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수련은 총체적 능력을 기르는 공부

  

태권도 수련은 총체적 능력을 기르는 공부 - 체육관에서 다시 도장(道場)으로


데카르트의 이원론에서 비롯된 서양의 분석적 과학주의는 인간의 모든 것을 분석하여 부분 부분의 기능으로 해석해 왔다. 정신의 영역과 신체의 영역을 분화하여 심화하고 인간 자체를 하나의 분석적 연구대상으로 만들어 왔던 것이다. 이런 사고는 체육을 말 그대로의 체육 즉, 신체교육(Physical Education)으로 만 인식하게 만들었다. 신체를 강하게 하고, 신체를 사용하는 기능을 익히게 하는 신체를 위한 교육이었던 것이다. 이런 체육에 대한 개념이 서양 스포츠의 발전을 주도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규칙 속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여 승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을 위하여 신체를 육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교육(Physical Education)의 개념은 점차 신체를 통한 교육(Education through the physical)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체육이 신체 자체의 강화뿐만 아니라 신체활동을 통해 인간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보다 총체적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조류는 체육에 대한 기본적 인식 자체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했고, 체육(Physical Education)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고 점차 보다 포괄적인 인간의 기능을 대변하는 용어들로 대체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인간 움직임 교육 ; Human movement education”“인간 움직임 과학 ; Human movement science”등과 같은 개념들이다.

또 다른 하나의 진보적 생각이 몸의 교육(Somatic Education)이다. 데카르트가 나누어놓은 신체와 정신중의 신체를 다루는 영역이 아니라 인간 자체 내에서의 신체와 정신이 통합된 몸이라는 차원에서의 보다 총체적 교육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런 개념들이 전통적 무도수련의 기본적 개념들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동양, 특히 조선은 몸의 교육을 중시하는 나라였다. 언행(言行)의 일치와 마음과 몸의 일치(心身合一), 수신(修身)의 강조 등은 몸의 자세를 중시하는 선비정신의 핵심이었다. 동방예의지국은 겉으로 드러나는 예절이 아니라 마음이 몸으로 드러나는 예의와 인사를 할 줄 아는 바른 인간들의 나라였던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무도 수련의 근본이었다. 무도의 수련은 동작과 몸의 조화를 호흡을 통해 이루어 가고, 나아가서 동작과 호흡과 의식의 일치를 추구해 나간다. 마음은 행동과 나뉘어져 있지 않고, 행동은 모두 바른 마음에서 연유하게 됨을 몸으로 체득해 가는 것이 바로 수련인 것이다. 이런 수련과정은 궁극적으로 인간 자체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지고 바른 도리를 깨닫게 하고, 바른 도리를 행하는 도(道)를 얻어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곳이 바로 도장(道場)인 것이다.

태권도는 우리의 민족정신을 이어가는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이다. 이런 문화를 이어가고 전달하고 계승해 나가는 터가 바로 도장이 되는 셈이다. 이곳은 단순한 태권의 기술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태권의 모든 움직임을 통하여 정신을 배우고 인간 자체의 모든 가능성을 배우는 곳이다. 따라서 도장은 단순한 신체활동과 놀이를 통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태권을 통한 인간 움직임 자체에서 승화되는 진정한 즐거움이 얻어지는 곳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체육관”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서양에서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신체의 교육만을 의미하는 체육관이라는 말을 몸의 수련을 강조하는 전통무도인 태권도의 수련장에다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도장”은 “체육관”보다 차원 높은 개념이며 이어가고 살려가야 할 문화의 일부인 것이다. 도장은 신체활동의 능력만을 기르는 곳이 아니라 태권의 움직임을 통하여, 몸의 가능성을 키워 나가고 의식과 신체의 합일을 추구하는 전인적인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하는 곳이다.

체육관은 분명 다시 도장이라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말뿐만 아니라 그 의미에서도… 그래야만 두 번 외면 당하지 않는다. 진정한 승리는 본질적 가치에 의해서만 얻어질 뿐이다.



용인대학교 류병관 교수
#류병관 #태권도수련 #총체적능력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