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우즈베크 태권도… 그 뒤에 ‘악바리 金코치’ 있었다!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 역대 최대인 4장 확보! 코로나 시국에도 강훈련 덕분

김진영 감독

우즈베키스탄 태권도가 수년 만에 확 달라졌다. 질 수 없다는 눈빛부터 이전과 다르다.

 

우즈베키스탄 태권도는 한 때 중량급에서 잘 나갔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슬럼프로 하락세로 자칫 올림픽 본선행도 좌절될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2017년 한국인 코치가 합류하면서 극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악재 속에서 역대 최다인 네 명의 선수가 도쿄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 세계를 돌며 기적의 신화를 이뤄낸 ‘악바리’로 통하는 한국인 김진영 감독이 그 주인공.

 

2017 WT 맨체스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노메달이 그친 우즈베크는 약체 팀을 강팀으로 변화를 시킨 김진영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고심 끝에 제안을 받고 바로, 우즈베크로 향했다.

 

하향 추세인 팀 분위기 전환이 첫 번째 임무였다. 선수들의 기본기부터 강인한 정신, 체력 강화, 전술적인 기술까지 이전과 다른 무기를 장착했다. 결정적으로 승패를 좌우하는 ‘끈기’를 중무장시켰다. 짧은 시간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고받기 위해 코치진과 더불어 다양한 의사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쉽지 않았다. 이전 여러 대륙과 나라를 돌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지만, 가장 힘들었다.

 

김 감독은 “처음 팀을 맡았을 때 선수들 끈기와 체력, 정신력이 많이 안 좋았다. 그래서 산속 훈련을 택했다. 혹독하게 체력 훈련을 통해 정신력까지 무장시켰다. 포기하려는 선수들을 달래면서 변화를 이끌었다”며 “15년간 해외 생활이 많은 나였지만, 정말 힘들었다. 방 안에 뱀이 출몰한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산속 환경이 낯설고 불편한데다가 한식을 참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진영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과 체력 강화를 위해 산속 훈련을 진행했다.

혹독한 과정에 우즈베크 태권도팀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9년 말 WT 모스크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남자 -80kg 니키타 라팔로비치(Nikita RAFALOVICH)가 극적으로 3위 기록, 올림픽랭킹 5위로 껑충 오르면서 자동출전권 1장을 확보했다. 그 순간 우즈베크 선수단은 서로 얼싸안고 흥분했다.

 

그러나 이게 목표가 전부가 아니었다. 꿈과 같지만, 올림픽 출전권 4장을 모두 확보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본선 출전을 위해서는 랭킹 포인트 합산 5위까지, 우시 그랜드슬램 1위, 대륙선발전 등을 통해 티켓을 확보해야 한다. 남녀 8체급에 출전권 한 장을 확보한 우즈베키스탄은 아시아 대륙선발전에서 최대 남자 1체급, 여자 2체급에 도전 할 수 있다.

 

올림픽 본선행 티켓 1장 확보, 기쁨도 잠시 위기

코로나로 모두 떠난 와중에, 귀국 고민하다 끝까지 잔류한 이유?

 

“하면 된다”라는 김 감독의 주문이 선수들과 동료 코치들에게도 통할 무렵. 위기가 찾아왔다. 2020년 2월 코로나 세계적 대유행이 우즈베크도 강타했다. 자연스럽게 연초 계획되었던 대회와 아시아선발전, 올림픽까지 순차적으로 연기되더니, 모두 취소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수촌까지 문을 닫았다. 훈련마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팬더믹이 오면서 우즈베크 정부가 선수촌을 닫았다. 전국 각지 출신의 선수들은 집에 격리 조치됐다. 정부에서 주는 급여도 삭감됐다. 제날짜에 급여도 받지 못했다. 그러면서 다른 팀 외국인 코치들도 자국으로 다 떠났다”고 당시 어려운 상황을 회상했다.

 

김 감독도 예외가 아니었다. 모두가 떠난 분위기 속에 거취를 결정해야 할 때다. 가족과 지인들도 안전을 위해서 귀국을 권유했다. 잠시 휴가라도 다녀갈 수 있었지만, 한국행 비행편이 끊겨 우즈베크를 지켰다.

