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나라가 된 멕시코… 열기만큼 실력도 쑥쑥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 금1, 은7, 동9개… 이강영 감독 지휘 역대 최다 메달 획득


멕시코가 대회 첫날 남녀 복식에서 2008년 이후 6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해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린 ‘2013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열린 경기장은 올림픽 경기장 버금가는 열기로 가득했다.

6천석이 넘는 관중석은 연일 지역민과 전국 각지에서 태권도를 보기 위해 온 멕시칸으로 가득 찼다. 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태권도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 또 멕시코에는 태권도 열기로 뜨거웠다. 겨루기에 이어 품새 세계선수권대회가 멕시코 중부도시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서 지난달 30일 막이 올라 11월 2일 나흘간의 열전을 마쳤다.

한국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종합우승을 했지만, 분위기로는 멕시코가 종합우승을 한 것 같았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에 금메달 3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5위 진입을 목표로 했다. 첫날 30세 이하 남녀 복식부분에서 멕시코 품새간판으로 통하는 올린 메디나 로페즈(여)와 바슬라브 아얄라(남)이 대만팀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79 세계태권도선수권 겨루기 월드챔피언을 지낸 오스카 멘디올라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결승에서 한국의 노형준 사범에게 패해 은메달을 딴 멕시코의 오스카 멘디올라 크루즈(Oscar MENDIOLA CRUZ)는 알고 보니, 197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겨루기부문 월드챔피언을 지낸 멕시코 태권도의 영웅이다. 지난해 푸에블라 세계선수권에서 멕시코는 34년 만에 남자부에서 월드챔피언을 배출했다.

겨루기에 이어 품새도 멕시코에서 인기가 높다.

이미 15년 전부터 멕시코 지방정부인 34개주가 자존심을 내걸고 출전하는 전국체전에 한국도 없는 품새가 정식종목에 포함되어 있다. 지역 예선을 거쳐 선발된 선수들의 자웅을 겨룬다. 정부는 초등부 우승자는 연간 20만원, 중등부는 40만원, 고등부는 50만원의 장학금을 1년간 지급한다.

겨루기와 비교해서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정부와 멕시코태권도협회(회장 후안 마누엘 로페스 델가도)에서 연간 4회 이상의 국제대회 파견과 한 달간의 한국 전지훈련을 지원한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는 약 한 달간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대표선수들이 올림픽선수촌에 모여 합숙훈련을 한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에 금메달 1개, 은메달 7개, 동메달 9개를 획득해 종합 8위를 기록했다. 겨루기 대회와 달리 금메달 순으로 종합순위를 매겨 종합순위기 낮지만, 이번 대회에 총 17개의 메달을 획득해 미국(금4, 은4, 동11)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금13, 은1, 동2로 역대 최고의 기록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멕시코 태권도품새대표팀은 한국계 이강영 사범(몬테레이, 41)이 맡고 있다. 18년 간 멕시코에서 태권도를 보급중인 이 사범은 지난 2006년 제1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 코치에 선임된 이후 2008년 감독으로 승격됐다. 열정으로 지도한 덕에 멕시코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이번 대회를 위해 한 달간 지도자와 팀닥터, 선수 등 42명이 모여 하루 10시간의 강도 높은 집중 훈련을 했다. 새벽 6시부터 1시간 동안 기초체력, 오전 10시부터 1시까지 기술훈련,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품새, 저녁 9시부터 12시까지 세부 기술훈련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주최국 홈 어드밴티지에 힘입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으나 질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지난해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4개를 획득했다. 금메달은 2008년 터키 이후 두 번째다. 다음 대회에서는 더 많은 금메달과 메달을 획득해 종합 3위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멕시코 태권도 품새팀을 이끌고 있는 이강영 감독(41)


멕시코태권도품새대표팀 이강영 감독은 “해를 거듭할수록 멕시코 정부와 멕시코태권도협회가 품새대표팀의 지원을 늘리고 있다. 세계선수권은 물론이고 규모가 큰 오픈대회 출전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높아지고 있다. 좀 더 노력해 다음 대회에는 종합 3위를 기록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대회 개최를 지원한 아구아스칼리엔테스 카를로스 노사노 델 라 토레 주지사는 지난 30일 개막식에 참석해 WTF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감탄, 이튿날 시청 앞 아르마스 광장에서 시만 1만여 명이 모인 이 지역 최고의 핼로윈 축제 오프닝에 시범단을 초청했다.

현지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WTF시범단은 화려한 시범공연을 펼쳤다. 멕시코 전통 음악과 유명 팝송에 맞춘 연무, 하늘을 찌를 듯 한 공중에 뛰어올라 고난도 발차기 격파에는 시민 관객이 탄성을 내지르며 환호했다. 이 자리에서 또 주지사 내외는 내년 4월 25일 한 달 전후로 열리는 이 지역 최고의 축제인 ‘산 마코스 축제’에 WTF시범단을 정식으로 초대했다.


WTF 시범단이 1만명의 시민이 운집한 시청광장에서 시범을 펼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는 “여러 나라에서 태권도를 사랑한다. 그 중 멕시코는 매번 올 때마다 느끼지만, 태권도 사랑이 정말 대단하다”며 “태권도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 곳 멕시코에 계속해 태권도 인구가 늘어나 축구의 인기도 앞질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멕시코는 곧바로 다음 달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케레타로에서 WTF 올림픽랭킹 체급별 상위 8위까지만 출전이 허용하는 ‘월드태권도그랑프리 파이널’과 ‘월드컵 단체대항전’이 열린다.

[무카스미디어 = 멕시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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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인

    멕시코 뿐만 아니라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태권도가 유아체육이 아니죠.
    그렇다고 엘리트체육도 아니고 무도 그 자체입니다.
    종주국은 우리나라지만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14-11-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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