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태권도, 세계여자오픈 동메달 2개… 아시안게임 앞두고 드러난 과제
발행일자 : 2026-08-30 18:56:56
[한혜진 / press@mookas.com]

김유진, 요르단 신예 파디아 키르판에 1-2 역전패… 홍효림은 올림픽 챔피언 꺾고 동메달
한국 여자 태권도가 세계여자오픈 이틀간 ‘노메달’ 침묵 끝에 마지막 날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을 앞둔 국가대표팀의 실전 점검이라는 측면에서는 메달보다 ‘과제’가 더 선명하게 남았다.
30일 중국 산시성 타이위안 산시스포츠센터에서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 주최로 열린 ‘타이위안 2026 세계태권도여자오픈챔피언십’ 마지막 날 여자 -57kg급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과 -67kg급 홍효림(용인대)이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다.
대회 둘째 날까지 메달을 얻지 못했던 한국은 마지막 날 두 개의 동메달을 추가하며 대회를 마쳤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유진은 준결승에서 요르단의 18세 신예 파디아 키르판(Fadia KHIRFAN)에게 라운드 스코어 1-2로 역전패했다.
1회전 상대 감점으로 선취점을 얻은 뒤 좀처럼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지만, 경기 막판 머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4-0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2회전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몸통 공격을 연이어 허용했고, 주특기인 오른발 머리 공격도 좀처럼 유효타로 연결되지 않았다. 경기 막판 머리 공격으로 추격했지만 앞서 내준 점수를 만회하지 못하면서 7-9로 내줬다.
마지막 3회전에서도 김유진은 적극적으로 머리 공격을 시도했지만, 빈 공간을 파고드는 키르판의 몸통 공격에 고전했다. 중반 머리 공격으로 추격했지만 경기 종반 몸통 공격을 연이어 허용한 데 이어 넘어져 감점까지 받으면서 3-12로 패했다.
김유진을 꺾은 키르판은 지난해부터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요르단의 차세대 주자다. 2007년생으로 2025 우시 세계선수권 -57kg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당시에도 준결승에서 김유진과 맞붙어 0-2로 패했지만, 10개월 만의 재대결에서는 2-1 역전승을 거두며 설욕했다. 기세를 이어간 키르판은 결승에서 튀르키예의 차이마 투미를 꺾고 정상까지 올랐다.
김유진은 앞선 8강에서는 2024 파리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지(Kimia ALIZADEH ZENOZI·불가리아)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1회전을 2-5로 내준 뒤 2회전을 7-4로 가져왔고, 마지막 3회전 종료 8초를 남기고 상대 공격을 오른발 돌려차기로 받아쳐 결정적인 득점을 올리며 라운드 스코어 2-1로 승리했다.
개인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67kg급 홍효림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준결승에서 그리스의 스틸리아니 마렌타키(Styliani MARENTAKI)에게 라운드 스코어 0-2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1회전은 감점으로 선취점을 내준 데 이어 몸통 공격을 연거푸 허용하며 0-8로 내줬다. 2회전에서는 상대의 압박에 맞서 몸통 공격을 주고받으며 4-4까지 따라붙었지만, 이후 연속으로 몸통 공격을 허용하며 다시 점수 차가 벌어졌다. 경기 막판 추격에 나섰지만 넘어지면서 감점까지 받아 4-10으로 패했다.

홍효림의 이번 동메달은 메달 색깔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16강에서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향해 -67kg급 태극마크를 놓고 경쟁 중인 곽민주(한국체대)와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쳤다.
1회전은 홍효림이 발 빠른 움직임과 몸통·머리 공격을 앞세워 13-2로 압도했다. 그러나 곽민주가 2회전 오른발 머리 공격을 시작으로 연속 득점하며 10-2로 승리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운명이 갈린 마지막 3회전은 접전이었다. 2-2로 맞선 상황에서 홍효림이 왼발 몸통 공격과 오른발 돌려차기로 앞서나갔다. 곽민주도 끝까지 추격했지만 추가 득점에 실패하면서 홍효림이 7-5로 신승했다.
기세를 올린 홍효림은 8강에서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테아 옐리치(Matea JELIC·크로아티아)마저 라운드 스코어 2-1로 꺾었다. 마지막 3회전을 10-4로 잡아내며 준결승에 올라 메달을 확보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8체급에 총 9명이 출전했다. 국가대표로는 -46kg급 이유민(관악고), -49kg급 김향기(한국체대), -57kg급 김유진, -67kg급 곽민주, +73kg급 송다빈(울산광역시체육회)이 출전했다.
