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호 박사 FISU 은퇴… 세계 태권도계 큰 족적 남겨

  

30년간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태권도 기술대표로 헌신


30년 FISU 은퇴 무대에 임하는 민경호 박사


미국 태권도 개척자면서 세계 대학 태권도계 대부로 30년 이상 헌신해 온 민경호 박사가 세계 태권도계에 큰 족적을 남기고 고국에서 동료, 후배, 제자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고 은퇴했다.

7일 저녁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본부 숙소인 광주 홀리데이인호텔에서 매우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2017 타이베이 유니버시아드대회부터 태권도를 영구종목으로 안착시킨 장본인 민경호(미국명 켄민, 80)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태권도 기술대표의 은퇴식이 열렸다.

민경호 박사는 1961년 현재 용인대의 전신인 대한유도대학을 졸업하고 196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69년부터는 세계 명문대인 UC버클리대학교 체육학과 교수에 임용돼 무도연구소(UCMAP) 소장에 부임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코리아 가라테’로 치부되었던 태권도를 세계화와 올림픽 정식종목 등에 채택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날 은퇴식은 UC버클리대학 후임자인 안창섭 박사(러셀 안)의 주관으로 WTF와 FISU, 미국대학태권도연맹, 한국대학태권도연맹, 광주광역시태권도협회, UC버클리대학 무도연구소와 방문교수 동문회 등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고국에서 FISU 태권도 기술대표 30년의 봉사직을 마치는 자리에 끌로드 루이 갈리앙 FISU 회장 부부와 WTF 조정원 총재, 이대순 명예 부총재, 태권도진흥재단 김성태 이사장 등 국제 스포츠계와 태권도계, 학계 등에서 150여명이 자리했다.

은퇴식 중 상영된 민경호 박사의 지난 30년 대학 태권도 보급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본 축하객들은 감격해 했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태권도계 후배와 제자 등이 그의 지난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노고에 경의를 표했다.

이번 은퇴식을 주관한 안창섭 교수(UC버클리)는 “민 교수님께서 지난 30년 전에 대학 태권도 발전을 위해 UC버클리에서 제1회 세계대학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FISU로부터 인정을 받아 대학 올림픽인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라는 멀티게임에 영구종목의 거대한 업적을 이루셨다. 그간의 노고와 업적을 많은 분들에게 알리기 위해 조촐하지만 은퇴식을 마련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태권도, 2017 타이베이 유니버시아드대회부터 영구종목 지정


WTF 조정원 총재가 민경호 박사의 태권도 세계화의 큰 업적을 기리는 공로패를 전달했다.


태권도 세계화를 위해 여러 큰 족적을 남겼지만, 그 중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로 대학 태권도를 빼놓을 수 없다.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WTF) 창설 멤버로 참여한 그는 대학분과 위원장을 맡아 태권도를 세계 대학에 보급하는데 앞장섰다. 1983년 국민대에서 WTF 주최로 첫 세계대학선수권대회를 개최했다. 이를 계기로 1986년 FISU에 태권도를 정식 단체로 승인을 받아 그해 UC버클리대학교에서 제1회 세계대학태권도선수권대회를 창설했다.

태권도는 세계 대학생들의 올림픽인 ‘유니버시아드대회’에 2013 대구 대회를 계기로 선택종목에 선정됐다. 2년마다 열리는 유니버시아드대회에 2013 러시아 카잔을 제외하고 이번까지 여섯 번을 선택종목으로 치렀다. 2009년 FISU 집행위원회의에서는 2017 타이베이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부터 영구종목에 선정되는게 큰 공을 세웠다.

회를 거듭할 수록 권위는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태권도는 겨루기 남녀 16체급, 품새 5부문, 겨루기 단체 2부문 등으로 금메달 수만 무려 23개다. 이는 육상, 수영, 사격 다음으로 네 번째로 금메달 수가 많다. 참가 선수단도 700명으로 육상, 수영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다.

FISU는 가맹종목마다 해당 종목의 기술을 총괄하는 '기술대표'를 임명한다. 태권도는 오직 민경호 박사만을 그동안 신뢰해 왔다. 원로인 그에게 4년 임기의 기술대표를 계속 맡아줄 것을 요청해 7회째 역임했다. 중요 의사를 결정하는 28명의 집행위원이 있지만, FISU 내에서 민 박사는 태권도 기술대표 그 이상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날 은퇴식에 참석한 끌로드 루이 갈리앙 FISU 회장은 누구보다 민경호 박사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갈리앙 회장은 “지난 30년간 FISU의 발전에 헌신해온 민 박사의 은퇴가 너무도 아쉽다. 은퇴한다지만, 그는 계속 우리 FISU의 가족이다. 태권도가 FISU 내에서 네 번째로 많은 메달과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모두 민 박사의 노력 덕분이다”고 말했다.

WTF 조정원 총재는 “민 박사님은 태권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신 분이다. 태권도 세계화에 애를 써주셨고, 2009년에는 FISU에서 태권도를 정식종목으로 만드는데 크게 공헌했다. 그래서 2017 유니버시아드대회부터 태권도가 의무종목이 되어 FISU가 존재하는 한 계속 함께할 것이다. 뒤에서 애를 써 주신 민 박사님의 지난 30년 경륜을 축하하는 자리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체대 총장을 역임한 이승국 박사(현 북경체대 초빙교수)는 “팔십 평생 미국에 가서 태권도를 위해 민경호 박사님만큼 일하신 분도 없다. 태권도 전 세계에 크게 공헌 하셨다. 유니버시아드에 태권도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민 박사님의 헌신적인 봉사를 통해 결국 태권도가 유니버시아드대회 영구 종목으로 남게 되었다. 헌신적인 모습을 바로 우리 후배들이 배워야 한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고 경의를 표했다.

미국 태권도 개척자… 태권도 세계화에 일생 바쳐


민경호 박사가 지난 30년 간의 활동의 소회와 협력한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미국 태권도 1세대 개척자로서 1964년 미국태권도협회(USTC)를 창설해 초대회장과 2대 회장을 역임했다. 미국 내 태권도 보급을 주도함과 동시에 세계화의 초석을 다졌다. UC버클리 교수로 재직하면서 무도연구소장을 지난 35년 동안은 유도와 가라테에 밀렸던 태권도를 최고의 인기 과목과 생활 무예종목으로 자리 잡게 했다.

1974년에는 미국체육회(AAU)와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에 태권도를 가입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 창설, 1977년 팬암선수권대회 개최, 팬암태권도연맹 창립 등 태권도 세계화와 보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태권도 세계화를 위한 열정과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문화훈장국민장 3등급에 해당하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2008년에는 한국의 미래 신인류 국가 건설에 비전을 제시하는 700만 재외동포를 대표하는 40인에 태권도인으로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민경호 박사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한 주요 내빈들과의 기념촬영


민경호 박사는 30년 기술대표를 은퇴하는 소감에 “시작보다 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은퇴 무대이지만 대회는 이제 시작했다. 마지막 날까지 태권도가 다른 종목보다 모범적으로 잘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 소임은 모두 다 했다. 목표로 했던 유니버시아드대회에 태권도를 영구 종목으로 넣었다. 겨루기뿐만 아니라 품새와 단체전까지 종목으로 넣어 다양한 선수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동안 FISU뿐만 아니라 WTF 조정원 총재, 이대순 명예 부총재 등의 도움이 있어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후학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연구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UC버클리 무도연구소에서 준비한 민경호 박사의 지난 30년의 발자취 영상




[무카스미디어 = 광주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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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클

    고생하셨습니다. 민박사님

    2015-07-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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