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의 허튼소리] 한국무술의 스탕달 신드롬
발행일자 : 2011-10-26 15:22:19
<글. 강 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며칠 전 <조선일보>를 뒤적이다 눈에 띄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엄마를 부탁해’의 신숙경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신숙경의 ‘엄마를 부탁해’는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초판 10만부 인쇄 이후 현재까지 9쇄 그리고 전자책은 3만부 이상 판매되었고, 이 모든 것이 고작 6개월 안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엄마'를 이야기했던 신경숙 문학이 '아름다운 패러독스(Beautiful Paradox)'로써 미국인의 마음에 감동을 적셔주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엄마를 부탁해' 미국 편집자 로빈 데서는 처음 원고를 읽을 때 한번 눈물을 흘렸고 두 번째의 눈물은 한국에서였다고 합니다.
가회동 한옥집 무무헌(無無軒)의 소박한 한옥의 단정한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반복하던 로빈데서는 주인의 제안으로 잠시 다리를 뻗고 혼자 앉아 보게 된 한 평 남짓한 방에서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벽에 등을 대고 바로 그 자리에 앉아 보니 정면의 창(窓)으로는 쪽빛 하늘과 초록 감나무, 창살의 무늬들이 오목조목 고운 조각보를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스탕달 신드롬'을 이야기했습니다.
웅장하고 높은 서양의 고층빌딩은 편리한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한옥 집에서 느낄 수 있는 멋과 정취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오직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광경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것은 언제나 가까이 있기에 그것이 아름다움인지 소중한 것인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그 기사를 읽고 난 다음날 아침 KBS 국악한마당에서 대금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인간문화재 조통달 명인이 출연해서 대금 산조(散調)를 연주하는데, 물 흐르듯이 울려 퍼지는 대금소리가 한을 담아 가슴 깊은 곳을 긁어 댔습니다.
강약의 조화와 간드러지는 음률은 서양의 트럼펫이나 피콜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치 애처롭게 들렸습니다. 한마디로 감동 이었습니다 이러한 감동은 돌아서면 사라지는 안개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며칠 동안이나 감동은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남아있었습니다. 어째서 미국의 로빈데서가 눈물을 터트렸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필자가 미국 공권유술 세미나에서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 해외 공권유술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공권유술 세미나의 경우 외국에서는 큰 인기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각계각층의 많은 무술인이 비싼 비용을 들여서라도 참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외국의 태권도, 합기도 사범들이 주종을 이루고 가라데, 절권도, 유도, 삼보, 브라질리언 주짓스 등이 뒤를 잇습니다.
일요일 오전 발 딛을 틈 없이 많은 무술인들이 모인가운데 3시간의 오픈세미나를 모두 마치고 오후 세미나를 준비하기 위하여 프로그램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통역관이 다가와 현재 그래플링을 주 종목으로 하는 체육관을 운영하는 블랙밸트 인스트럭터라는 소개와 함께 공권유술 세미나가 매우 인상 깊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대머리의 사나이는 커다란 손을 내밀었습니다. 내가 그를 쉽게 알아본 것은 많은 세미나 참가자 사이에서도 그의 와술기법이 상당히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한국의 공권유술에 대해서 매우 흥미가 있습니다. 좋은 세미나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공권유술에는 그래플링의 비중이 너무나 작고 오늘세미나에서 그래플링 스파링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은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나의 세미나에 참여해준 그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공권유술은 브라질리언 주짓수가 아닙니다. 공권유술은 타격기와 유술기를 반반씩 사용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그래플링 기법은 약25%정도를 차지합니다. 만약 그래플링 기법만을 수련한다면 그것은 공권유술이 아닐 것입니다.”
나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는 대단한 그래플링의 애찬론가 였다. 그가 생각하는 그래플링은 절대적 강함을 가지고 있으며, 실전에서 사용가능한 기술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무술 중에 가장 으뜸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 이유를 물었다.
“저는 절권도를 비롯한 가라데, 우슈 등 여러 가지의 무술을 수련해보았지만 스파링을 많이 하지 않아 실전성이 부족했는데 그래플링은 대부분 스파링으로 트레이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고의 무술이라고 생각 합니다”
공권유술 세미나에서 자신의 무술이 최고라는 말이 좋은 매너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수련하는 무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후 강당 안으로 두 명의 남매가 태권도복을 입고 발차기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남자 아이는 8살쯤 되어보였고, 여자아이는 10살쯤 되어 보였는데 너무나 귀엽고 예쁜 모습이었습니다.
