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태권낭자 ‘제이드 존스’… 세계선수권 D-40 정조준

  

2012 런던올림픽 -57kg급 금메달리스트 제이드 존스, 첼랴빈스크 찍고 리우로…?


2014 WTF 올해의 최고 선수상을 수상한 제이드 존슨(영국)


1993년생 이제 스물두 살. 169센티미터의 키에 하얀 피부. 영국식 발음을 가진 웨일스 출신의 여성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별명은 ‘헤드헌터‘. 인력사무소에서 일을 하냐고? 아니다. 겨루기 상대의 머리 타격을 주로 해 득점을 얻는 특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 그녀의 이름은 바로 제이드 존스, 영국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이다.

지난 25일 영국태권도협회는 5월 12일부터 18일까지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리는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에 출전할 14명의 대표선수를 발표했다. 체급별 남자 8명과 여자 6명이다. 당연히 이 명단에는 제이드 존슨이 포함되어 있다. 대표팀은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음을 알렸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역시 영국 태권도 간판스타 제이드 존스. 여덟 살 때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처음 태권도를 접한 그녀는 열여섯 살 때 태권도 선수 활동을 위해 완전 전향했다. 이후 그녀는 2010 싱가포르 유스올림픽에 영국대표로 참가, 여자 55kg급 금메달을 따냈다. 영국으로서는 이 대회에서 딴 첫 금메달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었다.

제이드 존스가 영국 태권도계 금메달 개척자로 평가 받는 이유는 물론 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2012 런던올림픽 결승전에서 후 유저우(Hou, Yuzhuo)를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고 영국태권도로써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이 승리는 특별히 극적으로 평가될만한 이유가 있다. 런던올림픽이 열리기 약 1년 전인 2011년 경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이미 한 차례 후 유저우를 만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결승전에서 만난 두 선수는 서든 데스(먼저 점수를 얻는 선수가 경기에서 바로 승리하는 태권도 경기규칙)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상대인 후 유저오의 승리로 끝이 났다.

따라서 2012 런던올림픽에서 제이드 존스가 딴 금메달은 단순히 영국태권도의 첫 금메달이라는 대외적 의미도 있었지만, 1년 전 세계선수권에서 아쉽게 패배 한 설욕을 개인적으로 이뤘다는 그녀 자신을 향한 의미가 더 깊었다.

유스 올림픽 금메달부터 시니어 올림픽 메달까지 엘리트 코스를 빠른 시간에 밟고 온 제이드 존스에게 어려움이란 없어보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힘든 시간은 빨리 찾아왔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로 영국의 국민여동생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됐다.


태권도를 하며 항상 가슴에 품고 있었던 그녀의 꿈은 2012년 런던에서 한순간에 이뤄져 버렸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환상적인 일이지만 그 꿈이 실제로 이뤄진 이 후의 삶은 그녀에게 무언가 방향을 잃어버린 길과 같았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올림픽은 언제나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표였다. 그래서 금메달을 땄을 때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다. 그러나 그것이 앞으로 얼마나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금메달의 순간은 달콤하지만 그 순간이 가져올 양면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 올림픽이라는 전 세계적인 스포츠축제에서 딴 금메달로 인해 쏟아지는 큰 관심이 당시 19살이라는 어린나이의 그녀에게는 감당하기 벅찼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많은 관심과 기대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한꺼번에 일어난 이 모든 엄청난 사건들 때문에 나는 아주 단 기간에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며 발전해야만 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2013년도 멕시코 푸에블라 세계선수권에서 그녀는 8강에서 녹아웃(Knocked-Out) 당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녀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다. 더 이상 즐길 수 없었다. 자신감이 추락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 자신 스스로가 나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올림픽을 최종 목표로 설정했었기 때문에 대회가 끝난 후에는 그 공허함으로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고 고백했다.


2014 맨체스터 그랑프리에서 폴 그린 코치가 제이드 존슨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선수 곁에는 항상 최고의 지도자가 따라 붙는 법. 오랜 시간 그녀 옆에서 그녀를 지켜봐 온 코치인 폴 그린(Paul Green)은 그녀에게 “너는 여전히 패배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심지어 올림픽 챔피언 일지라도”라며 “그러나 한 가지 절대 잊혀 질 수 없는 사실은 너는 언제나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것이다”고 그녀에게 조언했다.

그 결과 제이드 존스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 스스로가 올림픽 챔피언이기 때문에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으로 두려움을 가지기보다 올림픽 챔피언이 됐으니 좀 더 경기를 즐기고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 전환된 자신의 생각을 더듬었다.

실제로 2013 멕시코 푸에블라 세계선수권 8강에서 탈락 이후, 그녀는 심기일전한 듯 각종 그랑프리, 오픈게임, 유럽선수권 등에서 승승장구 했다. 거의 모든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2014년에는 금메달만 무려 6개 그리고 2015년에 들어와서는 모든 경기에서 1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태권도 상황과 선수들의 수준변화가 점차 진행되고 발전됨에 따라 그녀도 앞으로의 모든 경기 승리를 장담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제이드가 -57kg급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것을 부정할 이는 없다. 그동안의 경기기록과 현 추세들을 반영했을 때 자명하다는 것.

현존하는 선수 중 제이드 존스에 가장 위협적인 라이벌은 스페인의 에바 칼보 고메즈(CALVO GOMEZ, Eva)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제이드 존스가 크게 앞선다. 세계랭킹 점수만 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제이드와 에바가 서로 붙었을 경우 그 전력은 에바가 더 앞선다. 작년 이 두 선수가 만난 그랑프리, 유럽선수권, 오픈대회 등의 경기에서 에바가 제이드에 더 높은 승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존슨(홍)이 2014 그랑프리 파이널 결승에서 숙적 고메즈에 얼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제이드 존스는 작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에바를 경기에서)공략할 방법을 갖고 있다. 항상 에바와의 경기는 이겨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대단하다”며 에바 칼보 고메즈를 향한 승부욕을 나타낸 바 있다. 앞으로의 제이드 존스 경기가 더 흥미로워지는 이유 중 하나다.

2015 첼야빈스크 세계선수권을 약 40일 그리고 2016 리우 올림픽을 490여일 남겨둔 이 시점에서 제이드 존스는 또 다른 타이틀을 얻기 위한 발을 막 옮기려 하고 있다. 현재 5연승을 기록 중이다. 조급함과 부담감을 버리고 더 넓은 시야로써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는 제이드 존스.

“한 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은 정말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이자 엄청난 일이다. 그러나 두 개를 거는 것은 전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의 내 목표이자 나아갈 길이다”고 그녀는 말했다.

과연, 얼마 남지 않은 2015 첼야빈스크 세계선수권에서 만날 그녀를 응원해본다.

[무카스미디어 = 정길수 수습기자 ㅣ press01@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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