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들의 이야기] 합기도와 나 - 지한재 편(1부)

  


(정리자 주 : 이 글은 2010년 1월 25일 지한재(池漢載) 선생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지한재 선생은 한국 합기도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며, 1953년 최용술 도주에게 입문해, 성무관을 창설했다. 현재는 신무합기도라는 명칭으로 합기도 보급에 힘을 쓰고 있다. 지한재 선생의 구술을 가능한 한 그대로 옮기려고 했으며, 정리자가 이해 못하거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큰 지장이 없는 것은 삭제했으며, 어투도 약간의 수위 조절을 했다. 아울러 기존의 견해와 다른 부분 또는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리자 주’로 처리했다.)

최용술 선생과 야와라 수련

지한재 원로

저는 1936년 생으로 안동에서 태어났습니다. 한 살 때 중국 심양에서 살다가 10살 때 돌아왔습니다. 안동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대구에서 대구공고를 다녔죠. 고등학교 1학년 때, 기가 막힌 기술을 가진 ‘야와라’라는 것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서 학교에 낼 등록금을 호주머니에 넣고 염매시장에 있는 도장을 찾아갔습니다. 막상 최용술(崔龍術, 1899~1986) 선생 얼굴을 보고는 무서워서 그냥 돌아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등록금을 다 내고 돌아왔습니다.

최용술 선생은 처음부터 ‘다께다 소가쿠(武田惣角, 1859~1943)’ 선생으로부터 무예를 배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생은 7~8세 때에 사탕공장을 하는 일본 사람의 양자가 되어 동경에 따라갔는데, 계속 우니까 쫓겨나서 거지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 어떤 귀족이 데려가서 양자로 삼았고 그 귀족이 그를 다께다 소가꾸 선생에게 보내서 운동을 배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정리자 주 : 최용술이 다께다 소가쿠로부터 무예 수련한 이야기는 1962년에 간행된 합기술(김정윤, 구미서관)에도 132쪽에서 137쪽에 걸쳐 게재되어 있습니다. 초기부터 최용술이 다께다 소가쿠 제자임을 언급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다께다 소가쿠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제자인 것이 국내 보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언급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된다.)

최용술 선생에게 배운 기술은 꺾기 위주였고, 발기술은 몇 개 되지 않았습니다. 발기술은 족술이라 해서 곧은 발질하는 것하고, 발 안쪽으로 차는 것 그리고 안다리 또는 바깥다리로 차는 것 그리고 옆차기 정도였다. 안다리와 바깥다리는 높이 찼다. 곧은 발질이나 이런 발질이 있는 것은 칼이 서로 맞물렸을 때 발로 미는 게 있어서 족술을 사용한 것이다. 칼넣기는 가끼데 오쿠데니 라고 했습니다. 주먹으로 때리는 기술도 간간이 있었죠. 물론 주먹 쓰는 것은 전문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호신 기술에 포함된 것이었습니다(정리자 주 : 가끼데는 갸꾸데(ぎゃくて, 逆手)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며, 오쿠데는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최용술 선생은 “이건 한 수에 얼마 짜리다”라고 기법을 가르치면서 당신 술기의 가치를 높였습니다. 기술도 장막을 쳐 놓고 한 수에 얼마 씩 가르쳤는데, 태권도 1년 배울 것을 한 달 수업료로 지불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고등학교 때와 대학교 들어가서까지 배웠으니까 만 3년 넘게 배웠습니다. 대구시청 다니면서도 조교(사범)노릇을 했는데, 운동 배우는 것에 미쳐서 대학을 거의 다니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최용술 선생이 처음에는 돈 문제로 압박을 하며, 비싼 돈을 냈음에도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아무런 기법을 가르쳐주지 않기도 했습니다. 또 조그마한 일로 뺨을 때리기도 하고 발길질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다보니 배우러 들어왔던 이들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갔죠.

