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파이터 김동현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띄운 편지
발행일자 : 2009-07-06 17:00:05
<글 = UFC 파이터 김동현>
[김동현레터-1]라스베이거스 훈련은 ‘순탄’, 시차적응 걱정은 ‘훨훨’
지난달 29일 김동현(27,부산팀매드)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했다. 오는 12일(한국시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이벤트센터에서 열리는 UFC100에서 T.J그랜트와의 경기에 앞서 현지 적응 훈련을 위해서다. 김동현 출국에 앞서 무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는 타격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수준급 타격코치의 지도 아래 많은 선수들과 스파링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면 걱정거리도 있었다. 김동현이 잠자리를 가리는 탓에 출국 전 시차적응에 대한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로부터 5일 뒤. 김동현이라스베이거스에서 한 통의 편지를 메일로 보내왔다. 편지는 기분 좋은 소식들로 가득했다. 예상했던 훈련의 질은 더 높아졌고, 불안은 말끔히 해결됐다는 내용이었다. 이하는 김동현이 보내온 편지 전문.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UFC파이터 김동현입니다.
날씨가 정말 더워졌습니다(여기만 그런가?). 다들 ‘물 조심, 음식 조심, 건강 조심’하십시오. 저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세 번째 시합이라 그런지 이제 이곳이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편안한 느낌마저 듭니다. 꼭 제2의 고향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입니다. 오는 동안 비행기에서도 정말 편안했습니다. 첫 비행 때는 몸이 꼬일 정도로 적응을 못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또 이번에는 대한항공을 탄 탓에 많은 영화도 골라봤습니다. 역시 항공서비스는 한국이 ‘짱’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또 양성훈 관장님과 (이)정원이가 함께해 더 들뜬 것도 사실입니다. 솔직히 관장님이 옆에 있으면 든든하고 편안하거든요.
오랜 비행 끝에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오후 4시 경 도착했는데, 뜨거운 열기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기 때문입니다. 공항을 나와 온도를 확인하니 40℃가 넘더라고요. 또 날씨가 건조한 탓에 기분 나쁜 뜨거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꼭 십 여 명의 사람들이 둘러싸고 입김을 부는 그런 느낌이랄까? 반면 실내에 들어가면 소름이 돋았습니다. 모든 건물이 실내에어컨을 워낙 빵빵하게 틀어놓거든요. 지구온난화는 라스베이거스 때문에 생긴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더군요(그냥 생각입니다^^). 온도차이가 너무 커서 감기를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준비는 완벽하고 컨디션은 최상
우리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다니면서 훈련스케줄부터 짰습니다. 공항까지 마중을 나온 앨런 조(매번 많은 것을 도와주는 정말 고마운 동생입니다) 때문에 스케줄은 금방 짤 수 있었습니다. 만약 앨런 조가 없었다면 라스베이거스 훈련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통역으로 같이 경기장에 입장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것 밖에 없습니다(흑흑..).
이번 훈련일정대로라면 저는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모든 도장에서 훈련을 해보게 됩니다. 현재 ‘팀파시’에서는 디아고 산체스 타격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이 코치님이 인맥이 넓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도장을 소개해 주셨어요. 먼저 간 곳은 라스베이거스 3대 주짓수 코치인 '로버트 드라이스데일 주짓수 도장'(포레스트 그리핀, 마틴 캠프만 등이 훈련)입니다. 전 여기에서 마틴 캠프만과 조이(어플릭션 선수라고 하더군요)와 스파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유명한 '탭아웃짐'(마이클 바이스핑, 필 바로니가 훈련)에서 필 바로니와 스파링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실바체육관', 내일은 '익스트림 커투어짐'에 가서 스파링을 할 예정입니다(편지를 보낸 것은 토요일). 이렇다보니 지난번 경기보다 더 완벽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됩니다. 사실 조심히 해봅니다. 혹시나…(ㅜㅜ).
현재 컨디션도 그 어느 때보다 최상입니다. 하루에 두 번의 운동시간에 한 번은 컨디셔닝과 타격을 같이하고 또 한 번은 스파링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일별로 주짓수와 레슬링도 익히고 있습니다. 훈련은 국내에서 몸을 잘 만들어온 탓에 금방 적응했습니다. 잠자리도 아주 편안합니다. 호텔은 UFC에서 추천해준 곳을 사용하는데 침대가 너무 푹신푹신해서 시차적응도 정말 빨리 했습니다. ‘흔들림이 없이 편안한 침대(Ace)’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렇습니다. 음식도 입에 잘 맞고, 이러다 정말 미국인이 되는건 아니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가장 걱정되는 것은 경기 도중 스스로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확실한 타격전을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체력이 떨어지면 항상 안전한 경기를 하려는 습관이 있습니다. 혹시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여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면 없던 힘도 생기지 않을까요? 말하고 보니 너무 가식적인 멘트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이렇게 훈련하는 도중 (추)성훈이형 생각이 났습니다. 성훈이형은 하와이를 거쳐 적응훈련을 하고 라스베이거스로 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바로 라스베이거스로 들어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지만 성훈이형이 여기 라스베이거스에 지인이 없으면 나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기회에 꼭 같이 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성훈이형 옆에 있으면 덕 좀 볼 거 같거든요(농담입니다).
훈련이 끝나고 무거운 눈꺼풀을 이끌고 정신없이 썼습니다. 이 편지가 보내주신 관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제 소식이나마 알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띄웠습니다. 항상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하고요. 이번 경기에서는 꼭 KO로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인의 매운맛(태양초? ^^)을 보여주고 돌아가겠습니다.
[정리 =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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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럭!
2009-07-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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