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섭의 무술 돋보기] 동북아시아의 가장 오래된 운동법 - 4부

  

도인의 특징 1 - 동(動)의 단련


도인술의 원리는 움직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고, 움직이면 문제가 없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한다. 도인에서의 기(氣)가 ‘통한다, 통하지 않는다’의 기준은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거칠게는 사지를 움직이는 것부터, 섬세하게는 사지를 조합하여 신체 내부의 내장기관까지 움직이는 것을 훈련하게 된다. 만일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부위가 많다면 이는 내 자신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과 같아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흔히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 통하면 아프지 않고, 안 통하면 아프다.)’이라는 말은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게 된다면 통증이나 병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에서도 ‘통한다(通)’라는 것은 특정 부위가 ‘움직일 수 있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호추불두, 류수불부(戶樞不蠧, 流水不腐 - 문지도리는 좀이 슬지 않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라는 용어는 도인의 움직임에 대한 비유이다. 우리 몸의 각 부위와 내장, 골격에 혈액과 기운의 소통을 촉진하여, 스스로 모두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도인의 방식이다. 또한 움직임은 외형적인 동작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호흡에 의한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함한다. 도인의 훈련을 오래하는 과정에서 호흡의 방식을 터득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요가와 도인의 차이점은 여기에서 극명하게 나누어진다. 상대적으로 도인은 동(動)을 단련하는 과정이라면, 요가는 정(靜)을 단련하는 체계라고 말할 수 있다. 도인은 움직임을 주동으로, 정지를 부수적으로 단련하며, 요가는 이와는 반대이다. 이러한 차이는 수련 과정에서의 반응도 달라지고, 신체발달이나 기질적인 변화도 달라지게 되며, 목적하는 인간상도 상호 차이가 나게 된다.

움직임(動)은 인체의 기능적 측면과 연관이 많기에, 올바른 도인의 수련은 신체의 기능을 정상화 시키는 작용을 한다. 팔다리와 각 내장기관이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으면 병은 사라지게 된다. 도인에서 보는 병에 대한 관점은 ‘올바르게 동(動)하는 능력이 없으면 생기게 된다.’라는 것이다. 도인은 움직임을 올바른 규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다.

도인의 특징 2 - 신체의 조합작용


도인에서 특히 기를 이끄는 방법은 몸통과 팔다리를 결합시켜 작용되는 것이다. 이를 신체의 삼합(三合)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치 불빛과 물체와 흰 벽면이 합을 이루는 순간 그림자가 생겨나는 것과 같다. 기의 운행은 이 그림자처럼 생겨나게 된다. 불빛과 물체와 벽면의 세 요소 가운데 하나라도 없어진다면 그림자가 생겨나지 않는 것처럼, 동작에 있어서 삼합작용이 없으면 도기(導氣)는 불가능하다. 손과 몸통과 발을 특정한 상태로 합(合)이 되게 하면 이를 외삼합(外三合) 이라고 부른다. 인체 내의 특정 부위로 기운이 소통되게 된다. 도인이 신체 내부 장기와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원리가 여기에 있다.

진씨 태극권 도설 중 운동기기도

이런 작용을 옛사람들은 기가 통한다, 동(動)한다 등의 말로 표현했다. 도인술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면 인체에 대해서 섬세해진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거나 하는 동작도 도인술의 하나이지만 이것은 아직은 섬세하지 못하다. 혹은 허리가 아파서 반동을 주어 맨손체조식으로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여도 되지만 섬세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간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싶으면 손을 올리고 귀에 붙인다. 겨드랑이, 팔꿈치, 손가락을 쫙 펴면 갈비뼈가 드러나게 되는데 이런 다음에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어 갈비뼈를 때린다. 그냥 때리면 근육이 긴장해서 아프지만 오목하게 하고 공명을 주어 때리면 왠지 모르게 진동하는 것이 안으로 전달이 된다. 이런 것들이 반복이 되어 나중에 그냥 치려고 하면 치지 않아도 속에서 스스로 진동이 되어 울리게 된다.

도인을 행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각기 깊이가 달라지는 까닭은 각 동작의 삼합작용을 잘 이해하고 있느냐의 문제 때문이다. 각 동작의 삼합작용은 각 동작 고유의 운기효과를 포함하고 있기에, 각기 다른 효용을 나타내게 된다. 즉 동작마다 운기의 비밀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른바 도인에서의 비전(秘傳)이란 삼합작용의 전승여부이다. 삼합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기 힘든 오장육부를 조절할 수 있고, 나아가 심층의 의식까지도 조절하게 된다.

진영섭 밝은빛연구소 소장 약력

고려대학교 중국어문학과 졸업
대만대학교 중문연구소 석사과정 졸업
대만문화대학교 중문연구소 박사과정 수료경력
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편찬위원
전 사단법인 한국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
전 원광대학교 동서보완의학대학원 건강증진학과 겸임교수
현 밝은빛연구소 소장
현 대한우슈태극권연맹 실무 및 학술 상임이사
현 도서출판 밝은빛 대표 태극권 수련경력
웅위태극도인, 진소왕 노사 배사 입문 제자
양가, 진가 등 태극권 수련경력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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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아파

    짧아도 조으니 자주 올려주세요

    2010-08-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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