이와 함께 -46kg급 신수인(용인대), -49kg급 이시우(용인대), -62kg급 이가은(한국체대), -67kg급 홍효림 등도 개인 자격으로 출전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국제 경쟁력을 점검했다.
이번 대회는 여성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출전 기회 확대를 위해 WT가 창설한 ‘G4’ 등급 국제대회다.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첫 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해 적도기니 말라보에서 두 번째 대회가 열렸다.
올해 타이위안 대회에는 58개국과 WT 난민팀에서 총 391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챔피언을 비롯한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여자 태권도의 국제 경쟁 구도를 확인하는 무대가 됐다.
한국에 이번 대회 결과는 단순히 ‘동메달 2개’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실전 감각 점검에 나선 국가대표 5명 가운데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김유진이 유일했다. 올림픽 챔피언 김유진 역시 파리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특히 주특기인 머리 공격의 성공률이 떨어졌고, 공격 과정에서 열린 몸통을 상대에게 내주는 장면이 반복됐다. 승부처인 3회전으로 갈수록 움직임이 떨어지는 모습도 나타나면서 체력과 경기 운영에서도 보완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대표팀 전체적으로도 아쉬운 장면이 적지 않았다. 일부 경기에서는 점수 차가 벌어진 뒤 경기 종료 직전까지 승부를 뒤집기 위해 전력을 쏟는 집중력과 적극성이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한 번의 기회를 만들려는 승부욕이 상대 선수들에 비해 부족해 보이는 경기들도 있었다.
최근 태권도는 기술에 따라 1점부터 최대 6점까지 얻을 수 있고, 경기 종료 10초를 남기고 고의성이 인정되는 한계선 이탈이나 넘어짐에는 상대에게 2점이 주어진다. 불과 몇 초 만에도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를 몰아붙이는 집중력은 세계 정상에서 경쟁하기 위한 기본이다.
반면 개최국 중국은 세대교체에 나선 젊은 선수들이 8체급 가운데 3체급을 석권하며 강세를 보였다. 홈 이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적극적인 공격과 강한 승부욕을 앞세웠고, 여자부에서 두꺼운 선수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과거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국가들의 성장세도 뚜렷했다. 기술과 체력에서 더 이상 쉽게 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불리한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공격의 강도를 유지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이번 한 대회의 결과만으로 한국 여자 대표팀 전체의 경쟁력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국제대회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경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난 약점은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기술과 체력, 전술적인 보완과 함께 경기 종료 직전까지 승부를 놓지 않는 집중력과 승부욕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타이위안에서 얻은 두 개의 동메달보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과제’가 한국 여자 태권도에는 더 중요해 보인다.
◇ 2026 세계태권도여자오픈챔피언십 체급별 입상자
▲ -46kg
① 파라 투자니(모로코) ② 왕스이(중국) ③ 예샤오팅(중국), 비올레타 디아스 아리바스(스페인)
▲ -49kg
① 푸샤오루(중국) ② 왕제링(대만) ③ 리미쉐(중국), 엘리프 수데 악귈(튀르키예)
▲ -53kg
① 왕샤오루(중국) ② 쭤쥐(중국) ③ 류쯔쉬안(중국), 오자나 라디치(크로아티아)
▲ -57kg
① 파디아 키르판(요르단) ② 차이마 투미(튀니지) ③ 김유진(한국), 샤보나 압두발리예바(우즈베키스탄)
▲ -62kg
① 선쯔눠(중국) ② 소피아 모틀로흐(러시아) ③ 우산산(중국), 밀랴나 렐리치(북마케도니아)
▲ -67kg
① 사가르 모라디 셰이클라르(이란) ② 스틸리아니 마렌타키(그리스) ③ 알렉산드라 페리시치(세르비아), 홍효림(한국)
▲ -73kg
① 사라 샤리(벨기에) ② 아나스타시아 코스미체바(러시아) ③ 나디차 보자니치(세르비아), 천쉬옌(중국)
▲ +73kg
① 로렌 윌리엄스(영국) ② 하나 자린카마르 루드바리(이란) ③ 로레나 브란들(독일), 이로다 미르타지예바(우즈베키스탄)
[중국 타이위안 = 무카스미디어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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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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