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블라] 무명 벗어 던진 차태문… 父 영전에 금메달

  

2013 푸에블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58KG급 금메달 획득


2013 세계태권도선수권 남자 -58kg급 최정상에 오른 차태문


무명의 선수에서 월드 태권도 챔피언이 된 차태문.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해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가 말이다. 그래서 더욱 놀랐다.

15일 멕시코 푸에블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3 푸에블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58kg급 결승에서 차태문이 3회전 초반까지 상대에게 뒤쳐졌지만, 마지막 뒷심을 발휘하며 짜릿한 역전에 성공, 생애 첫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의 첫 우승 소감은 “아버지 영전에 금메달을 바칠 수 있어 좋아요”이다. 차태문의 아버지는 지난해 7월 11일 심장병으로 고인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또 차태문의 생일이기도 하다. 이 기쁘고 감동의 순간을 누구보다 좋아하셨을 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지만,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을 영전에 안겨 들릴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이번 대회 우승의 원동력은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었다. 6킬로그램을 감량했는데 평소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대회장이 해발 2천2백미터의 고산지대이기 때문이다. 평지였더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감량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대표팀 담당 코치인 신재현 코치와 소속팀 한승룡(나사렛대) 감독은 차태문의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체력을 강화시키면서 체중감량을 하는데 초점을 뒀다. 결과는 대성공. 3회전 내내 강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다. 그래서 우승직후 기자의 “3회전까지 지고 있었는데 두렵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체력에 자신이 있어 충분히 이길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라고 답할 정도였다.

차태문은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 이기거나 지고 있어도 늘 ‘전진’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전형적인 ‘수비’ 형태가 아닌, ‘공격형’이라는 뜻. 쉴새 없는 발놀림으로 상대를 흔들고 빈틈을 공격했다.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항상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는 차태문


또 하나의 특징은 수비도 ‘공격’으로 한다. 점수를 뒤지고 있는 선수를 반격하다보면 경고와 실점을 할 수 있는데, 차태문은 오히려 공격으로 상대에게 경고를 빼앗고 추가득점까지 얻는다.

차태문의 세계선수권 우승은 국내에 수많은 지방대 선수들에게 희망이 발차기다. 고교시절 금메달 한나가 전부였던 그는 메이저대학에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런 그를 나사렛대학에서 가능성을 보고 반장학생으로 스카우트를 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태권도는 룰이 바뀌었다. 전자호구가 전 세계적으로 도입된 것. 자연이 경기력 운용 형태가 바뀌었다. 그러면서 차태문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큰 신장에다 긴 다리. 차등득점제가 도입되면서 얼굴 기술이 좋은 차태문에게는 최고의 기회를 맞이했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차태문은 2011년 겨울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방대 무명선수가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 눈부신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보통선수들과 다른 ‘학다리’ 발놀림으로 잦은 얼굴득점으로 메이저 선수 여럿을 ‘멘붕’에 빠트렸다.

그런 그를 유심히 지켜본 김세혁 당시 국가대표팀 총감독(현 KTA 전무이사)은 “저 아이라면 다음 세계대회에 충분히 우승할 수 있겠다”라며 차태문을 올림픽 대표팀 이대훈의 스파링 파트너로 입촌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대훈은 세계 각국의 여러 선수들을 대비한 훈련을 하게 됐고, 차태문의 실력은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차태문의 가능성을 알아봐준 김세혁 전무이사와 그를 최상에 끌어올린 한승룡 감독과 함께


이듬해 차태문은 포천에서 열린 세계대학선수권대회 국가대표에 선발된 데 이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바늘구멍의 국내 국가대표 1진에 선발됐고, 해발 2천2백 미터에 놓인 푸에블라 최고의 시상대에 오를 수 있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경기장 관중석에서 그를 지켜보던 한승룡 감독은 감격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함께했던 동료 최연호 감독(조선대)이 한 감독을 얼싸안으며 함께 축하했다. 한 감독은 주위 여러 선수단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만 연발했다.

시상대에 오른 차태문은 어리둥절했다. 순수 그 자체였다. 우승이 어색하기만 했다. 세계 태권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고의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 부끄러운 듯한 어색한 미소만 계속 지었다.

졸업을 앞둔 차태문은 한국 남자 태권도 최고의 팀인 한국가스공사(감독 박종만)와 입단 계약을 마쳤다. 박종만 감독은 한국에서 차태문의 경기소식에 집중하면서 우승을 하자 “한국 태권도에 값진 금메달을 안겼다”며 축하 인사를 전해왔다.

차태문의 금빛 발차기는 감동의 드라마 그 자체였다.

[무카스미디어 = 푸에블라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차태문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푸에블라 #나사렛대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태권맘

    멋진 차태문선수와 지도자님께 축하를 드립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기쁘하시겠네요^^

    2013-07-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 축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태권도 실력으로 평가받는 멋진 선수,,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

    2013-07-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