통역관에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아까 그래플링 사범의 자녀들이랍니다. 나는 그래플링 사범에게 손짓을 하며 다시 불렀습니다. 그리곤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까 당신이 나에게 한말은 그래플링이야 말로 최강의 무술이고 그래플링처럼 훌륭한 무술이 없을 것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하고선 어째서 당신의 아들딸들은 한국인이 사범으로 있는 태권도 도장에 보내십니까? 당신의 말대로라면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의 도장에서 그래플링 도복을 입고 매트 바닥을 뒹굴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왜? 그는 최강의 무술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있던 자신의 무술을 제켜두고 자녀들을 한국의 태권도 도장에 보냈을까요?
그는 자신의 아들, 딸들이 최강의 그래플러가 되길 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들의 어린자녀들은 태권도장에서 오와 열을 잘 맞추는 단체생활과 사범님의 말씀을 잘 듣고 수련 중 절도 있는 기합을 넣고 무릎을 꿇고 깊은 명상을 하며 집에 돌아와선 도장에서 배운 예절대로 자신들에게 행동하길 바라는 것이죠.
그는 무술을 통해서 자신의 자녀가 착한 아들, 딸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 뿐만 아니라 무술 도장에 보내는 세계의 모든 부모님의 마음도 똑같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아름다운 예절문화가 자연스럽게 한국의 무술 속에 스며들었기 때문에 한국의 무술이 강하고 약함을 떠나서 세계 속으로 전파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그래플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무술문화가 아름답고 우수하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저는 한국 무술이 어떻게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지난 9월 미국 공권유술 세미나를 위하여 LA근교의 시미벨리라는 도시를 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데릭 곽의 사범님의 체육관은 약 850평의 규모로 태권도를 주 종목으로 하여 한국의 무술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곳입니다. 체육관의 규모로 본다면 수련생이 얼마나 많을 지는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한국의 무술문화는 세계 속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건너온 각종의 많은 무술도장 사이에서 한국의 무술은 단연 최고의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그 도시에서 최고시설을 자랑하는 MMA체육관은 오후 5시에 문을 열고 8시에 문을 닫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련생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MMA와 복싱체육관은 현재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UEC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수련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현지인들은 한국의 무술도장을 찾고 있습니다. 같은 한국인으로써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외국에서 한국 무술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님의 마인드와 한국 관장님의 마인드의 차이점이라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국의 무술도장에서는 무술도장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도장3례의 예절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인하여 도장에서 지켜야할 매너와 사범에 대한 권위가 실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모든 것이 무술을 지도하는 사범의 소신 있는 가르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학부형이 원하는 교육의 의도대로 바뀌게 된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면 무술을 수련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수록 사람들의 인식은 자연스럽게 무술이란 유아체육의 한 일환이며 성인들이 수련하기에는 저급한 스포츠 활동으로 폄하되어 무술고유의 의도가 사라지게 됩니다.
외국의 도장에 들어서면 모든 수련생들이 기립하여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추고 존경을 표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현상입니다.
오히려 외국의 수련생들이 사범의 가르침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한국 무술도장은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무술도장에서도 정통(正統)방식의 예절이 필요한 시기가 진작 왔어야 했습니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어린 학생들이 청학동으로 들어가 훈장선생님의 회초리를 맞아가며 옛날 전통(傳統)예절과 공부 방식을 체험하는 교육은 이제는 유행을 떠나서 신드롬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한국의 무술이 세계적 무술문화의 선두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이 한국 무술사범들에게 필요한 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여기서 잠깐!
* 스탕달 신드롬이라?
프랑스 작가 스탕달(Stendhal)이 1817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귀도 레니(Reni)의 회화 ‘베아트리체 첸치’를 감상하고 나오던 중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경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일기에 적어놓은 데서 유래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미술작품이나 문학작품을 감상하다가 순간적으로 가슴이 뛰거나 격렬한 흥분과 감흥, 눈물 등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 도장 3 례
1. 국기에 대한 예의
2. 스승에 대한 예의
3. 상호간의 예의

* <공권유술 강준의 허튼소리>는 앞으로 격주 수요일 연재 됨을 알립니다.[편집자 주]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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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주욱 다 읽어보고 가슴에 와닿아 몇자 적어봅니다. 한국무예계의 현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할 만한 좋은 얘기였습니다. 도장의 3예라~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인간의 교육의 부재와 소년기때나 하는 어린이체육으로 전락한 한국무예계입니다. 한국이란 나라는 짧은 시간안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해 겉으로는 잘 발달된 문명사회처럼 보이지만 기실은 문화적 인식수준은 후진국 상태 그대로입니다. 무도체육의 교육현실은 이를 가장 극명하게 ㅏ잘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예라고 여겨집니다. 오늘의 이글은 그런 부분의 한 단 ㅇㅖ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2012-10-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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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아츠도 자기 자식들은 태권도 도장을 보내고 만족하고 있다고 하던데...
