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교수의 '마이웨이', "전주대는 가능성 200%"

  

11년간 엘리트 코치로 활동, 9월 1일 전주대 체육학부 태권도전공 교수로 임용


9월 1일 전주대 태권도전공 교수로 정식 임용된 김봉석 전 감독


2004년 2월 25일 태권도국가대표 최종선발전. 28명의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 선수들이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제17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놓고 접전을 벌였다. 한체대는 12체급 중 6체급 결승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내 5체급에서 2위를 차지했다. 남자부 라이트급 결승에 진출한 마지막 희망 김길성이 엎치락뒤치락 4대 4 동점을 이뤘지만, 마찬가지 우세로 패했다. ‘국가대표 2진만 6명’. 이날은 한체대 태권도학과 설립이후 ‘최악의 날’로 기록됐다.

모두들 내색은 안했지만, 불똥은 고스란히 지도자에게 돌아갔다. 당시 부임 2년째를 맞은 김봉석 코치(35) 역시 책임의 화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몇몇 동문들은 “치욕스럽다” “망신이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한체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죽고 싶었죠. 끔찍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김 코치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하지만 이내 “최고 선수를 키워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남자 +87kg급과 여자 -67kg급에서 한국체대의 차동민과 황경선이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 코치는 감동의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관중석에서나마 자기가 금메달을 딴 마냥 기뻐했다. 한체대에서 지도자 임기 5년을 마치고 새로운 인생계획을 세워야했던, 2007년 9월까지만 해도 두 선수는 김 코치의 제자였기에 기쁨은 더했다. 이런 본인의 공을 조금 끄집어내려하자 그는 “두 선수를 위해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국 맨체스터에서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는 것까지의 훈련이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은 저의 공이 아닙니다. 여러 한체대 교수들이 일궈낸 노력의 성과입니다”라며 자기를 낮췄다. 이루고자 했던 작은 꿈을 이루었기에 누구의 공인지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차동민, 황경선을 조각한 숨은 공신이 누구인지.

지도자의 자리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2008년 2월. 전주대학교에서 조심스런 러브콜을 보내왔다. ‘전주대 태권도선수단을 위해 내려와 주실 수 있습니까?’ 주변사람들은 “왜 내려가느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며 뜯어 말렸다. 하지만 그는 “가능성 200%의 학교”라고 외치며 전주행을 택했다. 태권도팀 감독이기는 하지만 정식 교수가 아니었고, 또 시간강사라는 불안정한 신분이었음에도 그는 ‘나라면 할 수 있다’를 수백 번 곱씹었다. 이와 동시에 팬암, 유럽 등지에서 생활여건이 보장되는 국가대표팀 감독직도 제의받았지만 그의 심지는 곧았다.


선수들과 훈련중에 지시를 내리고 있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대학 팀을 맡겠다는 그의 자신감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 즉, 달리 말하면 그는 지도력만큼은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서울체고(1997. 1), 홍익디자인고(1999. 12), 한체대(2002. 9)를 거치며 엘리트 지도자 과정을 밟았고, 이미 사회의 평가는 그를 ‘젊은 명장’으로 만들어 놨다. 한체대 5년의 코치 생활은 서랍 속에 사직서를 써놓고 다니던 시기였음에도 선수들만 보면 마음의 갈등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경기장에서는 “생각해야해, 움직여야해, 집중해”를 연신 외쳐대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선수들과는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며, 눈빛만 마주쳐도 자신의 생각이 전달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은 그의 훈련 철학이었다. “2006년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결승전 10여초를 남기고, 1점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얼굴 한 점이면 역전이 가능했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선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무심결에 눈자위를 위로 잠깐 올렸는데, 그대로 얼굴에 내려찍기를 꽂아 넣었죠. 통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웃음).” 유영대, 권은경, 황경선, 차동민 탄생의 주역은 이렇게 선수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국가대표 제조기로 변모했다.

2009년 9월 1일. 김봉석 전주대학교 태권도팀 감독이 전주대학교 체육학부 태권도전공 교수로 정식 임용됐다.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판에 박힌 소감 대신 색다른 포부를 밝혔다. “교수가 되었다는 것보다,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기뻐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전주대 태권도학과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최고 선수로 육성하느냐, 또 무엇을 내세우면서 전주대를 태권도 명문학교로 끌어 올리느냐를 놓고 또 한바탕 치열한 싸움을 펼치려고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김봉석 교수는 12년간 현장 지도자 생활에서 얻은 젊은 시각을 기자에게 전했다. “‘우리가 더 잘했는데’라며 1등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대표는 꼭 우리만 돼야한다’ 하고, ‘우리가 이기면 금메달, 남이 이기면 도둑질했다’고 하는 ‘팀 이기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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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하드립니다.

    항상 시합장에서 보면 생각하는 태권도를 추구하게 만드는것 같아 한국체대 선수들이
    부러웠습니다. 움직이라며 생각하라며, 다른 지도자들은 선택없은 공격기술을 요구하지만
    김봉석 교수님은 그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기술을 요구했지요..
    아무쪼록 축하드리며, 전주대의 번성을 기원합니다.

    2009-09-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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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인

    이런분들이 태권도세계에 꼭 필요하신 분인것같습니다...

    2009-09-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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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굳 존경

    훈훈해지네요 마음이

    2009-09-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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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대단하네요

    이런분들이 태권도계로 진출해야죠,, 제도권에 정말 축하합니다. 정말로요
    전주대가 이제 성장하겠네요,,,무카스의 관심이 시작되는군요

    2009-09-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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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하드립니다

    교수임용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하시더니 결국 뜻을 이루셨네요,,앞으로도 좋은 모습 기대합니다. 미국에서 ...

    2009-09-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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