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애(愛) 빠진 태권도 전도사… 남아공 김기한 문화홍보관
발행일자 : 2016-10-29 23:42:33
<무카스미디어 = 남아공 프리토리아 | 한혜진 기자>
“태권도는 지속 발전 가능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한류 문화”
한국과 문화적으로 매우 다른 나라 ‘남부 아프리카’에 양복을 입고서 태권도 보급에 앞장선 매우 특별한 ‘태권도 한류 전도사’ 한 명이 있다.
주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대사관 김기한 문화홍보관이 그 주인공이다.
김기한 문화홍보관은 태권도인 보다 더 태권도에 빠져 한국의 문화를 현지에 보급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주변 레소토와 보츠와나, 스와질란드 등 주변국가까지 현지에 파견된 국기원 정부파견 태권도 사범들과 호흡을 맞춰 태권도 보급에 열정을 태웠다.
28일 자정.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 있는 프리토리아대학 체육관에는 밝은 빛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그 곳에 김기한 홍보관이 분주하다. 다음 날 주남아공대사배 태권도대회 준비 때문이다.
보통 현지 협회와 사범들이 대회 주관을 맡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대회는 김 홍보관이 조정현 사범과 상의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겼다. 뭐 부족함이 없는지 꼼꼼히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대회 포스터 부착부터 선수 아이디카드, 경기장 매트 배치, 대진표 추첨 등에 이르기까지 태권도협회 직원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가졌다.
남아공대사관에 문화홍보관으로 파견된 지 3년 차를 맞은 김 홍보관은 세 번째 남아공 대사배를 준비하고, 지방 대회까지 개최한 장본인이다. 보통 문화홍보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파견되지만, 김 홍보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해왔다.
문화홍보관인 그가 태권도에 흠뻑 빠진 이유는 태권도만한 한국문화를 대변할 대표적인 문화상품이 없다고 확신해서다.
그는 “태권도는 지속 발전 가능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한류 문화임이 틀림없다”면서 “최근 뜨는 K팝과 K드라마가 뜨는 기반을 태권도가 마련했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한 것은 태권도”라고 강조했다.
대사관에서 태권도를 통한 한국 문화홍보로 앞장서는 김기한 문화홍보관 덕에 현지에 파견된 태권도 사범들은 든든하다. 특히 한국 정부에서 파견된 남아공 조정현 사범과 보츠와나 이효주 사범, 레소토 이덕휘 사범(국기원 해외파견사범)은 김 홍보관의 각별한 지원으로 현지 활동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김 홍보관은 틈틈이 요하네스버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소웨토(Soweto)라는 흑인빈민지역을 찾는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이곳에 태권도클럽에 생겼기 때문이다. 현지 태권도 수련생을 격려하고, 도복과 보호대 등 물품 지원을 위해 방문한다.
짐바브웨 출신으로 이곳에 터를 잡고 흑인 빈민가 청소년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하는 필립 사범에게 도복을 전달했다. 마약과 폭력이 일상인 이곳은 치안이 매우 안 좋아 외부인 방문이 제한적이다. 현지 교민들 대다수는 이곳에 방문경험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종종 이곳을 찾는 김기한 홍보관은 “많이들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각별히 주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태권도를 수련하는 태권도인이다. 그 주변에는 태권도 가족이다. 눈을 보면 매우 선하다. 우리에게 해를 끼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 지역은 어려서부터 술과 담배, 심지어 마약과 임신에 중독되어 있다. 배우지 못했고, 할 게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 이들이 달라졌다. 태권도가 갖는 힘이다. 그런 태권도가 한국에서 시작했고, 우리 한국 사범님들께서 그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 문화홍보관으로서 매우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태권도 예찬을 토했다.
김 홍보관은 기존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연합형 대사배대회를 각 국가별로 개최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시키고 있다. 지난달에 세 번째 레소토 대사배 대회를 치렀고, 다음 달에는 보츠와나 대사배대회를 처음으로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같이 대회를 늘리는 이유는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금전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아프리카 지역 특성상 거주지 바깥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는 사실상 어렵다. 보츠와나 이효주 사범은 이번 대회에 애초 37명의 선수단이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비용 문제로 선수단이 참가하지 못했다.
김기한 홍보관은 “남아공은 협회 시스템이 다른 나라와 달리 잘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사배대회가 큰 규모이다. 그마저도 형편이 어려워 참가를 못한다. 출전자도 제한하는 이유는 숙박을 못하기 때문에 하루에 경기를 끝내야 한다. 인원이 많고 적고 간에 대회를 지역 곳곳에 개최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지방에서 대회를 출전하지 못하는 수련생들을 위해 올해 콰줄루나탈주에 있는 더반이라는 도시에서 소규모 태권도 대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모든 준비를 대사관에서 했다. 앞으로 다른 지역에도 확대해 나아갈 계획이다.
홍보관의 적극적인 태권도 활동에 가장 고마워하는 대상자는 현지 활동 태권도 사범들이다.
조정현 사범은 “남아공에서 16년째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는데, 이 분만큼 태권도에 열정을 가진 외교관은 못 봤다. 태권도인보다 더 애정이 깊다. 그래서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벌써 걱정이다. 내년 2월이면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신다. 이분만큼 태권도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은 분이 오실지”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김기한 홍보관은 지난 2년 반 동안 문화홍보관으로 활동하면서 태권도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
그런 이유를 묻자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에게 외국인이 깍듯하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곳이 없다”면서 “이것은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정말 대단한 문화상품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태권도는 지속 발전 가능한 한류이다. 그래서 우리 홍보관 보다 정부파견 사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함께 하는 동안 힘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차 아프리카를 대표할 재목이 될 선수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절정기에 태권도를 포기할 때 참 마음이 아프다. 태권도 지도자들의 좌절감은 어떻겠느냐. 이를 지켜보는 내 마음도 편치 않은데,,,. 남은 기간, 태권도가 이들과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문화동반자가 되도록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무카스미디어 = 남아공 프리토리아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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