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파소 선인, 고구려 국상(國相) 되어 세상 치화

  

정현축의 국선도 이야기 12


《천부경》《삼일신고》《참전계경》은 우리 민족의 3대 경전이자, 국선도의 3대 경전이기도 하다.(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7회 칼럼 ‘천부경’에서 언급하였다.) 그 중에서도《참전계경(參佺戒經)》을 세상에 전한 분은 고구려의 선인(仙人) 을파소(乙巴素, ?~203) 선생이시다.

선생은 일찍이 평안북도 묘향산맥 가운데 하나인 백운산 깊은 석굴에서 하늘에 기도하다가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성령(聖靈)으로부터 ‘천서(天書)’을 얻었다. 이를《참전계경(參佺戒經)》이라 이름 하였는데 ‘참전(參佺)’이라 함은 ‘사람으로서 온전함을 꾀한다’는 뜻이다.

《고기(古記)》에 따르면 “조화경(造化經), 교화경(敎化經), 치화경(治化經)이라 하는 ‘삼화경(三化經)’이 있는데, 단군 왕검께서 《참전계경》366훈(訓)으로 가르쳐 뭇 백성을 치화(治化)하셨던 것이므로, 《참전계경》을 ‘치화경(治化經)’이라 한다. 한때 연(燕)나라 등의 침략 병화(兵禍)를 당해 잠적되었던 것을, 을파소 선인의 지극 정성 수행 기도로 말미암아 다시 세상에 전해지게 된 것이었다.

《참전계경(參佺戒經)》은 ‘8가지 강령(綱領)’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8가지 진리의 말씀(8理訓)’이라고도 하며, 여기에는 총 366가지 진리의 가르침이 들어 있다.

여덟가지 진리의 가르침 - 8理訓

머리글 성령(聖靈)
제1장 성(誠)
제2장 신(信)
제3장 애(愛)
제4장 제(濟)
제5장 화(禍)
제6장 복(福)
제7장 보(報)
제8장 응(應)

을파소 선인은 이같은 천서(天書)를 얻어 수학정진(修學精進)하며, 깨달음마다 낱낱이 주서(註書)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신시(神市) 이화세계(理化世界)에 8훈(八訓)을 날줄(經度)로 하고, 5사(五事)를 씨줄(緯度)로 하여, 그 교화가 크게 행하여져 홍익제물(弘益祭物)하였으니, 참전(參佺)의 이룬 바가 아닌 것이 없다.”

또한 《참전계경(參佺戒經)》이라 함은 ‘대시(大始)에 밝은이가 배달국 신시(神市)에서 인간의 366여의 일을 주재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하늘은 비록 말이 없으나 하늘님은 오르락 내리락 하며 두루 보살피는 것이니, 자기를 알고자 하는 자는 열심히 인간 366사를 구함으로서 그 근본을 성실하게 하여, 참전(參佺)으로서 깨우침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을파소 선인과 고국천왕의 한판 승부수


을파소 선인은 도(道)를 이룬 후, 하산하여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때 고구려 제9대 임금이신 고국천왕(故國川王, 179~197)은 왕비 외척들의 권력 남용에 질려 국정을 쇄신코자 하였다. 그리하여 권력에 뜻이 없는 현명하고 어진 ‘인재(人材)’를 간절히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대신으로부터 “서압록(西鴨綠) 골짜기의 좌물촌(左勿村)에 을파소(乙巴素)라는 사람이 큰 재주를 갖고서도 밭을 갈며 숨어 살고 있으니, 정중한 예로써 맞으소서.” 하는 말을 들었다.

고국천왕은 사신을 보내 공손한 말과 예(禮)로서 을파소 선인을 불러 중외대부(中畏大夫)와 우태(于台)라는 높은 벼슬을 주며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과인이 외람되게 선왕의 왕업을 계승하여 백성들 위에 거처하나, 덕이 박하고 재능이 부족해서 다스림이 알차지 못하오. 선생은 쓸만한 재주와 현명한 재능을 숨기고 초야에 묻혀 지낸다고 들었는데, 과인을 버리지 않고 이렇게 와 주었으니, 이것은 나의 기쁨만이 아니라 사직과 백성들의 복이오. 청컨대 기쁘게 가르침을 받고자 하니, 공은 성심을 다해주기 바라오.”

그러나 뜻밖에도 을파소 선인은 사양하였다.
“신은 아둔하여 감히 엄명을 감당하지 못하겠사오니, 원컨대 대왕께서는 현명하고 선량한 사람을 뽑아 높은 벼슬을 주시어, 대업을 이룩하소서.”