2011-12-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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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2011-11-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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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군유술↓↓↓↓↓↓↓↓ 난독증임?
2011-11-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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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유술이 있으니 해군유술도 있겠군!
2011-11-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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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2011-10-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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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인적으로 강준회장님에 대해 호감도 있고 해서 글도 꼼꼼하게 읽는 편이다.
제공되는 내용들 보면 참고가 될만한 내용이 많아 좋다
하지만 아쉬운점은 뭔가 뒤끝이 개운지 않음을 느낀다. 우선 서설의 경우 문제해법에 대한 명확한 대안제시가 없는것이 아쉽다. 기술에서도 그렇다. 일벙적으로 제압하는 기술위주로서 상대방이 기습하거나 역습하는경우에 방어하는 기술이 거의 없다 이것은 매우 치명적이다.2011-10-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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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역사학도 저 인간은.. 저기선 국선도 조의선인 이야기 하고 여기선 뭔 화랑이야..
화랑의 역사를 구라로쓰라고 강준회장한테 아부하라는건가?.. 국선도는 제발 꺼지셈,.니네들 놀이터 정현축 글방에서 놀아라 제발2011-10-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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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화랑도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김대문의 화랑세기(花郞世記)란 책을 영풍문고나 교보문고에서 구입해 연구하시면 되고 신라의 왕중에서는 법흥왕, 진흥왕, 삼국통일의 주역 태종무열왕과 문무왕을 연구하시면 됩니다.
2011-10-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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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 강준 회장님께서는 뛰어난 무도인이라 생각되어집니다. 하지만 군인이나, 전략가나 책략가 정치가로써의 재능은 없어 보입니다. 강준 회장님께서는 쉬지않고 연구하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니 군사학이나, 전략론이나, 책략, 정치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신다면 무도인으로써 더욱 대성(大成)하시리라 생각되어집니다. 이에 추천합니다.
2011-10-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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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 회장님 도장의 무혼과 무도인의 절도를 위해 신라의 무사도 화랑도를 한번 연구해 보세요. 화랑도는 신라의 무사도로 신라라는 나라가 부국강병하게 만들었을뿐만 아니라 사풍(士風)을 일으켰고 삼국통일의 초석을 놓아 결국 삼국을 통일 하였답니다. 또 신라의 화랑도는 현대에도 조선민족이 조선민족일 수 있는 낭가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 잘 연구해 보셔서 공권유술에 도입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2011-10-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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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 회장님 칼럼에 박수를 보냅니다... 계속 좋은글 부탁드립니다...///그리고 아래 "오" 님의 댓글중에 한중일 도,술,예에 관해서 그게 높낮이는 없는겁니다. 그나라에서 그냥 사용하는 단어의 표현방법이지요. 한국이 무예라고 칭한다고 해서 항상 상위에 있는건 아닙니다. 삼국모두 무술이 그냥 폭력이 아니고 심신수련(호신)의 한 방법일뿐이며 개념은 다 같습니다.
2011-10-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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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도, 중국 무술, 한국에선 무예라고 알고 있습니다. 강준 회장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한국도 어서빨리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스승님과 사범님,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사부님이 다시 돌아 왔으면 합니다. 예의가 갖춰진 한국무예는 단연 세계최고라고 자신합니다.
2011-10-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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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술? 웃끼고 있소이다. 한국에 무술도장이 어디있소? 유치원이지 그게 도장이요? 러시아의 코만도삼보, 시스테마,카리브마가,주짓수,극진가라데등에 비교하면 한국무술 허접이요? 알겠소?
2011-10-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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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문학가로 입문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칼럼중에 최고의 글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2011-10-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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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좋은 말씀입니다.동감합니다.
2011-10-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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