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아버지는 기개 있는 큰 싸움꾼"

  




"아버지를 굳이 영웅이나 애국자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암울한 일제하에서 주먹 하나로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기개있는 한국인이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항상 약자 편에 서서 주먹을 쓰고 특히 일본인이나 그 앞잡이들을 응징했다는 점에서 요즘의 깡패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분이셨습니다."

이른바 낭만파 주먹시절의 전설, 시라소니(본명 이성순.1983년 작고)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재조명된다. 이 작업을 맡은 이는 그의 외아들인 고양시 성현교회 이의현(李義顯.43)목사다.

이를 위해 그는 그동안 30여명을 만나 증언을 듣고 사과상자 네개 분의 자료를 모았다고 한다.

李목사가 이 과정에서 얻은 결론은 시라소니=의협(義俠). 그동안 흥미 위주로 다뤄지는 바람에 아버지의 참모습이 많이 왜곡돼 있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 소설 형식을 빌어 전기도 펴내고 영화도 만들 참이다. 작가와 감독도 이미 선정을 마쳤다. 특히 영화는 중국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제작된다. 이와는 별도로 방송용 미니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중국 CCTV와 협의중이다.

또 시라소니 캐릭터를 개발, 컴퓨터 게임도 만들 생각이다. 인터넷 홈페이지(www.sirasoni.org)개설은 물론, 가칭 시사모(시라소니를 사랑하는 모임) 결성도 완성단계이다. 이 모든 작업을 자칭 시라소니 매니아인 인하대 장한식(張漢植.39)교수가 돕고 있다.

"사실 이 일은 아버지가 타계하시면서 부터 생각해온 겁니다. 큰 싸움꾼으로 비범하게 살아오셨지만 시쳇말로 패거리를 짓지않으신 채 홀로 활동하셨기 때문에 아직도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곧 중국과 북한에도 들어가 아버지 족적을 더듬으며 관련 증언이나 자료를 수집할 계획입니다."

李목사가 아버지의 정체(?)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 당시 왕년의 주먹세계를 주제로 인기를 끌던 성인만화 가운데 주먹황제 시라소니가 나오자 아버지가 화를 벌컥 내며 판권자인 柳모씨를 찾아 돌아다니면서였다.

이유인즉 주먹계의 한참 후배인 柳씨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자신을 흥밋거리로 삼아 팔아먹는 걸 그냥 놔둘 수 없다는 거였다.

시라소니는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더구나 61년 5.16 직후 깡패소탕으로 동대문사단의 이정재(李丁載) 일당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 독실한 신앙인(장로교)으로 변해 있던 그가 딸 다섯을 낳은뒤 얻은 아들에게 과거를 얘기할 리가 없었을 터.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며칠씩 집을 비우는 까닭을 전해들으면서 아버지가 그 유명한 동방불패의 주인공이란 사실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집디다."

李목사는 이때부터 아버지에 관한 얘기라면 책이고 잡지고 뒤져 외우다시피 했다.

평북 신의주 부농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17살 때부터 만주를 오가는 열차 밀무역을 통해 시라소니가 된 과정하며, 검도 3단 하야시, 18기의 명인 마오, 일본 최고의 주먹 이즈마…등등 당시 내로라 하는 주먹들을 때려눕힌 얘기, 김두한.이정재 등과의 관계, 한국전 때 특수부대인 HID요원으로서의 활약상, 조봉암.신익희.장면.조병옥씨의 선거운동, 동대문 사단의 린치와 은퇴 관련 등에 대해 두루 꿰게됐다.

"피는 속이지 못하는지 사실 저도 타고난 싸움꾼이에요. 중.고등학생 시절 교실에서 앞 칠판을 돌려차기 하면 뒤 칠판이 떨어진단 소리를 들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아버지를 알고부터는 웬만한 일엔 절대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제 이름에 義자를 넣어주신 뜻이기도 하고요."

李목사의 어릴 적 꿈은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아버지에 의해 접을 수밖에 없었다. 어설프게 하다 깡패가 되기 십상이란 게 이유였다.

그래서 결국 안양대 신학과를 나와 목사(88년 안수)가 됐다. 2001~2002년 일산신도시 교회연합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오늘도 성경과 함께 빛 바랜 시라소니의 사진을 품고 산다.
#시라소니 #이성순 #이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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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ko

    오늘 시라소니...할아보지 를좀더자세히 알것같네요...전 어릴적부터 싸움을잘해서...유
    도선수가됐는데..어릴적부터 시라소님할아버지님을존경했었읍니다..제별면도 시라소니였
    거든요...어릴적 누군가 언청이 같은반을괴롭혔는데..그전날 시라소니할아버지.글을읽고
    나도 모르게..정의감에 휩싸여 그넘을마구 때려준기역이어렴풋이나네여..
    암튼 저도..이잰 30대중반이나이로가면서,,시라소님 할아버지같이 크리스찬믿음으로 더
    욱 약자와 불우할이웃을 사랑하면살겠읍니다...시라소니 할아버지 안녕회게세요......

    2003-04-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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