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위기에서 재앙에 직면한 태권도장… 우리 괜찮을까요?


  

"수련생 90%가 초등학생인 저희 서둘러 대비 않으면 문 닫을 것"

 

김철민 관장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원을 못 채운 대학이 추가 모집을 실시하는 중인데, 그 숫자가 무려 2만6천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2005년 이후 최다 인원이고, 90%가 지방대학들입니다.

 

언론에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제목으로 지방대학 위기감을 고조 시키고 있는데 이는 이미 예견 되었던 상황이었기도 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 접어들며 80만 명에 달하던 수능 응시자는 70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태어나는 신생아는 그 절반 이하를 넘어 1/3로 치닫는 중입니다.

 

90년대 초·중·고등학교 교실 한 반의 학생수는 45명이 넘어가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어떻습니까. 20명대 초중반 수준에 불과 합니다. 이제 몇 년 뒤면 필연적으로 10명대로 진입할 것이 분명합니다.

 

필자가 위치한 광주광역시도 구도심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지만, 문을 닫거나 통폐합 하는 학교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습니다. 초·중·고 역시 남아나는 교원 처우 문제가 사회 문제 하나로 크게 번질 것입니다.

 

지자체별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장려금을 지급 하는 등 여러 정책들을 펼치고는 있지만, 공장에서 주야로 부품을 찍어 내듯이 아이들을 단 시간 내에 만들 수는 없습니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가 30만7천7백여명 이었는데, 출생자는 이보다 3만여 명이 적은 27만5천8백여명으로 대한민국 인구수 사상 최초로 감소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 되었다고도 하나 이는 정부가 예상한 수치보다 무려 9년이나 빠른 통계수치라고 합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2020년에 결혼을 미루는 커플들도 상당했고,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에 경기침체, 학교폭력, 왕따 등 갈수록 심해지는 청소년 범죄들이 언론에 자주 비춰지니 아이 갖는 것이 두렵다는 의견들도 많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이미 예견되어 왔기에 아동 등을 상대로 하는 사업들은 불황이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태권도장 수련생 90%가 초등학생인 저희 입장에서도 서둘러서 대비 하지 않으면 문을 닫는 태권도장은 계속 늘어 날것입니다.

 

당장 출산율이 줄어들면 소아과나 산부인과 등 전문직 의사들도 통폐합을 하거나 폐업이 불가피 합니다. 이게 20년 뒤에 발생할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정부 예상보다도 9년이나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서둘러 ‘변화’를 준비 하지 않으면, 이제는 모두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어떤 커뮤니티에 “애 안 키워보면 모르는 태권도장 보내는 이유”라는 태권도장에 대한 글이 올라온 것이 있어 소개 합니다.

▶보통 주5일 수업.

▶1시간의 가격대가 13~20만원.

▶다른 학원보다 저렴하고 특별한 도구나 시설비용이 없음.

▶인성교육 훈육개념까지 추가되고 안전하고 재밌게 놀이하면서 애들 체력 키워줌.

▶태권도만 배우는게 아니라 줄넘기, 피구 등등 여러 놀이를 배울 수 있음.

▶유치원이나 학교 앞에서 픽업 해 줘서 운동하고 다음 학원까지 차로 데려다줌.

▶주말엔 철마다 체육소풍 데려가고 생일파티나 놀이 프로그램까지 관장이나 사범이 짜서 활동함.

▶가금 밤에 다 같이 모여서 영화관람하고 간식먹기도함.

▶태권도장에서 주말엔 추가비용 조금 내면 도장 안다니는 동생까지 해서 1박 재워주는 프로그램도 있음. 엄마, 아빠들 주말 데이트 가능.

▶초등학교 학예회나 학교 체육 시간 실습 같은것도 알아서 준비 해 줌.

▶부모 퇴근이 늦어지면 재량으로 남아서 자율 체육 활동 가능함.

▶방학 때는 보통 아침부터 저녁까지 태권도장에 있어도 된다고 함.

▶밥까지 줘서 맞벌이 부부들이 선호 한다고 함.

▶동네 태권도장은 종합 육아 센터라고 함.

 

이 글에 나와 있는 내용은 현재 우리 대다수 태권도 관장들께서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어떤 학원들에서도 하지 않는 서비스를 태권도장에서는 모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근 태권도장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일을 행하면서도 대다수 태권도장은 최하 수준의 교육비를 받고 있습니다. 적게는 10만원부터 15만원. 서울 등 수도권 부촌을 제외하고선 평균 15만선일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학생 수가 줄어 도장 경영이 어려워지니 문을 닫는 태권도장도 늘고, 사범 처우 문제로 다툼을 하다 소송까지 이어지는 태권도장들도 허다합니다.

 

전문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해야 할 사범을 구인 구직사이트에 올려 최저시급으로 구인하고, 전문성이 없다보니 수련생 태권도 수준도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국기원 심사에서 조차 수준이하의 실력으로 응심해 불합격하는 수련생이 허다합니다. 이는 곧 태권도를 타 무도에 비해 약하고 수준이하라는 말을 듣게 함과 동시에 질적 하락을 가져오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남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찾아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우리 태권도장은 인근태권도장과 다르다. 차별화된 프로그램들이 있다.”를 목 놓아 외치면서 돌파구를 찾는 관장님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시는 관장님들을 욕 하는게 아니라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고 교육의 질도 높이고, 수련층도 유소년에 한정 짓지 말고 청소년과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확대하고,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에 맞게 교육비를 받자는 겁니다.

 

어린이통학차량 동승자 탑승에 따른 법이 개정되어 차량운행 또한 태권도장의 운영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범들의 처우개선과 태권도 수련의 질을 향상시키고 태권도장의 운영의 내실화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에 걸 맞는 교육비를 받는 것이야 말로 지금 저희가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농구, 축구 교실 등의 예체능 수업들은 주말반이나 주 1,2회 수업으로 운영이 되는데 교육비 수준이 태권도장과 비슷합니다. 수영의 경우 주1~2회 수업료는 20만원에 달합니다.

 

이런 곳들에 비하면 태권도장에서는 너무나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이곳들 보다 못한 교육비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가치를 높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태권도장은 더욱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부모님들도 어려워하고 있으니 이런 시대적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을 던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10년 전에도 똑같이 나왔었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모두 걱정만하고 변화를 하지 못한 탓에 근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위기를 넘어 재앙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모두 변화를 하였으면 합니다.

 

 

[글. 김철민 관장 = 광주광역시 수완태권도장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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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단옆차기

    공감합니다 !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된건지 .....

    2021-03-31 13:33:49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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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른

    격하게 공감합니다.

    2021-03-24 18:56:07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더킥

    공감합니다. 태권도가 살기 위해선 교육의 가치와 지도자의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2021-03-22 20:22:30 신고

    답글 0
  • 무도인

    공감3백%

    2021-03-08 15:18:46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정권 지르기

    생활체육 현장의 태권도장은 이미 동력을 잃은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기약이 없을수 있지만 향후 하락세을 이어 갈것이라 사료되며, 소비자층의 새롭고 다양함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도태의 가능성도 보여집니다.
    환골탈태! 이것이 답이 아닐런지요 !
    당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태권도장의 도약을 진심 기원해봅니다.

    2021-03-06 21:19:1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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