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칼럼] 사실, '실전 태권도'는 없다! 그저 '태.권.도'이다!


  

[치고! 막고! 이동희의 주먹 이야기] 실전태권도 이동희 사범의 주관적인 태권도 이야기

<무카스>에 내가 게재하는 첫 글이다. 처음 기고 의뢰를 받고 사실 조금 당황 했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냉큼 수락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니 어느 정도 부담감도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와 같은 내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별 부담 없이 내가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어차피 내 공간에서 내 말을 하는데 눈치 볼 것이 무엇이랴!

 

그러나 <무카스>는 많은 사람이 보는 공간이며 대한민국 무술계의 플랫폼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러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그래서 고민 끝에 그저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옳고 그름, 맞다 맞지 않다가 아닌, 그저 지금까지 내가 고민하고 연구하고 일을 하며 깨달은 것들, 생각한 것들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글을 게재하자고 생각하니 맘이 편해졌다.

 

나는 태권도 사범이다.

 

세간에는 '실전 태권도'라는 단어를 유행시키고 대표하는 사람으로 알려짓 듯하다. 내가 하는 일이 이렇다 보니 결국 태권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듯하다.

 

그럼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실전태권도'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일단, 실전태권도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다음 편들에 글을 이어서 써 내려갈 수 있겠다.

작년이다. 대한태권도협회에서 주관하는 전문 지도자 교육 세미나에서 필자는 실전태권도 분야를 맡아 교육을 했다. 많은 분이 참여하셨는데 젊은 사범님들은 물론이고 연세가 있으신 선배 사범님들도 교육에 참여해주셨다.

 

교육이 끝나고 식사 시간이 되어 이동하는 중 저 앞에서 필자의 교육을 받은 젊은 사범님 한 분과 연세가 지긋하신 사범님 한 분이 서로 대화를 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옆을 지나며 들어보니 연세가 있으신 사범님께서 젊은 사범님께(아마도 제자인 듯싶다.) 열변을 토하고 계셨다.

 

“실전태권도라는 것은 없다! 우리가 하는 것은 그저 태권도이고! 그게 다 실전인게라!”

 

젊은 사범님께서는 그 옆을 지나는 필자를 발견하고는 당황한 듯 우물쭈물하고 있었고, 선배 사범님께서도 약간 놀라신 듯했지만 계속 말씀을 이어가셨다.

 

순식간에 그 옆을 지나고는 함께 걷던 익스트림 태권도 미르메 대표인 신민철 사범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음! 맞는 말씀이시지!”

 

필자의 생각도 선배 사범님의 생각과 같다.

 

사실 실전태권도라는 것은 없다. 그저 태권도가 있을 뿐이다.

 

태권도는 격투 기술체계이다. 그 자체가 실전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만약 실전태권도라는 것이 따로 있다면 다른 태권도는 실전이 아니란 말인가? 아니다. 모두 같은 태권도이다.

 

단지 그 안에서 각자의 영역(분야)에서 열심히 수련하고 활동을 하는 것뿐이다.

 

태권도라는 격투 기술체계를 이용해서 경기 겨루기도 하고, 품새도 하고, 시범 공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응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태권체조도 나오고 줄넘기도 나오게 되었다.

 

물론 태권도는 무술이고, 무술의 본질은 격투이다. 이 정체성만큼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 정체성만 제대로 지키고 간다면 그다음에는 이것을 어떻게 응용을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이 그렇다. 진지하게 무게를 잡으며 격투 기능만 중시한다면 누가 하고 싶겠는가!

 

태권도 수련자들을 보면 어린아이부터 성인들까지, 솔직히 말하면 무술(격투)과는 정서적으로 별 상관도 없고 할 수도 없는 분들도 많은 듯하다.

 

예를 들어 우리 주위에 쉽게 볼 수 있는 품새와 태권체조를 열심히 하는 어여쁜 태권도 전공자 학생을 떠올려 보자. 이 학생은 분명 태권도를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즐겁게 수련하고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 학생이 만약 격투 시합을 나간다면? 혹시 길에서 싸운다면?

 

왠지 모르게 그런 것이 안 어울리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리고 싸워봐야 힘도 한 번 못 쓰고 질 것 같은 그런 사람이지 않은가? 지금 필자의 글을 보고 주위에서 그런 태권도인을 어렵지 않게 떠올려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런 수련생은 격투(무술)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다. 적어도 현재는(수련에 의해 바뀔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것이 바로 타 격투분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태권도라는 문화의 힘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 그 어떤 누가 와도 배울 것이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열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필자는 그 와중에 태권도의 격투 기능적인 부분에 집중을 했다. 초등학생 시절 겨루기 선수를 할 때부터 의문이었다.

 

‘품새나 기본동작을 보면 손기술도 많은데 이걸 왜 못 사용할까?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의식은 청소년 시절 품새 선수 및 시범단 생활을 하면서도 이어졌다. 한때 필자는 품새 선수로서 나름 결과를 크게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고등학생 3학년 때인 2006년도에는 필자의 품새 선수로서의 최전성기로 초, 중, 고, 대학, 일반 통틀어 대한태권도협회에서 선정한 랭킹 1위였다.

이때의 추억과 전적은 아직도 나의 가장 큰 자부심 중 하나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부심과는 별개로 나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있었으니,,,. 이것이 필자가 성인이 되자마자 잘 하고 있던 품새 선수 및 시범 생활을 끝내고 격투기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필자의 마음을 계속 건드렸던 것은 다음과 같다.

