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 한국 남자부 세계태권도선수권 4연패… 여자부는 사상 첫 ‘노메달’


  

천재파이터 박태준 남자 MVP 선정! 여자부 8체급 빈손 19위

남자부 종합시상. 한국이 2017 무주 대회 이후 4회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태권도가 50주년 기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웃고, 울었다. 종합성적만 두고서는 만족할 만한 기록을 세웠지만, 남자부와 여자부를 나누면 상반된 결과 때문에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달 29일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 주최로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리스털홀에서 막이 오른 ‘바쿠 2023 WT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4일 7일간의 열전을 마쳤다. 한국을 포함해 144개국 949명의 선수가 남녀 각 8체급 총 16체급에 출전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4일(현지시각) 한국은 남자 87㎏ 이상급에 출전한 배윤민(한국가스공사, 25)과 여자 -52㎏급 인수완(한국체육대, 1학년)이 각각 16강과 32강에서 탈락하면서 메달을 추가하지 못했다.

 

남녀 동반 우승에 도전한 한국 태권도 선수단은 지난대회에서 이어 또다시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남자부는 당초 기대 이상 활약해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로 2017년 무주 대회에 이어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여자부는 8체급 모두 8강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노메달에 그쳤다.

 

남자부는 대회 첫날 남자 -68kg급 ‘포스트 이대훈’ 진호준(수원시청)의 은메달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둘째날 -58kg급 배준서(강화군청)가 4년 만에 한 체급을 올려 통산 2회 우승을 한데 이어 셋째날 ‘신성’ 강상현(한체대)이 활약을 펼치며 18년 만에 -87kg급 정상을 되찾았다. 닷새째엔 경량급 차세대 기대주 박태준(경희대)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3개, 은메달 1개로 종합점수 448점을 획득한 한국 남자부는 압도적인 점수로 종합우승했다.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획득한 크로아티아가 217점으로 준우승, 터키(금1,동2=188점)가 3위 그리고 이탈리아(금1=140점)와 코트디부아르(금1=137점)가 그 뒤를 이었다.

남녀 MVP 시상. 

종합우승을 이끈 한국에서는 매경기 호쾌한 발차기와 박진남 넘치는 경기로 화제를 모은 남자 -54kg급 금메달리스트인 박태준이 남자부 MVP에 선정됐다. 종합우승을 견인한 안홍엽 코치(수원시청)가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았다.

 

여자부 성적은 참혹했다. 노메달에 그쳐 2회 연속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태권도 여자부가 세계태권도선수권에서 ‘노메달’은 1987년 바르셀로나 여자부 신설된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직전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노골드’를 기록해 종합순위 10위 밖으로 밀려난 데 이어 이번에는 19위(12점)를 기록했다. 열여덟번 대회를 치르는 종합우승을 놓친 것은 이번 대회를 포함에 세 번 뿐이다. 절반 이상 세대교체가 됐지만, 세계무대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여자부는 터키(금2, 동1=288점)가 종합우승을 차지하고, 프랑스(금2=256점), 크로아티아(금1, 동2=187점), 헝가리(금1=136점), 이란(금1=134점) 뒤를 이었다. 여자부 MVP -49kg급 우승을 차지한 터키 메르베 딘셀(MERVE DINCEL), 최우수지도자상은 터키 알리 사힌 감독이 각각 수상했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적인 세대교체 바람이 두드러졌다. 144개 출전 국가 중 24개국이 메달을 획득했다. 64명의 메달리스트 가운데 처음 세계선수권 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35명(54%)으로 과반에 이른다. 처음 챔피언 자리에 오른 선수도 남녀 최우수선수 박태준과 딘첼을 비롯해 절반 이상인 9명이다. 이들 중 다수는 24살 이하 선수들이다. 올해 서른 살로 노장인 코트디부아르 시세 살라는 다섯 번째 도전 끝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최우수심판상은 남자 아이만 아다르베(요르단)와 여자 한국인으로 브루나이에서 활동 중인 김병희 심판원이 각각 수상했다.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은 이번 대회에서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감투상을 받았고, 캐나다는 장려상을 받았다.

144개국 950여명이 참여한 선거에서 남녀 각각 2명의 전현직 선수가 WT 선수위원에 선출되어 조정원 총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대회 기간 실시한 선수위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선수위원으로 당선된 이대훈을 비롯해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이번 대회 헤비급 우승을 차지한 셰이크 시세 살라(코트디부아르, 30),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중국 태권도 여제 우징위(중국, 36), 코스타리카 서린 알바라도 등 남녀 4명에게 WT 조정원 총재가 임명장을 수여했다. 4년 임기를 시작한 이들은 곧 화상회의를 통해 남녀 각 1명의 위원장을 선출한다. 위원장은 자동으로 WT 집행위원으로 임명된다.

 

50주년 기념 세계선수권대회 성황리 개최, 심판판정 실수는 오점으로 남아

 

올해 세계선수권대회는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을 창설한 우리나라 국기원에서 개최한 이후 50주년을 맞은 매우 특별한 한해이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 대회인 만큼 개회식에 주최국 대통령이 참석하고, 대회 기간 중에는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했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13명의 난민 선수가 참가했다. 특히 WT와 태권도박애재단(THF)이 2016년부터 태권도 교육을 지원해온 요르단의 아즈락 난민 캠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예흐아 알고타니(19)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WT는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흥행에서도 새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대회 개막 후 6일 차인 지난 3일까지 기준 유튜브 스트리밍 생중계에 160만명 이상이 몰렸다.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WT 조정원 총재

조정원 WT 총재는 이날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번 대회를 평가하자면 10점 만점에 8.5점"이라고 자평했다. 특히 조 총재는 "WT가 난민 지원 등 활동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앞장서서 리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IOC도 각별히 고맙게 여긴다"라며 "상대적으로 경험 쌓기도 어렵고 정보도 어두운 난민 선수들이 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한국에 초청해 집중 훈련을 제공하거나 전문 코치를 지원하는 등 방안을 생각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10점을 채우지 못한 것은 일부 경기에 판정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선수의 메달 색깔이 바뀌고, 순위 결과가 바뀌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휴먼에러’가 없도록 더 많은 교육을 강화해야 하겠다. 이점이 이번 대회에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2025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최지인 중국이 폐막식에 대회기를 받아 휘날리고 있다. 

다음 대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WT 집행위원회 투표 결과에 따라 2025년 중국 우시에서 열린다.

 

[무카스미디어 = 아제르바이잔 바쿠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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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무술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를 통해 전 세계 60개국 현지 취재를 통해 태권도 보급 과정을 직접 취재로 확인.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대회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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