고국천왕은 을파소 선인의 뜻을 짐작하고 다시 ‘국상(國相)’이라는 최고 관직을 수여하였다. 그러자 예상대로 기득권 대신들과 외척들의 권력 핵심 기관인 ‘제가회의(諸加會議)’에서 강력하게 반발하였다. 제가회의는 신라의 화백제도와 같은 제도로서 왕의 옹립과 폐위, 전쟁선포, 중앙의 고위관리 임명, 국사범의 처리 등 중요한 국사를 결정하는 기관이었다. 그러나 점점 권력 남용 기관으로 치달리면서, 왕권마저 위협하고 있던 중이었다.

권력도 없는 평범한 가문 출신의 농사꾼 을파소가 기득권 대신들과 외척들의 권력 핵심 기관인 ‘제가회의(諸加會議)’를 주재하는 국상(國相)으로 임명되었으니, 그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나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사실 을파소 선인은 왕권마저 위협하고 있는 이 막강한 ‘제가회의’를 다스리기 위하여 바로 ‘국상(國相)’이라는 자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왕으로부터 처음 부름을 받았을 때, 을파소 선인은 나라를 위하여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중외대부(中畏大夫) 우태(于台)’ 자리로서는 하늘의 뜻을 이루기에 적합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렇듯 고국천왕 13년(191년)에 있었던 을파소 선인의 국상(國相) 임명은 극적인 요소가 있었으며,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기도 하였다. 제가회의의 강한 반발에 부딪친 고국천왕은 더욱 강력하게 왕권을 하달하였다.
“국상(國相)을 따르지 않는 자는, 일족을 멸하리라!”

고국천왕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국상(國相)의 자리에 오른 을파소 선인은 ‘제가회의’에 이렇게 출사표(出師表)를 던졌다.
“때를 만나지 못하면 은거하고, 때를 만나면 나와서 벼슬을 하는 것은 선비의 떳떳한 일. 지금 대왕께서 저를 후하게 대접해 주시니, 어찌 지난날 은거하던 일을 다시 생각하겠습니까?”

이리하여 평범한 가문 출신인 을파소가 최고 관리인 ‘국상(國相)’으로 임명되어 고구려 국사(國事)를 전담하게 되었다. 국상이 된 을파소는 국정을 살피고 지극 정성으로 나라에 봉사하니, 자연히 정치와 가르침이 밝아졌다. 그리고 상·벌을 삼가니 백성들이 평안하고, 안과 밖이 무사하였다. 이에 왕은 을파소를 추천한 안류(晏留)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고구려의 국상(國相)이 된 을파소 선인은 먼저 전국에서 20세가 안된 나이 어린 준걸들을 뽑아서 ‘선인도랑(仙人道郞)’이라 칭하게 하고, 《천부경》《삼일신고》《참전계경》을 수학(修學)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육예(六禮)를 익히고 닦도록 하여, 이들을 고구려의 꿋꿋한 동량(棟梁)으로 키워냈다.

필자 정현축 원장

그 가운데서 능히 교화(敎化)를 관장할 수 있는 도랑(道郞)은 ‘참전(參佺)’이라 호칭케 하고,
무예가 출중하여 능히 이를 관장할 수 있는 도랑은 ‘조의(皂衣)’라 호칭하게 하였다.

194년 7월 서리가 내려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자 을파소 선인은 ‘진대법(賑貸法)’을 실시하였다. 진대법은 춘궁기에 나라의 곡식을 빌려주고 추수한 뒤에 갚게 하는 빈민 구제책으로서, 빈농들이 부자들의 종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였다.

을파소 선인은 또한 고구려의 왕권 확립과 새로운 정치 질서를 수립하여 사회 안정에 이바지하였으며, 태평성대를 이루는 데 크게 공헌하였다. 그리고 203년 8월 평안히 이 세상을 하직하셨다.

김부식도 《삼국사기》에서 고국천왕의 파격적인 인재등용을 이렇게 예찬하고 있다.
‘어느 때나 명철하고 거룩한 임금은 어진 사람에 대하여는 사소한 예의에 구애받지 않았고, 그 사람을 등용하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해야만 어진 사람이 제자리를 바로 지키고, 유능한 사람이 그 직책을 다하여 다스림과 가르침이 밝게 닦아지며, 국가가 잘 보전될 것이다. 지금 왕은 결연히 을파소를 강가에서 뽑아 뭇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그를 백관 위에 두고, 그를 천거한 사람에게 상을 주니, 가히 명군(明君)이라 할만하다.’



* 위 내용은 외부 기고문으로 본지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 = 정현축 원장 ㅣ 국선도 계룡수련원]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선도 #을파소 #선인 #고구려 #정현축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 #묘향산맥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임신선

    재미 있는 이야기 감사...

