된다.” 등 안전장치를 스스로 거부하기도 한다.
신체를 충분히 발달시키고 기술이 안정적인 선수들은 그나마 덜 위험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이상한 자존심으로 스스로 위험을 감수한다.
일부 지도자들 인식도 문제다. 몸과 실력이 준비되지 않은 선수에게 무리한 동작을 연습하게 한다. 부상이 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그리고 그 부상이 크지 않은 듯 대한다. 너도나도 다쳤다는 것이다. 다친 것을 팀에서 지원하지도 않는다.
일예로 엘리트 태권도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한 병원의 관계자에 따르면, 태권도 종목별 남자 엘리트 선수들의 중부상으로 수술 후 군면제 비율이 일반적인 예상과 다르다는데 놀라움을 주고 있다. 격투를 하는 겨루기는 가장 낮은 15%, 이어 품새가 25%, 격파 및 시범분야가 60% 등의 통계로 그 심각함을 방증하고 있다.
둘째. 안전장치
착지가 안전한 매트, 몸에 다는 와이어 등 선수들이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들을 설치하면 부상의 위험이 급감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큰 비용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국가 혹은 협회에서 안정장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이 개발되어 강제라도 위험을 억제시키는 부분도 고려해볼 법하다.
연습이 안전해지면 부상자수가 주는 것은 물론 기술의 향상에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되어 선수들의 안전과 스포츠로서 당당히 자리잡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무카스미디어 = 권영기 기자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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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기 | |
무카스미디어 기자. 태권도 경기인 출신, 태권도 사범, 태권도선수 지도, 킥복싱, 주짓수, 합기도 수련 무술인의 마음을 경험으로 이해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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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글 감사합니다.
격파의 위상이 높아짐과 더불어 안전을 위한 제도가 빨리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2022-05-24 14:24:3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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