코로나19 펜더믹으로 선수촌이 폐쇄돼 김진영 감독 집에서 수개월 간 훈련을 강행했다.

김 감독은 “그때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획득한 니키타가 감독님이 가면 안 된다고 해 고민에 빠졌다. 올림픽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잔류하기로 했다. 훗날 올림픽이 개최되고, 니키타의 말 한마디가 평생 가슴에 남아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힘든 와중에도 현지 교민들로 구성된 우즈베키스탄 태권도 후원회가 큰 힘이 되었다. 부임 초 대회 전후로 한식당에서 선수단 회식은 물론 협찬금도 지원해 주었다"면서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도 많은 관심과 도움이 선수와 지도진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잔류를 택한 김 감독은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을 현실화에 나섰다. 전 세계에 모든 선수가 목표를 잃고 나태해진 틈을 타 선수들을 집결시켰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아파트에 살던 김 감독은 자비로 마당 있는 큰 주택으로 이사를 택했다. 급여 삭감으로 힘들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당과 지하실에 태권도 매트를 설치해 훈련장을 마련했다.

 

지방에 있는 선수들은 아예 김 감독과 한집에서 동고동락 하면서 훈련했다. 금방에 거주하는 선수들은 매일같이 구보로 오고 가도록 했다. 첫 부임 후에 했던 정신력 무장부터 좁은 공간에서지만 체력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주변국 상대 선수들을 분석하면서 기술훈련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코로나 세계적 대유행으로 우즈베크 태권도팀은 위기에서 목표가 분명한 ‘한 가족’이 되었다.

 

올림픽 출전 마지막 기회가 놓인 ‘아시아 대륙 선발전’이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요르단 암만에서 열렸다. 개최 직전까지 코로나 대유행이 멈추지 않아 불안감이 감돌았다.

최근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올림픽 태권도 아시아예선전에서 출전권 3개를 추가 확보한 우즈베키스탄 태권도 선수단.

긴장감 속에 열린 선발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은 남자 -68kg급 울루그벡 라시토프(Rashitov Ulugbek), 여자 -49kg급 니고라 투르순쿨로바(Tursunkulova Nigora), +67kg급 스베틀라나 오시포바(Svetlana Osipova) 등 세 명의 선수가 출전권을 따냈다.

 

역대 올림픽 본선에 최다 인원이 출전권을 확보했다.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직전 2016 리우 올림픽까지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우즈베크 태권도는 그 어느 때보다 도쿄 올림픽에 메달 가능성이 다가섰다.

 

김진영 감독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 목표에 대해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올림픽이 출전하게 되어 선수단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흥분되어 있다. 그러나 올림픽은 운으로 메달을 따낼 수 없는 무대이다. 코로나 팬더믹에 우리는 정말 혹독하게 준비했다. 그때 그 마음, 간절함, 끈기, 정신력으로 남은 기간에 실력까지 갖춰 반드시 우즈베크 태권도 선수가 시상대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위기의 우즈베키스탄 태권도에 활력을 불어넣은 김진영 감독, 그는 누구?

훈련장이 모두 폐쇄되어 자신의 집에서 올림픽 예선전을 준비했다. 훈련 중 자신의 생일에 선수단이 깜짝 생일 축하를 받았다.

한때 잘 나가다 하락 추세였던 우즈베키스탄 태권도를 180도 변화를 주도한 장본인 김진영 감독. 국제 태권도 경기장에서 김진영 감독은 유명인사다. 악바리, 괴짜, 미친놈 소리를 듣는 건 기본. 승부욕이 남다르다. 그런 영향으로 지난 15년간 드라마틱한 태권도 지도 경력을 쌓고 있다.