    2011-10-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있는그대로

    을파소 선인 이야기 새삼스럽네요.

    2011-09-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사이비님

    화이팅! ^^

    2011-09-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자리비움

    사이비님의 사려깊은 지적과 조언,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 역시 님의 글에서 비난보다는 진정성담긴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가차없는 비판과 지적 부탁드립니다.

    2011-09-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사바세계

    죄는 결국 인간의 무지... 무지를 벗기 위하여 수행이 필요합니다..

    2011-09-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환공은 그 이름만 들어도 천하가 벌벌 떨던 당대의 1인자였다. 역아라는 사람은 환공이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아들을 죽여 탕을 끓여 바쳤다. 그리하여 결국 환공의 측근이 되는데 성공하였다.

    2011-09-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사이비

    사이비가 완전 부정적인 사람은 아님니다 단지 이런 사이버상 사이비에 무분별하게 빠지지 말라고 그냥 양념정도의 부정적인 설정으로 한겁니다..내글보고 다시한번 생각해보는것도 인생에 나쁘지만은 안을겁니다.. 중국 당나라때는 인신공양이 태양신을 넘어서 지도부들에게까지 전해졌다고 합니다 즉 식육하기 위해서 인간 사육을 해서 특정행사때 잡아먹었다는 역사 기록이 있다고 하더군요...대부분의 사이비교단도 이런식으로 흘러가죠 절대신 그리고 내가 바로 그신..돈 성 엽기...막장이로 변질되는...

    2011-09-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사이비

    인신공양은 신라시대에도 있지 않았나요 대표적으로 왜 밀어~? 한다는 에밀레종 만들떼 어린 소녀를 뜨거운 용광로에 풍텅 빠트려서 만들었다는..간절히 필요로 하는 기적들이 도처에 얼마나 많습니까? 가까운 병원 중환자실에만 가도 넘쳐나고,한국수많은 교회 애배당에만 가도 간절한 기도가 넘쳐나는데..특해 세계최대 교회가 몇개나 있는 한국교회에는 전부 사이비 목사뿐인가요...

    2011-09-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지나가다

    기적.. 많지요. 그러나 말내기는 번거롭지요. ^^

    2011-09-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자리비움

    근데말이죠-경천, 태양숭배사상을 가진 과거우리조상격 되는분들이 알라스카를 거쳐 중남미에 정착하면서 경천의 본래의미와 달리,태양에 대한 맹목적,맹신적 집착을 가지면서 무자비한 전쟁과 인간사냥으로 사람을 잡아 신전에서 심장을 꺼내는 인신공양한것은 도저히 이해할수없슴니다. 물론 제가잘못알고있다면 다행이지만,서양역사가들은 남미의 인신공양을 역사적사실로 기록합니다..누가 시원한 답변을..

    2011-09-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자리비움

    재미있는 사례- 죽은시체도 살려낸 예수가십자가에 못박혔을때 옆에매달린 죄수가,네가 진정 하나님 아들이라면 기적을 행해 너와 우리를 살려내라고 할때 예수는 그 기적을 거부했지요. 부처님생전 제자가 달려와 한제지가 병에걸려 죽어가니 기적을 배풀어 살려달라고 할때, 부처님은 그 제지의 병고침보다 죽기전에 깨달음을 얻는것이 더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두분다 기적의 존재의미를 알고있었던거죠

    2011-09-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자리비움

    필자는 국선도에 관한 집필순서로 과거선인들의 사례와 국선도 역사와 배경을 소개한후, 구체적인 수련내용으로 들어갈 모양입니다. 공부를 많이 하신분이니 쓸 내용이 많겠지요..사이비님 국선도 뿐만아니라 타 무술의 기적들이 요즘에도 많이 시현될겁니다.. 단 그 기적들이 필요한 곳에서 보여지겠지요..그것을 간절히찾는 사람에게는, 또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행하겠지요,,능력자가 단지 자기자랑을 위해 기적을 행하지는않을걸요.

    2011-09-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사이비

    성경에 나오는 기적들 왜 요즘에는 안나타날까? 국선도의 기적들 또한 왜 현재에는 안나오는걸까? 안보여주는걸까? 왜

    2011-09-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독자

    삼국시대.. 중요한 시대이지요..

    2011-09-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독자

    을파소가 훌륭한 정치인으로만 알았는데, 선인이셨는줄 처음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09-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지나가다

    옛날도 있고, 근대도있고, 현대도 있겠지요.. ^^

    2011-09-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공심

    언제나 잘보고 있습니다만 ..., 근대 국선도 이야기를 해주시면 더 공감이 갈 것 같습니다. 너무 옛날 예적이야기를 하니 공감이 잘 안가네요...,

    2011-09-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