 

당시 나는 품새에 자신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와도 붙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것은 내가 정말로 최고라는 생각 때문이라기보단 그만큼 열심히 수련했고, 품새를 통해 나를 표현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기면 좋지만 져도 그런가 보다 했고, 바로 다음날 또 겨룬다면 내가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 품새에 대해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고 열심히 수련하던 내가 주먹 지르기를 과연 얼마나 열심히 했을까? 개수로만 따지면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모든 품새 선수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복싱 1년 한 사람이랑 주먹으로 붙으면 내가 지겠지...?’

 

필자는 위에 언급했다시피 품새 선수 이전에 겨루기 선수를 했었다. 그래서 안다. 그저 동작을 하는 것이랑 그것을 실제 함께 겨루는 상대에게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내가 아무리 품새로 날고 기어봐야 그것으로 ‘잘 싸울 수 있다’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당시 필자는 태권도 수련을 십 년이 넘게 해오고 있던 차였다. 아무리 태권도가 발기술로 겨루는 위주로 발달되어 있다고 해도 손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분명 손기술이 있고, 그래도 십 년이 넘게 수련을 해왔으면 적어도 복싱 1년 한 사람에게 지지는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본질에 대해 계속 파고들었다.

 

태권도는 무술이다.

품새는 공격과 방어의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격과 방어는 결국 상대와 겨루는(싸우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품새를 잘 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와도 잘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난 그걸 못한다.

 

아... 이게 뭐란 말인가.

 

그 수없이 했던 주먹 지르기(그 외에 수많은 손기술 등)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멋진 도복 소리를 위해서였나.

반짝이는 금메달을 위해서였나.

아니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이었나.

 

물론 이것도 옳다.

 

품새를 하며 나의 몸을 내 의지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며 오는 기쁨은 정말로 멋진 것이다.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리고 선수가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당연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3 수험생이 대학을 목표로 하는 것이 뭐 잘못된 것이 있나? 아니다. 오히려 독려해줘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필자는 '스승복'을 비롯한 여러 인복이 있었고, 그리고 스스로도 운이 좋아 위에 나열된 여러 목표들을 내 기준선 상에선 이룰 수 있었다.

 

결국, 필자는 계속 길을 유지하면 어쩌면 보장될 수도 있었던 창창대로의 품새 선수로서의 길, 시범단으로서의 길을 과감히 포기하기에 이른다.

 

나중에 나의 제자가 “사범님! 태권도 주먹 지르기로 어떻게 싸우나요?”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막힘이 없는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이런 질문에 대고 ‘태권도는 정신 수양의 길을 중시한다.’라던가 ‘발기술 위주로 발전했다.’와 같이 말을 돌리는 답변만 할 수는 없었다.

 

아니, 분명 기술 체계에 공격 기술이라 해놓고 주먹 기술이 떡 하니 있는데. 이걸로 공격하는 법을 모르는 품새 랭킹 1위라니!

 

이렇게 나만의 태권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 다음편은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전교생을 모아놓고 동아리장이 동아리 회원 모집을 위해 강단에 나가 동아리 소개를 할 때였다. 이때 필자 또한 동아리장이라 동아리 소개를 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분! 우리 경희대학교 최고의 태권도학과 맞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저기 어디 태국의 어떤 무에타이 학교 같은 곳에서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너무 멋집니다. 그래서 서로 대련으로 교류하고 싶습니다!’라고 했을 때, 누가 나와서 붙을 겁니까? 어떤 동아리가 나설 겁니까? 그럴 수 있는 사람 있습니까?”

 

[글 = 이동희 사범 ㅣ jsrclu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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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이동희 태권도 관장
이동희 실전태권도 저자
실전태권도 수련회, 강진회强盡會 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태권도 #실전태권도 #이동희 #칼럼 #K타이거즈 #품새 #겨루기 #대한태권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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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사범

    이동희사범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태권도를 지도하는 방법과 수련방법의 변화 때문인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신체의 단련을 통해 기술의 체득했습니다. 현재는 생활환경의 변화와 무예에 대한 인식의 변화등으로 태권도를 지도하는것이 아니고 인성을 교육하는곳이 도장으로 변경되었지요. 태권도의 기술 하나 하나는 실전의 기술이면 실전기술이 태권도입니다. 태권도 기술을 연구하는 이동희사범님을 응원합니다.

    2019-04-24 21:56:11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이동희

      응원 감사드립니다^^
      태권도의 인식이 바뀌는 그날까지, 그 이후로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2019-04-25 20:24:14 신고

      0
  • 환적

    무카스에서 글을 연재하시게 되었네요.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좋을 글 부탁드릴께요^^

    2019-04-24 21:06:41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이동희

      감사합니다! 환적님! ^^

      2019-04-25 20:25:44 신고

      0
  • 현동

    좋은글 잘 보고갑니다. 앞으로 글이 기대되네요 ㅎ

    2019-04-24 21:04:37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이동희

      감사합니다 현동님! 앞으로도 좋은 글을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2019-04-25 20:25: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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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탈

    어려운 길이지만 포기하지말고 끝까지 결실을 봤으면 합니다. 태권도에 실전이란 말이 사라질 때 까지요.

    2019-04-24 16:03:46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이동희

      어렵지만 함께 하는 분들이 있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결실을 보겠습니다!

      2019-04-25 20:26: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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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재성

    항상 멀리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사범님.
    화이팅!

    2019-04-23 18:45:05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이동희

      감사합니다. 저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

      2019-04-23 20:5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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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범

    훌륭합니다.

    2019-04-23 18:33:27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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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을 남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9-04-23 20:59: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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