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론] 태권도 예의와 인(仁)

  

김용철 박사의 태권도 예의론 7


서양은 천주교와 기독교의 사상을 대표하는 사랑을 전파해 도덕심을 지니도록 가르쳐왔는데, 이 사랑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동양에서 발원한 불교의 자비와 유학의 인자한 인(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과 자비와 인(仁)은 단지 글자만 다를 뿐 그 내면에 내재된 “안쓰럽고 애처로워 소중히 아끼고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란 의미는 결코 다르지 않다.

이처럼 동서양을 불문하고 도덕심을 배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사랑과 자비와 인자함의 인(仁)을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태권도에서 강조하는 예라 할 수 있다. 즉, 예의 내면에는 사랑과 자비와 인(인)의 정신이 들어 있다는 말이다.

공자는 예와 인의 관계에 대해 말하길 “자신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오는 것이 곧 인(仁)이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을지라도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예(禮)에 합당하다면 어진 인(仁)한 마음을 가진 것이라 말한 것이다.

이러한 인(仁)이 세상에서 제대로 실현되려면 반드시 형식적인 예가 필요하게 된다.

신라 때 화랑오계를 살펴보면 살생유택(殺生有擇)이 나오는데, 이는 살인을 가려서 해야 된다는 뜻으로 싸움에 임하는 장수 일지라도 적군의 생명을 함부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마음의 근저에는 어질다는 인(仁)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맹자(孟子)는 어진 인(仁)의 마음이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측은하고 애처로운 마음”이라 했다. 즉, 이러한 마음은 사람이 태어나서 후천적으로 배워서 익힌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선천적인 마음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일찍이 인(仁)을 최고의 도덕관념과 인품의 속성(属性)이라 생각했기에 ʻʻ인자함을 갖추지 못한 자가 어찌 예를 제대로 실시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구심을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용기만 있고 인자함이 없는 잔인하고 포악한 필부(匹夫)들일수록 필시 예에 어긋난 행동을 저질러 세상을 혼란하게 만들 수 있겠기에 걱정과 실망에서 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자는 세상에 두려움이 없다고 하는 것은 용기와 인자함을 겸비한 자는 결코 세상에 원망 사는 일을 하지 않아 늘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고 하는 것으로 부드러운 물이 단단한 돌을 부수고 한들 바람이 강한 나무를 부러뜨리는 것과 같은이치라 할 수 있다.

태권도에서는 예를 통해 인(仁)한 마음을 나타내기를 늘 강조하기에 각종 태권도 시합에서도 인(仁)과 불인(不仁)의 잣대로 태권도 인들의 도덕수양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태권도 시합의 종료(終了)와 함께 갈리게 되는 승패의 결과는 승자에게는 더 할 수 없는 기쁨을 패자에게는 처절한 고통(苦痛)을 안겨주게 된다. 이럴 때 패자 앞에서 과도하게 기쁨을 들어내는 것은 불인(不仁)한 승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월드컵 축구대회나 세계야구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광적이리만치 뛰어다니며 기쁨을 표시한다고 해서 불인(不仁)하다고 말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축구와 야구는 누구나가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일 뿐이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스포츠 활동이 아니라, 수련 중에 우리민족의 정신과 혼(魂)이 깃들어 있는 문화와 역사의 발자취를 체험하고, 더 나아가 심신을 순화하는 도덕수양(道徳修養)으로써의 전통 무도(武道)이기 때문에 단순한 겨루기 시합에서도 인(仁)과 불인(不仁)의 잣대로 단호히 선수들의 행동을 평가(評價)할 수 있는 것이다.

패자의 슬픔을 이해하고 겸허(謙虚)한 마음으로 위로해 주는 것과 시합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찬사(讃辞)를 보내주는 것은 곧 예(禮)를 통해 인(仁)한 마음을 밖으로 들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합장 외에도 도장에서나 사회생활 중에 태권도 인들의 행동거지에는 예(禮)에 합당한 인(仁)한 마음이 밖으로 들어나도록 수양되어져 하는 것이기에, 늘 행동을 조심하고 정중(鄭重)하게 하여 진실(真実)로 예의로운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자신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태권도 예의에 관한 10회 내용의 제목


1.태권도 예의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걸까?
2.태권도에서는 왜 그토록 예의를 중시하는 것일까?
3.예(禮)는 도대체 왜 만들어 졌으며 예의(禮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4.예는 표면적인 예의(禮儀)와 내면적인 예의(禮義)로 나누어진다.
5.태권도 예의와 우리의 유교문화
6.태권도 예의와 성리학
7.태권도 예의와 인(仁)
8.태권도 예의와 의(義)
9.태권도 예의와 직(直)
10.태권도 수련시의 바른 예의 지도법.

** 김용철 박사는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를 졸업하고, 북경수도체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중국하북대학원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페인에서 8년간 지도자생활을 하였는데 이 때 태권도 예의에 관한 학문적인 관심을 가게 되어 중국으로 이주해 지난 10년 동안 태권도 지도생활과 연구를 통해 <태권도 예의론>을 출간했다. 앞서 중국생활 경험을 담은 <중국인 생활 속에 담긴 진실과 지혜이야기>를 출간한 바 있다. 앞으로 격주 수요일 <김용철 박사의 태권도 예의론>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글. 김용철 박사 | 태권도예의론 저자]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용철 #예의론 #예의 #인 #천주교 #기독교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관장

    박사님, 시합장에 한 번 가보셨습니까?
    시합에서 이겨서 기쁨을 감추는 선수 보셨나요?
    그런거 없습니다. 박사님이 말한대로 축구나 야구에서 이긴것과 진배없이 기쁨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겨서 기쁜걸 표시하는게 뭐가 나쁩니까.
    현실적으로 이겨서 기쁜걸 표시하는 걸 자제하는 분위기자체가 없고 그런 가르침도 일선 도장이나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한 대라도 더 때릴까만 가르치지요.
    그리고 태권도가 이제 무도가 아닌 스포츠인이상 이겨서 기뻐한다고 그게 흉도 아니지요.
    이겨서 기쁜걸 표시하지않는건 일본무도의 엄숙주의이고
    겉과 속이 다른 일본식 행동일 뿐이지요.

    2014-07-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