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칼럼] 이제는 거품을 뺄 시간


  

이제는 거품을 뺄 시간이다. 흰 도복의 자연인으로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비판은 쉬운 일이지만, 비판을 이겨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할 때, 생산적 활동으로 채워야 하는 삶의 여정에, 비판이라는 잉여의 결과물만 채우게 된다. 물론 합리적 비판은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사람의 혜안이 타인의 감정선까지 오롯이 이해하기란 어려우므로, 비판을 일삼는 대부분은, 역으로 비판을 받을 때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싸움의 스탠스를 취하게 된다. 비판도 못 견디면서 무엇을 하겠냐며 떠들었던 이들 대부분은 정작 비판 앞에서 합리적 반론이 아닌, 이성을 내팽개쳐버리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비판을 받으면서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마이클 볼튼의 일화를 보면, 표절 의혹 소송으로 인생에 있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도 새 앨범을 만들어낸다. 창조적 결과물을 만드는 직업은, 심신의 안정을 절대적으로 우선시해야 하므로, 위기 속에서도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해내는 모습은, 그의 삶을 단편적으로 유추하게 된다.

 

송기성 사범님을 안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가깝게 지내게 된 건 3개월쯤이다. 잠시 들리면 집처럼 편히 있으라고 한다. 농담도 잘하고 다육이를 사랑할 만큼 삶의 여유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40대란 사실이 무색할 만큼 동안이고, 날씬한 체구의 남자쯤으로 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삶을 한 발짝 더 가까이서 보면, 묵묵함으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비가 오나, 감정의 변화,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삶의 굴곡들 앞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낸다. 물론 그가 비판을 받은 삶이란 뜻은 아니다. 그러나 큰 업적을 만들어내는 다수의 사람은, 정제되지 못하고 시기심으로 가득한 타인의 비판 앞에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산다.

 

호주 교환학생 시절 영어를 어렵게 공부를 하던 중, 같은 학교 한인 한 분이 내게 영어를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비가 오는 새벽, 기숙사 창문을 두들기면서 빨리 일어나서 영어를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하려면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해야 할 일을 끈질기게 매일 해야 해”라고 말해주었다. 이 충고는 여전히 나의 삶에 큰 울림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내 눈앞에서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을 목격하는 순간, 존경심으로 대하게 된다. 면밀하게 바라보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삶의 패턴은 동일하다. 자신이 맞는다고 여기는 가치를, 매일, 반복적으로 끝까지 해내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허무를 조금 늦게 깨달아서인지, 관계를 확장하는데 관심이 시들었다. 그 대신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과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서해쪽 바다가 다 그렇진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동해보다는 탁하다. 그래서 그런지 파도의 거품이 오래 간다.

 

송기성 사범님의 삶 전체를 관통해보면 ‘대단하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런데 이 남자가 필자에게 있어 꽤 매력적인 건 거품이 없다는 것이다. 동네 형처럼 다정하고, 짓궂은 농담도 잘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 능력도 뛰어나다. 어쭙잖은 겸손이라면 쉽게 보였을 텐데, 스스로가 그 거품을 단호하게 빼버린 것 같다.

 

많은 태권도 사범님들을 만나다 보면, 종종 의도치 않게 그 거품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직업적 회의감을 들 때가 있다. 겸손을 가르치면서 겸손보다 계산이 빠르고, 관계를 잘하라고 가르치면서 자신의 작은 손실 앞에 혈기를 드러내고, 모든 것을 타인의 문제로 돌려버린다.

 

영화 ‘살아있다’ 말미에, 유아인과 박신혜가 옥상으로 구조헬기를 타기 위하여 가는 장면이 있다. 좀비들에게 물어뜯길지 모르지만, 결국 이렇게 죽으나 굶어 죽으나 같다고 판단하여,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간다. 결국, 구조헬기를 타고 무사히 탈출한다.

 

코로나로 인해 제도권을 비판하고, 코로나 이전에는 옆도장을 비판하기 바빴지만, 결국은 본인이 옥상까지 탈출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누구도 우리에게 손 뻗어주지 않는다. 결국은 우리 스스로가 해야 하는 것이 전부다. 국가도, 협회도, 친한 형도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에, 쓸모없는 비판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이것이 전부 거품 같은 모습이다.

국제시합 입상 후, 송기성 사범님. 수원 영통에서 KHH품새 입시학원을 운영 중이다.

올해 국가대표 품새 코치로 선발되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었다고, 허탈하게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은 사회적 명예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리고 여전히 편안하지만, 시간 되면 자기 일을 해내는 ‘송기성’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학생들이 그에게 운동을 배운다면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거품은 무엇일까? 그 먼지 같고 덧없는 것들을 걸쳐있고 자랑했던 나는 없었을까? 그간 많이 노력했지만, 단호히 거품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자연인으로서 존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거품을 뺄 시간이다. 관원 수 자랑하지 말고, 노력으로 얻은 사회적 명예도 내려놓고, 흰 도복을 입은 자연인으로서 함께 어울리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성공하고 싶다면, 비판하는 쪽이 아닌, 비판을 이기는 쪽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직하게 자신의 해야 하는 분량을 이런저런 핑계와 상관없이 해나가는 송기성 사범님처럼 살면 된다. 거기에 거품까지 걷어낸다면 천하일품이 될 것이다. 우리의 성공이 타인에게도 만족을 줄 거라는 착각을 내려놓는다면, 이 사회가 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성공적인 삶이 될 것이다.

 

다 부질없음을 전제로, 최선을 다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성공일지 모른다. 사실 우리 모두 흰 도복을 입은 처음의 순간,  그러한 마음가짐이었다.

 
 

[글. 정준철  관장 = 긍휼태권도장  ㅣbambe72@naver.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준철
긍휼태권도장 관장

브랜드발전소'등불'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TMP격파팀 소속
<도장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송기성 #KHH태권도스포테인먼트 #국가대표품새 #이주영선수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무도인

    글의 내용이 좋습니다.
    지도자로서, 또 자신을 수양하는 태권도인으로서 한번 더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빕니다.

    2020-08-19 11:44:09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공감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제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것 같습니다.
    이 글을 자주 읽어야겠네요

    2020-08-06 13:12:20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동네바보형

    읽으며 많은 공감 하고갑니다

    2020-08-06 09:29:34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허세장들

    전통무예단체장들도 거품을 뺄시간이다

    2020-08-05 19:30:10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블랙벨투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2020-08-05 15:43:43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태권형제

    멋지고 감동적인 칼럼입니다. 계속해서 응원하겠습니다..~!

    2020-08-05 15:32:58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태권사랑

    글을보다보니..나자신에대한'돌아봄'을끌어내네요^^

    2020-08-05 15:13:02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송이버섯

    멋진 글 잘 봤습니다~

    2020-08-05 14:56:22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