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페즈, KO패 안긴 ‘아론 쿡’과 4년 만에 재회

2013 WTF 월드태권도그랑프리 파이널 M-80kg 아론 쿡 vs. 스티븐 로페스 8강전

아론쿡이 1회전 스티븐의 공격을 뒤후려차기로 반격에 성공시키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총 출동하는 월드태권도그랑프리답게 빅매치가 성사됐다.

14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센트럴센터에서 열린 ‘2013 WTF 월드태권도그랑프리 파이널’ 이틀째 남자 -80kg급 8강전에서 숙명의 라이벌전이 펼쳐졌다.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주변의 모든 선수와 감독, 언론이 일제히 한 코트에 집중했다.

모든 이의 관심을 끈 두 주인공은 올림픽 2연패, 세계선수권 5연패 불멸의 대기록을 세운신화를 달성 미국의 스티븐 로페즈(Steven Lopez, 35)와 그를 2009년 멕시코 월드태권도투어 결승에서 실신 KO시킨 아론 쿡(Isle of Man, 맨섬)이다.

지난 7월에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두 선수의 재대결을 기대했지만, 모두 예선에서 탈락해 성사되지 않았다. 스티븐 로페즈는 2009년 풋내기였던 아론 쿡에게 전혀 예상치도 못한 KO패를 당해 설욕의 기회를 노려왔다.

그리고 4년이 훌쩍. 스티븐은 전성기를 지나서야 아론 쿡을 만났다. 결승전도 아닌 메달 결정전이라 누군가는 메달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맞붙은 것이다. 시작부터 경기장 주변은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로페즈가 3회전 종반 극적으로 얼굴 내려차기로 동점을 만들었다.

시작과 함께 난타전이 시작됐다. 선취점은 아론 쿡이 몸통 공격으로 빼냈다. 이어 또 몸통 1점 추가했다. 1회전이 끝날 무렵 로페즈가 오른발 공격으로 점수를 만회하려 했으나 아론 쿡이 기다렸다는 듯이 왼발 뒤후려차기로 4득점을 추가하며 6대1로 경기를 주도했다.

2회전 로페즈는 전세를 뒤집기 위해 반격에 나섰다. 왼발 커트를 통해 유효거리를 만들어 찬스를 얻으려 했다. 이를 아론 쿡이 맞자세로 왼발로 받아 차 연달아 추가득점을 얻었다. 시종 로페즈는 공격을 아론 쿡은 수비형태를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아론 쿡이 경고누적으로 계속 감점을 받아 9대5로 마쳤다.

WTF 필립 부에도 경기위원장과 이재욱 경기.심판부장이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마지막 3회전. 체력이 바닥날 만도 한데 두 선수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아론 쿡은 계속해 받아차기로 점수를 빼고 스티븐은 주먹공격으로 점수를 만회했다. 11대7 상황. 시간은 40초 남았다. 스티븐이 근접거리에서 전광석화 같은 왼발 내려차기로 3점을 만회해 1점차로 추격하고 나섰다.

아론 쿡은 이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 몸통 받아차기로 점수를 벌려나갔다. 13대 10. 아론 쿡이 또 앞서는 순간 스티븐이 왼발 내려차기로 동점을 만들고 경고누점으로 1점을 내줘 14대13으로 팽팽한 경기를 계속 이어갔다.

아론 쿡이 4년 전과 동일한 기술로 승부를 결정 지었다.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공방전이 계속 이어졌다. 그 순간 아론 쿡이 10여 초를 남기고 승부의 쐐기를 박기 위해 왼발로 얼굴 돌려차기를 시도했는데 로페즈 어깨에 걸리자 곧바로 땅에 있는 왼발까지 끌어 올려 끝내 성공시켰다. 이 기술은 4년 전 로페즈를 실신 KO 시킨 그 기술이라 경기장에는 탄성이 쏟아졌다. 17대14로 아론 쿡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스티븐을 누르고 준결승에 오른 아론 쿡은 러시아의 알버트 가운(Albert Gaun)에게 패해 자신을 대신해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딴 영국의 루탈로 무하마드(Lutalo Mustafa Muhammad)와 대결이 무산돼 팬들이 아쉬워했다.

두 선수의 재대결이 또 이뤄질지는 미지수. 스티븐 로페즈의 은퇴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한국나이로 서른여섯 살의 최고의 노장에 속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이룰 목표가 없다. 그런데도 선수생활을 계속한 이유는 한 스포츠용품사와 스폰서 계약이 남아 있어 그런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영상



[무카스미디어 = 맨체스터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