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산화와 소림 무술의 고난

[진영섭의 태극권 이야기 - 6] 달마역근경과 소림사 그리고 태극권 3편

소림의 무술은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을 도우면서 크게 이름을 떨치는데 소림사의 성쇠(盛衰)에 따라 부침을 함께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영향을 준 것이 둘이 있으니 하나는 회창멸법(會昌滅法)으로 소림 무술이 거의 소림사에서는 거의 실전된 지경에 이른 것이고 또 하나는 중국의 공산화와 이에 따른 문화대혁명에 의한 피해이다. 회창멸법으로 인한 피해가 비록 엄중하였으나 문화대혁명에 의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였다고 한다.

권을 수련 중인 소림 승려

회창멸법의 피해에서 소림무술을 복구에 앞장선 이는 각원(覺圓) 선사이다. 각원선사는 김용의 소설 신조협려(神雕俠侶)에서 장삼봉(張三丰)의 스승으로 나온 그 인물이다. 물론 실제 사실은 소설의 내용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사족으로 부언해 둔다.

일설에는 송(宋) 태조 조광윤(趙匡胤)이 무술을 좋아하여 적지 않은 무술을 창시하였으며 그의 권서(拳書)를 장경각에 보관하였다고 한다. 심지어는 조광윤을 소림무술의 창시자로 보는 설도 있다. “태조장권(太祖長拳)”은 조광윤이 창시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소림사에도 장권(長拳)이 있으니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는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림무술의 창시자로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말원초(金末元初) 즉 ‘금(金)나라 말기’ 달리 표현하자면 남송(南宋)의 말기와 원(元) 초기에 소림무술은 큰 폭의 발전을 하고 대폭적인 정리를 거쳐 전수(傳授)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 작업에 큰 공헌을 한 중심인물이 바로 각원선사이다.

각원선사는 원래는 속가제자였다가 나중에 출가하여 권술의 정리에 힘을 쏟아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 이를 흠모하여 배우고자 찾아오는 이가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각원선사는 자만하지 않고 더욱 정진하기 위하여 명사(明師)를 찾아 아예 잠적을 한다. 이 시기에 만난 사람이 소림무술의 명가인 백옥봉(白玉峰)과 이수(李叟)이다. 각원선사는 이 두 사람을 스승의 예로 극진히 모시었고 이에 감동한 두사람은 함께 소림사로 돌아와 함께 권술의 정리에 힘을 합하게 된다.

백옥봉은 기존의 소림권 중의 <나한십팔수(羅漢十八手)>를 개편하여 72수로 늘리고 나중에는 173수까지 증편하였으며 과거에 실전되다시피 한 권법을 총정리하고 화타(華佗)의 오금희를 본떠서 용(龍) 호(虎) 표(豹) 사(蛇) 학(鶴)의 소위 소림오권(少林五拳)을 창시하였다. 이수(李叟)는 특히 대홍권(大紅拳) 소홍권(小紅拳)과 곤법(棍法)에 특히 정통하였다고 한다. 이들 뒤에도 홍익(洪益) 일관(一貫) 징은(澄隱) 독장(獨杖) 등의 명인들이 나와서 소림무술의 중흥에 크게 이바지 하였다.

1949년에 중국대륙의 공산화는 전통 문화에 심원한 악영향을 끼쳤다. 소림사 역시 이 재난에서 비켜갈 수는 없었다. 모든 승려가 절에서 축출되어 불법(佛法)은 물론이고 무술 역시 대가 끊겼다고 한다. 여기에 더하여 1965년부터 시작되어 10년 정도 지속된 문화대혁명은 중국 무술에 돌이키기 어려운 회복불능의 상처를 남겼다.

1980년대에 등소평에 의해 무술, 특히 소림사와 그 무술이 복원되었지만 이때까지 생존해 있는 소림사 승려는 축출될 당시에 어렸던 사미승(沙彌僧) 몇 명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소림사와 소림무술이 또 다시 중흥의 기틀은 마련했다고 하지만 승려들에 의한 전승의 맥은 사실상 끊겼고 민간에 있던 소림 무술가에 의해 역수입된 것이 전부이다. 앞으로 소림 무술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달마역근경과 소림사 그리고 태극권 4편은 22일 연재됩니다)

[편집 =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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