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문록] 현대 유도의 기원, 강도관을 다녀오다 (하)

  


잊지못할 경험

함용주(유도 수련생, 공무원)

여행 마지막 날. 조금 익숙해진 느낌으로 도장을 찾았습니다. 첫날과 달리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정좌를 하고 시작 시간을 기다릴 무렵, 운이 좋게도 백발이 성성한 노인 두 분께서 본을 시연하고 계신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다가가 상대를 부드럽게 메치는 모습을 눈앞에서 실제로 볼 수 있다니, 정말 가슴 뛰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저의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 그분들이 누구신지 물어보거나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분들을 포함한 십여 분 정도의 노인분들이 베네수엘라 감독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시는 모습에 혹시 일본 유도계의 원로들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보았습니다.

란도리(자유대련)가 시작되었을 무렵, 그 노인분 중 한 분이 제게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익히기를 받아주시며 ‘강꼬꾸?(한국?)’이라고 물어보시더니, 제가 대답하는 짧은 일본어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허벅다리걸기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일본어를 거의 할 줄 모릅니다’라고 말씀드리자 ‘아..’ 라고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바로 몸으로 가르쳐주셨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붕 떠서 도장바닥에 ‘쿵’하고 떨어졌습니다.

감사하다고 인사드리자 몇 번 더 익히게 해주신 뒤 가셨는데, 이어서 베네수엘라 감독님이 제 팔을 잡더니 그 팀의 맹인(盲人) 선수와 자유시합을 붙여 주셨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분에게 걸었던 모든 기술이 되치기로 돌아와 한판패로 이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앞이 보이지 않는 그분으로서는 먼저 기술을 걸기보다는 되치기를 위주로 연습을 하시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얼마나 연습하셨어요? 1년? 5년?’ 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멋쩍게 웃던 모습에 그동안 연습을 게을리 했던 제가 얼마나 부끄럽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그 분과 연습을 하며 수 없이 넘어지고 메쳐졌는데,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졌는지, 나이가 지긋한 분들부터 일반인 그리고 대학생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제게 함께 대련할 것을 요청해 주셨습니다.

그 후 운동이 끝나는 시간까지 정말 수 없이 메쳐지고 넘어졌는데, 조금만 쉬려고 하면 다른 분이 연습을 요청하고, 또 이어서 제의가 들어와서 잠시도 쉬지 못하고 운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강도관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양한 나라의, 또 다양한 실력의 유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던 소중한 경험이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에 뒤지지 않는 유도 강국(强國)으로서의 한국. 우리나라의 유도를 배우기 위해 전 세계 유도인들이 찾아오는 시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새로운 시설을 준비하는 것이 어렵다면 여의도 유도원 혹은 수많은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용인대학교에서 이런 단기(일일과정) 코스를 운영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멋진 운동 유도(柔道). 앞으로도 평생을 함께 할 운동으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글. 함용주 / 유도수련생 /yjham@yang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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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킬오닐

    잘읽었습니다^^ 저도 꼭 가보고 싶네여

    2014-06-0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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