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명칼럼]겨루기의 구분
발행일자 : 2009-01-14 20:02:25
<무카스미디어 = 정대길 기자>

맞춰 겨루기와 응용 겨루기
겨루기라 함은 태권도 수련을 통해 익힌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응용하여 실제로 상대방과 대결하는 것이다. 그 특징은 상대방 신체의 직접 접촉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겨루기는 수련시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사전 약속된 상태에서 훈련하든지 혹은 급소 직전에서 정지하는 요령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겨루기 단원의 전통적 분류 형태는 두 갈래이다. 하나는 맞추어 겨루기이고 다른 하나는 응용 겨루기이다. 여기에 오늘날 경기겨루기라는 용어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응용겨루기에서 ‘응용’이라는 개념은 ‘맞추어’에 대비, 짝을 이루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무난할 듯하다. 응용 대신 ‘실전’이라고도 부르는데, 겨루기의 본질이 실전인데 굳이 실전 겨루기라고 칭해야 할 까닭은 없다.
맞춰(맞추어의 준말)겨루기는 다시 한번겨루기와 세 번 겨루기로 나뉘는 것이 전통적인 분류법이다. 맞춰겨루기는 두 수련자 간에 공방의 형식이 사전 정형화되어 있다. 품새에서 익힌 동작 즉 공방기술을 일정한 형식에 따라 숙달하는 것이 수련의 일차적 목적이다.
맞춰겨루기는 유급자 과정을 위한 학습단원이다. 유급자 과정의 숙련 단계를 거쳐 다음의 과정이 응용겨루기(이하 겨루기) 과정이다. 유급자란 급수에 따른 여러 색깔의 띠의 보유자를 일컫는다. 하지만 오늘날 국내 도장문화에서는 맞춰겨루기 학습이 거의 사장되고있는 것은 아닐까.
겨루기는 다시 연습겨루기와 시합겨루기로 나눌 수 있다. 일선 도장에서 이뤄지는 겨루기는 겨루기 기술 숙달을 목적 삼는 연습겨루기가 주를 이룰 것이며 시합겨루기는 경기겨루기로 통칭되고 있다. ‘시합’ 경기’ 두 개념의 정의는 동이(同異)에 있어 정도에 차이가 난다. 시합이란 재주를 겨루어 이기고 짐을 다루는 일(행위)을 이른다면, 경기는 일정한 규칙아래 기량과 기술을 겨루는 일, 특히 운동경기를 가리킨다.
겨루기라는 기술체계의 학습단원은 두 가지로 분류, 호칭하는 것이 좋다. 그 순서와 구분에서 하나는 맞춰겨루기고 둘은 겨루기다. 두 번째의 하부개념은 연습겨루기와 시합 또는 경기 겨루기다.
태권도는 직접 상대와 맞서 겨루는 1대1 대인 경기스포츠 형태로 진화됐다. 오늘날 겨루기 단원이 태권도를 대변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태권도선수권대회’ ‘올림픽태권도경기’ 등 타이틀이 그것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뒤늦게 좇는 품새의 경기화는 “품새선수권대회” “태권도 품새선수권대회”등에서 ‘품새’라는 단서가 따르고 있다.
태권도는 종합신체운동으로써 차원 높은 정신수련으로 인격을 도야하며 인간다운 길을 이끌기 위해 부단한 “자기와의 싸움”을 요구한다. 태권도는 신체의 반복훈련을 통해 호신적, 경기적 공방 기술을 습득하고 정신수양과 인격향상을 지향하는 실천적 닦음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손태진의 경기모습
태권도 수련 과정에서 명상은 정신훈련을 하는데 하나의 방편이다. 마음속에 있는 여러 가지 잡념을 없애고 정신을 하나로 통일시켜 무념무상의 경지에 몰입하도록 해 준다. 명상은 도(道)의 본질적 의미에 접근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되기도 하고 명상이 추구하는 것은 깨달음의 실천이다. “최후의 승리자는 자기를 이기는 자이다. 겨루기는 자기와의 싸움이고 즐거운 규율을 스스로 심는다는 것이며 철학적 바탕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이경명, 1994).
겨루기의 지도 이념이 전도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 봐야한다. 특히 일선 지도자는 품새와 겨루기 수련위주로 하는 것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맞춰겨루기에 대한 소홀로 인해 날로 태권도 기술의 단순화, 승품 단 심사 시 형식화 경향은 태권도 기술의 사장(死藏)을 재촉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겨루기에 대한 단계적 학습과정의 콘텐츠 개발도 요구된다. 맞춰겨루기 수련단원의 장점은 손과 발의 사용빈도의 조화로 호신술적 효과를 높여주고 있다. 수련 시간의 제약에 의한 폐단은 극복되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뒤 따라야 한다.
태권도 교본에서는 태권도 특유의 호신술을 찾을 수 있다. 맞춰겨루기는 공격보다는 우선은 방어기술과 이동시 동작의 균형, 공 방에서 한 치도 오차 없는 정확성, 특히 예의규범을 익히고 체득함으로써 자신감 배양, 기술을 통한 남을 배려하는 상생정신을 기르고자 함이다. 지나치게 전통에 얽매이기 보다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되, 전통을 지키며 개선 보완의 기술체계로 전이되는 것이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겨루기, 특히 맞춰겨루기와 호신술(몸막이)의 절묘한 접목에 의한 기술체계화 개발도 바람직하다. 시대적 반영은 기술의 전이를 함의하고 신기술 개발은 실용적이고 교육적인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하는 전제가 따른다. 현 국기원 태권도교본에도 관련 기술이 많이 다뤄져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도장(道場) 수련문화에서 정착, 전승으로 전통태권도의 기맥을 이어가야 ‘전통’이라는 호칭이 빛나게 될 것이다.
현 기본동작 14개, 품새에 나오는 전체 동작 537개 중 새로운 동작은 130여 개, 그리고 경기겨루기에서 사용빈도수가 높은 돌려차기 등 다섯 정도의 차기 류(流)의 동작이 태권도 기술의 현주소이다. 특히 품새와 겨루기의 괴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좁히고, 연계시킬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궁리와 해결이 모색되어야 하는 것이 문제다.
[담당자 = 정대길 기자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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