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블라] 6천여 멕시칸을 마음을 움직인 ‘코리언 파워’
발행일자 : 2013-07-22 06:01:09
<무카스미디어 = 푸에블라 | 한혜진 기자>
현지 교민 박산울-박산영-박하영, 한국 선수단 응원에 앞장서
멕시코 푸에블라 컨벤션센터. 이곳은 올해로 21회째 맞이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곳. 오전을 제외한 오후와 저녁에는 연일 유료관중들로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태권도 열기가 높은 곳으로 유명한 곳이 멕시코라는 말을 실감했다.
대회 첫날 남자 -58kg급에서 우승을 차지한 차태문(나사렛대, 4학년)이 준결승에서 이 곳 멕시코대표팀의 다미안 빌라(Villa Damian)를 10대3으로 압승을 거뒀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이후 멕시코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서면 “우~~”를 외치며 반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회 엿새째인 21일. 주말을 맞이해 6천여 명의 멕시코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아 태권도 경기에 빠져들었다. 밀려드는 관중, 부족한 좌석 때문에 조직위원회는 기자들의 포토존 일부를 개방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 이대훈(용인대, 3학년)과 김소희(한국체대, 3학년)가 준결승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상황상 이대훈이 결승전에서 멕시코의 멘도자 아벨(Mendoza Abel)과 맞붙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니 관중들은 미리 이대훈의 승기를 제압할 의도로 반대 선수의 응원을 할 태세였다. 그런데 한국 교민의 패기가 빛이 났다. 여고생으로 보이는 교민 세명이 관중석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대~한~민국!”을 외치며 막대풍선을 가지고 있는 멕시칸의 응원을 유도했다.
두 세 차례는 그들만의 외로운 외침이었다. 그런데 네 번이 되고, 다섯 번이 넘으니 자연스레 관중석에서는 세명의 여성이 외치는 “대~한~민국”에 맞춰 막대풍선을 박자에 맞춰 소리 내었다. 그 전까지 반한 정서는 어디에도 없고 한국선수단을 향한 응원에 동참했다.
한국선수단도 자국선수들의 응원을 소리 내어 못하는 가운데 이들의 응원은 1대6000의 대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 결승에서 이대훈이 멘도자를 맞붙어 점수차승으로 이겼는데, 멕시코 관중들은 이전과 다르게 “꼬레아~ 꼬레아”를 외치며 응원을 하고, 야유도 없었다. 특히 자국팀 선수를 이긴 이대훈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한국선수단의 반한 정서를 바꾼 파워우먼들이 있는 관중석을 찾았다. 이들은 소싯적 부모님을 따라 멕시코에 정착해 살고 있는 박산울(26), 박산영(25), 박하영(19)양이다. 이름이 비슷해 관계를 물어보니 ‘사촌지간’. 이들은 대회기간 한국선수단 응원뿐만 아니라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으로 한국 스텝과 선수단의 현지 통역은 물론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박산영 양은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두 살 때 멕시코에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고국의 국기인 태권도가 이곳 멕시코까지 넘어와 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니 너무 감격스럽다.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래서 목이 터져라 응원할 수 밖에”라고 말했다.
박산울 양은 “현장에서 태권도대회를 볼 수 있어 너무 좋다. 태권도를 통하여 한국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향상하는데 많이 도움이 된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멕시코 사람들이 왜 태권도를 좋아하지 이제야 알았다. 여기에 있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막내인 박하영 양은 “멕시코 선수와 다른 나라 선수들은 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기뻐하는데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 아니면 매우 슬퍼 보인다”며 “우리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얻은 값진 결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기뻐했으면 하고, 한국 사람들도 함께 축하해주었으면 좋겠다”고 1등 지상주의 문화를 꼬집었다.
잠깐의 인터뷰를 마치고 등을 돌리자 이들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도 안 했는데 ‘대한민국’을 외치며 현지 멕시칸 관중들과 호흡하며 한국 알리기에 힘썼다. 이밖에도 여러 교민들도 경기장을 방문해 한국 선수단을 응원했다.
[무카스미디어 = 푸에블라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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