 

풍생고, 경희대, 삼성에스원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그는 은퇴 후 모교인 경희대 코치를 시작한 뒤 해외로 눈을 돌린다. 인도네시아 대표팀 코치, 중국 산동성과 천진, 모로코 코치로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지도자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도중에 가봉 대통령 경호실에서 경호원을 하는가 하면, UAE 두바이 알 막툼 공주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별명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 “20세”라는 엉뚱한 대답을 한 그다. 이유를 물어보니 “항상 스무 살 때 열정 가득한 그 마음으로 매사에 임해서”라면서 “올해 마흔 살이 넘었는데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이유가 20세라고 생각해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세컨석에 앉았을 때 더욱 빛을 낸다. 자신감이 떨어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고, 상대 우위인 선수와도 대결에서도 전술 지시에 탁월하다. 큰 목소리로 상대를 교란하는 지시도 빼놓을 수 없다. 늘 큰 목소리 때문에 경기장에 그가 등장했음을 모두가 알게 할 정도로 유명하다.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58kg급 16강전에서 모로코 신예 오마르 하짜미가 김진영 감독의 지도로 올림픽 금메달 0순위였던 이란의 아수르 파르잔을 역전승을 거뒀다.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남자 -58kg급은 이 체급 랭킹 1위인 이란의 아수르 파르잔. 강력한 실력과 커리어로 우승 0순위였다. 그런 선수를 16강에서 무명의 모로코 오마르 하짜미가 종료 직전 역전승을 거뒀다.

 

이변의 주인공 오마르 하짜미의 극적인 승리 뒤에는 김 감독이 합작했다. 당시 올림픽 코치로 합류한 김 감독은 아수르 파르잔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일전에 나섰다.

 

세계 최강의 선수와 맞붙어 심적인 부담을 갖는 선수에게는 강한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세컨석에서 재차, 삼차 자신 있게 기술을 펼칠 수 있도록 주문을 이어갔다. 결과는 승리. 리우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엄청난 사건과 같은 경기로 기록됐다.

 

그해 연말에는 캐나다 버나비에서 열린 ‘2016 WT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기적을 이어갔다. 동메달 1개 이상을 최대 목표였던 약체 모로코 청소년 태권도팀에 은메달 1개에 동메달 2개를 안긴 것. 모로코 사상 첫 세계청소년선수권 메달 획득인데, 무려 3개나 휩쓸었다.

약체인 모로코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고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은1, 동2개를 획득했다.

준결승부터 세컨은 정장을 입어야 하나 김 감독은 너무 약체라 정장을 챙기지 못했다. 그러나 세컨석에서 주문한 기술이 족족 먹혀들었고, 한두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선수가 본선에 오른 것. 현장에서 중국과 태국 대표팀 선배 코치들에게 정장을 빌려 경기에 나선 일화도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즈베키스탄 태권도를 짧은 시간, 위기에서 강력한 메달 획득 가능한 팀을 만들어 도쿄 행을 준비하는 김진영 감독. 도쿄 올림픽에서 2016년 리우에 이어 어떤 기적을 일으켜 낼지 기대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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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무술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를 통해 전 세계 60개국 현지 취재를 통해 태권도 보급 과정을 직접 취재로 확인.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대회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 #올림픽 #김진영 #감독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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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경환

    갑작스런 비보에 놀란감슴이 가라앉질 않는다
    하늘에서도 멋진 진영이로 살아가길 바란다

    2021-06-17 23:08:32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채희성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06-17 12:20:35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류정화

    며칠전까지만해도 대단하다.멋있다.우즈벡의 히딩크감독이라 자랑했는데. 갑작스런비보가 믿겨지지않습니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2021-06-17 00:09:56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전정배

    아~~~진영아????????????????????????????

    2021-06-16 18:41:24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슬픈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에서 모든꿈 이루길..

    2021-06-16 18:35:39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호영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06-16 17:05:18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사랑합니다

    제 인생의 카리스마.. 평생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2021-06-16 16:58:42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오철희

    형.. 진영이형.. 우리 형
    보고싶다

    2021-06-16 15:41:41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주성윤

    악바리 인정♡

    2021-06-10 21:03:37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전라도사범

    응원합니다.!^^~♡

    2021-06-05 12:14:54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장시경

    와우 스토리가 꽉찼네요~

    2021-06-02 05:12:34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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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홍철

    진영이 멋있다~~

    2021-05-31 20:27:25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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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철희

    형이 거기서 왜 나와?

    2021-05-31 19:29:09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최안진

    역시~ 1등~ 가즈아~!!!

    2021-05-31 17:52: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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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영진

    존나 멋지십니다!

    2021-05-31 17:45:12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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