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우의 마음도장] 진화하는 아시안게임 태권도, 기술과 규칙이 변해도 남아야 할 것은?
발행일자 : 2026-09-30 22:05:40
[전민우 교수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 yesjmw@khu.ac.kr]

아시안게임 코트가 비추는 태권도의 세 얼굴… 품새·겨루기·버추얼 태권도
아시안게임의 태권도 경기장은 오늘날 태권도가 마주한 현실과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를 고스란히 비춘다.
정형화된 품새와 자유로운 표현이 한 코트에서 이어지고, 종주국의 익숙한 우위 대신 매 순간 긴장감이 흐른다. 다른 한편에서는 선수의 실제 움직임과 스크린 속 디지털 캐릭터가 동시에 펼쳐지는 새로운 시도도 함께한다.
복합품새, 겨루기, 그리고 버추얼 태권도. 방식과 경기 형태는 저마다 다르지만, 이번 무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분명하다. 빠르게 확장되는 환경 속에서 태권도는 어떻게 자신의 고유한 색채와 중심을 지켜낼 것인가.
복합품새: 쇼맨십을 넘어 무술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공인품새와 자유품새를 함께 치르는 복합품새 방식은 품새가 나아갈 균형점을 고민하게 만든다. 공인품새가 오랜 시간 축적된 신체의 조절과 기본기를 증명하는 과정이라면, 음악과 고난도 기술이 어우러진 자유품새는 그 기본기 위에서 가능성을 넓히는 장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유품새의 지향점이다. 화려한 아크로바틱과 공중 다회전 기술 등이 눈길을 사로잡더라도, 그 동작에 무술적 실재감과 공방의 원리가 결여되어 있다면 단순한 쇼맨십이나 서커스에 머물기 쉽다.
절도 있는 동작, 타격 부위의 정확성, 실전이 연상되는 동작 구성, 그리고 시선과 기합에 담긴 무도적 기운이 살아있을 때 자유품새는 비로소 태권도로서의 정체성을 얻는다. 기본을 지키는 절제와 표현의 자유로움이 조화를 이룰 때 품새의 본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겨루기: 쫓아가는 위치, 마지막 0.1초까지 쏟아내는 힘
겨루기 경기의 흐름은 과거와 확실히 다르다. 세계 각국의 기량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종주국은 당연히 이긴다'는 전제는 통하지 않는다. 이제 한국 선수들은 우위를 지키는 입장이 아니라, 치열하게 따라붙는 상대들과 맞서며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코트에 들어선다.
쫓아가는 입장에서의 승부는 결국 기술 이상의 싸움이다. 상대의 거센 반격에 점수를 내주고 시간마저 촉박해질 때, 선수를 지탱하는 것은 마지막 0.1초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근성이다.
종주국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는 그 순간까지 호흡을 놓지 않고 발을 뻗는 절박함이야말로 지금 우리 겨루기가 되찾아야 할 승부사의 본모습이다.
버추얼 태권도: 기술적 한계를 메우는 수련의 깊이
버추얼 태권도 경기장에서 관중의 시선은 두 곳으로 향한다. 대형 스크린에는 타격 효과와 함께 사이버 캐릭터가 움직이지만, 그 앞의 무대에서는 센서를 부착한 선수가 직접 발을 뻗으며 거친 숨을 몰아쉴 것이다.
아직 현재의 기술로는 신체의 섬세한 무게중심 이동이나 미세한 궤적의 변화를 가상 그래픽에 완벽히 담아내기 어렵다. 센서가 인식하는 제한된 규격 속에서 동작이 자칫 단순화되거나 단조로워질 위험도 안고 있다.
이 간극을 메우는 방법은 결국 두 가지다. 모션 트래킹 기술과 관절 인식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실제 태권도 특유의 유기적 움직임을 구현해내는 기술적 보완, 그리고 선수 스스로가 센서의 빈틈을 이용한 편법적인 움직임에 의존하지 않고 바른 기술과 타격 감각을 지켜내는 수련의 정직함이다.
가상이 현실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할수록, 그 속에서 땀 흘리는 선수의 기본기는 더욱 돋보일 것이다.
형태는 바뀌어도 중심은 남는다
화려함 속에서도 무술의 뼈대를 잃지 않으려는 품새, 쫓기는 압박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일격을 가하는 겨루기,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 속에서 신체 훈련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버추얼 태권도.
형태와 룰은 계속해서 진화하지만, 결국 세 무대가 가리키는 지점은 하나로 통한다. 외부의 환경 변화와 기술적 전환 속에서도 스스로의 중심과 본질을 잃지 않는 태도다.
경기장의 열기가 가라앉은 뒤에도 매트 위에는 여전히 사람이 남는다. 그 안에서 스스로를 다스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야말로, 태권도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변함없이 지켜가야 할 본래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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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우 교수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
|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태권도학과 조교수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태권도학전공 조교수 KHU-SPLab 지도교수 세계태권도전문트레이너협회 대표 대한장애인펜싱협회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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