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순례]와호장룡 '진정으로 강한 건 부드러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손을 꼭 움켜쥐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지만, 그 손을 펴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는 무협영화, <와호장룡>에서 당대 최고의 고수 리무바이(주윤발)가 사랑하지만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었던 수련(양자경)에게 던진 말이다. 이 말에서 관객들은 리무바이(주윤발)의 인생관과 세계관, 무술관을 만난다.

<와호장룡>은 중국 청나라 말기 시절을 배경으로 한 서사 무협영화다.

<와호장룡>은 스승을 잃고 강호를 떠나려는 하는 당대 최고수 리무바이(주윤발),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자 동지인 수련(양자경), 끝없이 자유를 갈구하는 귀족 집안의 딸 용(장지이), 용을 사랑하는 마적 두목 호(장진), 이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인생과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한 폭의 그림 같은 액션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리무바이(주윤발)는 스승의 죽음 이후 강호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수련(양자경)에게 영웅만이 간직할 수 있는 보검인 청명검을 북경에 있는 페이러 어른에게 갖다주라고 부탁한다.

수련(양자경)은 청명검을 부탁대로 갖다주지만 청명검은 정략결혼을 해야할 처지에 놓여 자유를 갈구하고 있던 용(장지이)에게 도난당한다. 용(장지이)이 청명검을 가지고 도망갈 때 이를 쫓는 수련(양자경)과 벌이는 결투 장면은 이 영화의 모든 결투 장면이 그러하듯 예술 그 자체다.

북경에 왔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리무바이(주윤발)는 자신의 스승을 죽인 파란 여우를 찾아 복수의 결투를 벌이다가 용(장지이)과 결투를 벌이게 되고 용(장지이)이 자신의 문파인 무당파의 무당심결을 익혔음을 알게 된다. 그런 용(장지이)을 리무바이(주윤발)는 자신의 수제자로 받아들이려 하고 용(장지이)은 마음속에 리무바이(주윤발)에 대한 연정을 품게 된다.



용(장지이)은 결혼식 전날 밤 자신을 찾아온 옛 애인 호(장진)를 만나고 결혼식 날 홀연히 자유를 찾아 떠난다.

용(장지이)이 강호의 세계에 나선 이후의 내용은 독자 여러분이 직접 보시기 바란다.

용(장지이)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격렬하고 화려한 그리고 당돌한 검술은 리무바이(주윤발)가 보여주는 끝없이 참고 중용의 미덕을 지키는 절제된 검술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가볍다.

리무바이(주윤발)는 자신만이 가질 자격을 가진 청명검을 버리려 하나 용(장지이)은 그 청명검을 가지고자 한다. 그리고 리무바이(주윤발)를 사랑하는 수련(양자경)은 청명검을 제 주인인 리무바이(주윤발)에게 찾아주고자 한다.

여기서 청명검이란 바로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지고자 하는 모든 것이다. 사랑일 수도 있고 재물일 수도 있고 명예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리무바이(주윤발)의 말처럼 영원한 것이 아니다. 청명검을 얻어 강호의 최고수로 군림하고자 했던 용(장지이)이 리무바이(주윤발)가 죽은 후 죽음을 택한 것도 그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영화가 무협영화로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미덕은 여러 번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액션신을 예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보통 무협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액션신은 화려한 기술과 강력한 힘을 보여주기에 급급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관객들은 주인공들이 펼치는 결투를 보면서 화려한 기술과 강력한 힘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보다 결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마음을 볼 수 있고 동작 하나 하나에서 아름다운 감동을 경험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용(장지이)과 리무바이(주윤발)가 펼치는 대나무 숲에서 펼치는 결투장면은 그야말로 무협영화인 이 영화를 예술영화로 한 단계 격상시킨 명장면이다. 이 영화를 볼 때 이 장면은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이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상대에게 칼을 휘두르는 용(장지이),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지만 진정한 강호인으로 용(장지이)을 키워보고 싶어하는 리무바이(주윤발), 이 두 사람의 몸짓에서 관객들은 결투의 어떤 긴박감이나 통쾌한 액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꼭 주인공들의 몸짓 하나 하나에 배어 있는 그들의 마음 또는 정신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진정으로 강한 건 부드러움"이라고 말하는 리무바이(주윤발)의 말과 행동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진정한 무술과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호장룡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태권한국

    영화가 좋다고 해서 함 볼려고 비디오대여점에 갔더니 다른 사람들이 다 빌려가 버렸더군요.
    영화평만 읽어 봐도 흥분되네요...

    2001-01-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독자

    이 영화는 기자님이 쓰신대로 정말 예술영화였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느꼈는데요...
    어려운 영화를 보기 싫어하는 신세대들에게 꼭 보여주고픈
    영화였습니다.

    인생이란 정말이지 끊임없이 가지고자 하는 욕구와
    그 욕구를 채워갈수록 갈망하게 되는 자유를 얻고자 하는
    욕구 사이의 이율배반적인 투쟁이지요.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2001-01-0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