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태권도 중심지 스페인의 어제와 오늘

  


2005년 마드리드 세계선수권대회에 연일 5천명 이상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세계 태권도 보급사에 스페인은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나라이다. 유럽 태권도의 중심지면서 중흥을 이끈 강국이다. 한국과 외교관계에 있어서도 늘 태권도로 연결됐다. 유럽 태권도의 중심지 스페인을 <무카스>가 들여다봤다.

2005년 5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팔라시오 데 로스 데포르테스 체육관이 태권도 열기로 가득했다. 제17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리는데 연일 5천명 이상의 일반관중이 유료 입장권을 사들고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이를 목격한 많은 태권도인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종주국에서 외면 받는 태권도 경기가 스페인에서 만큼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스페인은 독일과 프랑스와 함께 유럽 태권도 부흥을 일으킨 중심국가다. 실력도 유럽은 물론 세계 최강이다. 한인 태권도 사범 진출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스페인이 유럽을 대표하는 태권도 강국으로 성장하기 까지는 한인 사범들이 있어 가능했다. 60년대 김재원 사범(마드리드)과 전영태 사범, 故 조홍식 사범, 최원철 목사(이상 바르셀로나) 등에 의해 시작됐다.

스페인 역시 초기 가라테와 유도 그늘에 가려 힘겹게 보급됐다. 1985년 체육성에 정식 인가를 받은 전까지는 가라테협회 산하분과로 활동했다. 이후 독자적으로 정식단체로 인정받으면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며 발전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스페인 내 체육종목 중 상위단체에 속한다.

85년부터 87년까지 스페인 전역에 한인사범이 무려 350여 명이나 활동했다. 유럽 내 한인 태권도 사범들의 전성시대가 스페인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스페인 내에서는 깔딸루니아주(州) 바르셀로나에서 주로 많은 사범들이 활동했다. 수도 마드리드는 10명 이하로 생각보다 활동이 많지 않았다.

또한 한인 태권도 사범들은 스페인 황태자를 비롯해 故 사마란치 전 IOC위원장의 아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에게도 태권도를 가르쳤다. 이밖에 군인, 경찰, 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 보급해 스페인 내 태권도 열풍을 일으켰다.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스페인에 한인사범이 많았던 것에 대해 이영우 사범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체류할 수 있는 비자가 쉽게 나왔다”며 “주변국가에서 활동하던 사범들도 많이 이주해 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인 사범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재스페인한인태권도협회(회장 서동찬, 마드리드)가 파악하고 있는 한인사범은 100명 이내다.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현지인들과 경쟁에서 밀리고, 물가가 상승으로 도장 운영에 대한 경쟁력이 예전만큼 좋지 않다.

결과적으로 한인 태권도 사범들이 스페인을 떠나고 있다. 젊은 지도자 발길도 끊어진지 오래다. 한인 태권도장 명맥도 끊어지고 있다. 그나마 바르셀로나 한글학교 조병수 이사장은 아버지 도장을 이어받아 한국문화를 알리고 있다.

강명희 사범(까딸로니아주 한인회장)은 “한국의 젊은 태권도 사범들의 진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범을 채용한다고 해도 생활할 만한 급여를 줄 수 없는 형편이다”며 “스페인에 한인 태권도 사범들의 명맥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페인 전역에 태권도장은 약1천6백여 곳 된다. 실제 협회에 등록된 도장수는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협회에 등록되지 않거나 유사 단체를 통해 활동하는 도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련인구는 약 13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단증은 오래전부터 자체 단증을 발급하고 있다. 국기원 단증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일부 선수들만 발급받는 정도다.

스페인태권도협회는 엄격한 ‘라이선스’ 제도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전국의 수련생과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정식 협회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매년 소인은 33유로(약 5만2천원), 성인은 40유로(약 6만4천원)를 각각 연회비로 지불해야 한다.

라이선스 비용에는 상해보험비가 포함되어 있다. 초단 심사를 보기위해서는 3년 연속 라이선스에 등록돼야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라이선스가 없는 수련생과 지도자는 스페인태권도협회 및 산하단체가 승인하는 대회와 행사 등에 일체 참가할 수 없다.

한편, 올해는 한국과 스페인 양국 간의 수교 60주년을 맞이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태권도 이외 한국에 대해 생각보다 잘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일환으로 얼마 전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수도 마드리드에서 한국을 알리고 양국 간의 우호증진을 위해 ‘문화제’가 열었다. 이 행사에 국기원시범단도 참가, 종주국의 멋진 태권도 실력을 선보여 현지인들에게 다시 한 번 태권도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바르셀로나 /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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