최용술 선생의 첫 번째 제자는 서복섭(徐福燮)씨 입니다. 서복섭씨는 초대 국회의원인 서동진씨 아들로 가장 먼저 배운 사람이고, 집안이 부자였습니다. 돈이 많다보니, 도장을 내서 돈을 버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유도보다 낫다는 생각이 있었고, 기술 배우기를 좋아했습니다. 두 번째는 장승호씨이고, 세 번째는 한승우인가 한용우 씨로 기억합니다. 그 다음이 저를 포함해, 대구대 다니던 문종원(文鍾元) 씨, 김무홍(金武弘) 씨 등 3명이었습니다. 우리 밑에는 대구일보 사장이었던 여상원 씨의 아들 여만영 씨가 최용술 선생에게 개인지도를 받았습니다. 여만영씨 까지는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대를 말할 수 있지만, 그 뒤부터는 제가 대구를 떠났으므로,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강문진 씨는 내가 조교 노릇할 때 최용술 선생한테도 배우고 나한테도 배우고 그랬으며, 나중에 장인목 씨한테 가서도 배웠다고 들었습니다(정리자 주 : 김이수의 합기탐구(홍경, 2000)를 참조하면, 1951년에 서복섭, 1952년에 장승호, 1953년에 지한재․김무홍․문종원, 1954년에 숭중회(송무관)․강문진(평무관)․김광호․강정표․신상철(강무관), 1955년에 이종원․김정윤(한풀), 1956년에 여만영․남영우․김종윤, 1957년에 서인혁(국술)이 입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여만영 씨를 가르칠 때는 내가 새벽에 따라 다녔는데, 그 때 생각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새벽에 갈 때마다 개 한 마리가 짖어 댔습니다. 어느 날은 최용술 선생이 ‘한재, 너 앞에 가라’ 하시더니, 개가 최용술 선생의 발뒤꿈치를 물려고 하자, 뒤꿈치로 차버렸다. 깽 소리를 내더니 죽고 말았다. 네발 달린 동물들은 코가 약점임을 알고 찼다고 말씀을 하신 기억이 있다.


결혼 그리고 안동으로

1965년에 발행된 합기도 잡지의 표지

최용술 선생을 떠나 안동으로 내려 간 것은 결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최용술 선생의 셋째 딸이 나보다 한 살인가 두 살인가 어렸는데, 최용술 선생이나 사모님이 은연중에 저를 사윗감으로 생각하셨던 듯합니다. 물론 이 점은 저만의 생각입니다.

최용술 선생 내외분으로부터 직접 들은 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잠은 다른 곳에서 잤지만, 사범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침 새벽반부터 운동을 가르치려면 일찍 나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게 되는 날에 항상 딸이 밥을 차려줬습니다. 세수를 하면 수건을 걸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있어 선생의 딸은 하늘의 별처럼 멀리 있는 존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전혀 그런 생각을 가져볼 수 없었죠.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잔병이 많아 빨리 결혼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더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소원 들어드린다고 최용술 선생에게는 말씀 안 드리고 안동에 가서 몇 번 만난 여성하고 결혼을 해 버렸다. 결혼식 전날 가서 다음날 결혼하고 3일 만에 다시 대구로 왔습니다. 도둑장가 들 듯이 했죠. 몇 달 후에 사모님이 어디서 들으셨는지 나보고 “너, 안동에서 결혼했지”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네, 차차 말씀드리지요”라고 얼버무렸는데, 그때부터 대우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분위기가 냉랭해진 것이죠. 그 분위기를 견뎌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안동으로 다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편집 =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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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ㄹㄹ

    1960년대시작된 이소룡의 절권도 부터 지금의 종합격투기 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전통전통 운운 하는 사람들이 있네요 한국의 진정한 전통무술은 합기도 태권도 가아니라 십팔기 택견입니다 합기도ㅓ 태권도는 생겨난지 100년도 안된 신종 무술입니다 처음의 국내로 들어왔을시기엔 태권도 합기도가 아니라 당수도 수박도 공수도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2012-05-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sd

