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택견꾼’ 서정민, 천하명인으로 등극

어머니와 함께 폐품 수거 종사, “천하명인은 최고의 효도”

제14회 한가위 택견명인전에서 서정민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지난 1일 부여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제14회 한가위 천하택견명인전’에서 서정민(28,서훈희)가 제14대 천하택견명인에 올랐다. 앞서 지난 5월 31일 ‘제10회 택견최고수전’에서 우승을 차지한터라 명실 공히 2009년도 최고의 택견꾼이다.

서정민 천하명인은 부산경호고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택견을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경기에 출전하여 체급별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하지만 무체급경기인 최고수, 천하명인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해 아쉬워했다. 그러다 지난 5월 관악산에서 열린 최고수전에서 최고수를 차지하며 그 여세를 몰아 천하명인까지 오른 것이다.

서 천하명인은 우승 직후 눈물을 글썽거렸다. 대회를 앞두고 머리를 짧게 깎는 등 남다른 각오를 다졌던 만큼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먼저 결승전에서 지난해 제9회 최고수전 결승에서 패했던 제13대 천하택견명인 김영진을 상대로 3:2로 승리한 기쁨이 컸다. 또한 준결승에서는 제8대 최고수와 제10대 천하명인을 지낸 김정수를 이김으로서 최근 수년간 택견판을 휘잡은 최강의 선수를 모두 넘었다.

그의 눈물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양산대학을 졸업한 서정민은 군대에 다녀 온 후 이른바 3D직업 중에서도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2.5톤 트럭을 운전하며 부산, 경남 일대의 폐품을 수거해 고물상에 넘기는 일이다. 분명 대학을 나온 젊은이가 꺼려할 법한 일이다. 하지만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혼자 그 일을 하는 어머니를 차마 볼 수 없어 시작한 것이다. 그런 어머니께 택견 최고의 영예를 선물하게 된 것이 그에게 가장 큰 보람이었다.

지난 5월 최고수에 오르며 언론으로부터 많은 조명을 받았다. 서 천하명인이 어머니와 함께 폐품 수집을 하는 효자 택견꾼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당시 사연을 알게 된 부산시택견연합회장인 KJI공업 홍기진 사장은 서 천하명인에게 재정후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에는 이번 제14회 천하택견명인전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해야 한다는 꼬리가 붙어있었다. 이는 훈련을 열심히 하라는 홍 회장의 배려였다. 결국 그는 당당하게 천하명인을 차지함으로서 주위의 성원과 관심에 확실하게 보답했고, 홍 회장의 후원아래 안정적으로 택견훈련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서정민은 “천하명인에 올랐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대진도 그렇고, 경기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실력보다는 운이 많이 따랐기 때문에 천하명인에 올랐다. 지난 봄 최고수에 오를 때도 그랬다. 2009년도에 나를 위한 해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택견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1980년 중반부터 중흥운동이 일어나 지금은 150여 만 명의 동호인을 비롯해 세계 20여 개국에도 보급되어 있다. 1998년 국민생활체육회 정 가맹에 이어 2007년 대한체육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택견은 전국규모대회만 연간 12개가 개최되고 있다. 그 중 체급과 종별의 구분 없이 최강의 선수 한명을 선발하는 대회가 택견최고수전과 천하택견명인전이다.

(사진제공 : 대한택견연맹)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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