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와 대립각 세웠던 비저 스포츠어코드 회장 결국엔 사임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갈등 이후 스포츠어코드 탈퇴 잇달아 리더십 큰 타격


스포츠어코드 회장을 2년 만에 물러난 마리우스 비저 회장


세계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독일)을 상대로 날선 대립의 각을 세운 스포츠어코드 비저 마리우스 회장이 두 달도 채 못 넘기고 스스로 무너졌다. 국제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IOC와 스포츠어코드의 힘겨루기에서 IOC가 완승을 거둔 셈이다.

이번 양 기구의 논란은 어디까지나 IOC와 스포츠어코드 간의 조직 간의 갈등이라기보다 비저 회장 개인의 감정이 지나치게 개입된 ‘월권행위’로 비쳐지고 있다. 회원들이 연달아 조직을 탈퇴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어코드 위상도 크게 위축됐다.

발단은 마리우스 비저 회장이 지난 4월 20일(현지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스포츠어코드 연례 총회 및 국제 컨벤션 개회식에서다. 개회사에서 스포츠어코드에서 초대한 VIP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비난해 논란이 시작됐다.

비저 회장은 “IOC와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개혁이 실패했고, 스포츠가 만들어낸 이익을 선수들로부터 빼앗는 등 올림픽을 파멸의 길로 끌고 가고 있다. IOC가 발표한 ‘올림픽 어젠다 2020’은 국제경기단체와 선수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작심하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날 개회식장 맨 앞줄에 앉은 바흐를 직접 호명해가면서 까지 비난을 할 정도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각됐다. 그는 자신이 스포츠어코드 회장에 선출된 이후 4년 주기의 국제 스포츠 종합대회인 가칭 ‘유나이티드 월드스포츠게임’을 방해하지 말 것과 스포츠어코드에서 창출된 수익 분배 등을 간섭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에 바흐 위원장의 반응은 차분했다. “비저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뿐이다”고 선을 그은데 이어 “집행위원(스포츠어코드)들도 그런 생각을 갖지 않는데, 그런 개회사가 나와 모두들 놀랐을 것”이라고 비저의 개회사가 조직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 아닌, 개인의 견해가 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후폭풍이 거셌다. 국제육상연맹(IAAF)을 시작으로 국제사격연맹(ISSF),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태권도연맹(WTF), 배드민턴, 양궁, 조정, 펜싱, 근대5종, 하키, 카누 등 주요 국제 스포츠 기구(IF)가 비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스포츠어코드 탈퇴를 잇달아 선언했다.

이어 최근에는 전 세계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연합체 ANOC도 애초 스포츠어코드와 공동 창설하기로 했던 ‘월드비치게임’을 스포츠어코드가 아닌 IOC와 추진할 것을 발표했다. 비저의 지지자로 국제 스포츠계에 알려진 셰이크 아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회장 역시도 “국제스포츠는 IOC 리더십 아래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비저의 편을 들지 않았다.

국제 스포츠계 여론이 자신을 향한 싸늘한 반응을 보임과 동시에 스포츠어코드 조직마저 위기에 놓이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냉대한 반응뿐. 이에 다시 IOC에 20개의 개혁안을 보내 갈등의 불씨를 살렸다. 이런 와중에 ‘2017 월드컴벳게임’ 개최지인 페루가 개최 포기를 하자 스포츠어코드의 위기는 더욱 커졌다.

사면초가에 몰린 비저는 결국 싸움에 패배를 인정하고 31일(현지시각) 최근 재임에 성공한 스포츠어코드 회장직을 전격 사임했다. 이와 함께 2020 도쿄 올림픽 조정위원도 함께 사퇴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국제스포츠계 기반인 된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직은 그대로 유지할 뜻을 전했다.

비저는 홈페이지에 사임의 뜻을 알리는 성명서를 통해 “스포츠어코드는 IOC와 지속적인 대회를 시도하였다. 협력을 위한 제안을 여러 차례 제시했으나 IOC가 항상 타당한 이유 없이 거절했다”면서 “국제스포츠 시스템이 막후에서 일부 귀족, 세습 가문, 종신 위원 등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폐쇄적인 국제 스포츠계를 개방시키고, 스포츠와 그 가치를 위해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여전히 비난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 IOC는 스포츠어코드 비저 회장 사임과 관련 국제스포츠기구와 올림픽 운동 관계자들과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을 전했다. 오는 7일 열릴 IOC 집행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도 보인다.

골리앗과 싸움에서 진 비저 회장은 루마니아 출신의 헝가리인으로 지난 2013년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스포츠어코드 선거에서 국제럭비연맹 버나드 라파세 회장(Bernard Lapasse, 프랑스)을 52대 37로 신임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어 지난 4월 소치에서 단독 후보로 입후보해 재선했다.

때 아닌 수장을 잃은 스포츠어코드가 앞으로 절대적 협력관계인 IOC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또 어떤 인물이 새로운 수장이 될지 국제 스포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마도 IOC를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

스포츠어코드는?


스포츠어코드는 다양한 국제 스포츠 단체의 협력과 소통을 위해 지난 1967년 국제스포츠연맹기구(GAISF)로 창립됐다. 2009년 4월 스포츠어코드로 명칭이 변경됐다. 올림픽 종목은 물론 비종목까지 망라해 IOC와 각 경기연맹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로 효율적이 활동을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같이 스위스 로잔에 본부가 있다. 전 세계 92개 국제스포츠연맹과 16개 준회원 단체가 등록돼 있다. 김운용 전 IOC부위원장이 현 스포츠어코드의 전신인 GAISF의 회장을 18년(1986~2004)간 이끌었다. 태권도가 국제스포츠기구의 첫 발을 이 곳에서 시작하기도 했다.

특히 스포츠어코드는 무도 스포츠로 분류되는 유도, 태권도, 레슬링, 복싱 등 4개 올림픽 종목을 포함해 아이키도, 주짓수, 가라테, 검도, 킥복싱, 삼보, 스모, 우슈 등 총 13개 무술 종목으로 지난 2010년 스포츠어코드 컴뱃게임(Sportaccord Combat Games)을 4년 주기로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비저 회장이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하계올림픽경기종목과 국제스포츠기구 등 20여 단체가 대거 탈퇴해 축대가 무너졌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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