    21세기에 아직도 지무술끼리 다툼질이라니,,아직도 우리네 무술이 으뜸이요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네요,, 놀라울따름입니다, 합기도의 뿌리는 일본의 대동류 합기유술 에서 나왔습니다 하나는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아이키도 하나는 최용술의 합기도 아이키도는 대동류 합기유술을 부드럽게 계승 시킨반면 합기도는 가라데와같이 과격한 형태로 발전됐죠,, 사실 뿌리따지는 건 아무 소용없는 일입니다 모든무술의 근원지는 인도 에서 태생됐듯이 21세기 언제적 사고방식을 가진사람들이 참많네요 다 돈문제겠지만,,

    2012-05-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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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발

    제발 싸움좀 하지 마세요.. 안그래도 모두 힘든 상황에.. 합기도 관련 댓글을 보면 서로 비방하고 싸우는 것들 밖에 없네요... 합기도 길을 택한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십시요..

    2010-04-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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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인

    아래님은 자기자신도 컨트롤할지모르면서 남을탓하시는분이네 욱하는성격그대로보이시네요 마음먼저 닦으시길 그리고 합기도님말틀린거 하나도 업는듯보입니다

    2010-04-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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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심한사람

    아래님 님같은사람들이 합기도인이라하고 행사하고다니면서 물흘리니 일본애들이 합기도를 아이키도라하는거요?? 때가어느때인데 아직도 옛날향수에젖어사는거요? 저런사람들때문에 일선합기도 관장님들만힘들어지지원..

    2010-04-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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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래

    그럼 최용술, 지한재, 서인혁 이런분 없이 합기도가 어디서 왔냐? 뿌리없는 무술이 어디 있던가? 부모없는 자식이 있는가? 전통은 전통대로 의미가 있고 현대는 현대대로 의미가 있단다. 전통무용, 현대무용처럼 말이다.

    2010-04-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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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기도

    왜 짜꾸 합기도이야기하면 최용술씨나 지한재씨나이드신분들이야기가 나오는지 한심할따름입니다 지금 합기도가 어떠한위치에있는지도모르고 합기도인구가 750만입니다 많은기술이발전되고 여러학자들이나 관장님들이 선조들의 발자취를더듬어가면서 우리무예로 발전시킨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최용술씨나 지한재씨서인혁씨 이름이나오는지 한심할따름입니다 합기도는 일본아이키도하고 완전히다를뿐더러 최용술씨나지한재서인혁씨그분들이하던무술하고는차원이다릅니다 앞으로도 합기도는 우리선조들이 하던무예이고 계속우리손으로 발전해나가야하는우리고유의 무예입니다 앞으로 합기도 이야기할때는 최용술씨나지한재 선인혁씨그분들의 성함을 같이 거론하는일이 업도록해야할겄입니다

    2010-04-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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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시들아 그만까데라

    그냥 좀 본연의 자리에서 충실하면안되냐..? 그냥 자기자리에서 충실하세요

    2010-04-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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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신들아

    나가죽어라 그렇게 잘났으면 나서바 취재하러 갈태니까. 졸들~``````

    2010-04-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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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끼데는 꺽기를 말하는 것이며,
    오쿠데는 기술이 걸렸을때 풀어 나가는 방법이라고 들었습니다.^^

    2010-04-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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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ㅡ,.ㅡ

    글이 아닌 영상을 보고 싶습니다. 수위 조절이 필요할 정도의 어투가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글로 대신 하는 건가요?

    2010-04-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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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사범

    지선생이 미국등지에서 가방에 단증을 잔뜩 채워 가지고 다니면서, 단증 장사를 한것도 돈에 눈멀었던 최선생한테서 배운 기술이였나보네요 ㅋㅋㅋ

    2010-04-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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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기-V

    선생한테서 손기술을 3년정도 배워 사범 생활를 했다면 겨우 1~2단 정도 였을텐데,…하긴 초창기였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다시말해 발기술은 최선생이 아닌 지선생이 발전을 시켰다고 봐야 겠군요.

    2010-04-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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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관장

    최용술 선생은 “이건 한 수에 얼마 짜리다” 는 식으로 합기도를 지도 했다니, 참으로 돈에 눈먼(?) 선생이였네요.또한 선생의 지도 방법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전혀 없는 무식(?)한 깡패 기질이라야 할지???

    2010-04-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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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기도인

    합기도인 장승호님은 대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2010-04-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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