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한마당 해외 유치과정 불투명 의혹

  

미국 내 태권도단체, 세계태권도한마당 2008 유치전 본격화


국기원(원장 엄운규) 주최로 매년 종주국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한마당’이 이르면 내년에 해외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기원 측은 “현재까지 아무런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해외 유치를 희망하는 곳은 전 USTU 이상철 회장이 새롭게 조직한 미국태권도연맹(USTF)과 미국태권도협회(회장 데이비드 아스키너스, USAT) 산하 무도위원회(공동대표 김홍강, 최준표) 등 2곳이다. 특히 USTF가 더욱 적극적이다.

USTF는 지난 14일 국기원에 유치계획서를 공식 접수했다. 국기원 실무자들은 공문을 받고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내부적으로 해외 어디에서도 개최 계획에 관한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 유치신청서가 접수되었기 때문이다.

국기원 실무 관계자들은 내년도 한마당 미국 개최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도 “아직까지 해외 개최는 이르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미국 개최 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개인적 견해들을 밝혔다.

USTF가 국기원에 한마당 유치 공식 제안했다.

<무카스뉴스>가 단독 입수한 USTF 유치신청서에 따르면, 내년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LA 하나하임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예산은 총 9억으로 국기원이 3억, USTF가 6억을 각각 부담한다는 조건이다.

미국 내 한인 태권도 사범들을 중심으로 여러 단체가 있다. 그 중 2개 단체가 이번 한마당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또 다른 한 단체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 태권도 단체들의 갈등이 한마당 유치 과정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기원에 한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에서 똑같은 규모로 대회를 치르는데도 예산은 천차만별이다”며 “물가 역시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비싸 경기장 임대비용만 1억 원 정도 할 것”이라고 대회 운영 경비만 가지고도 난색을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해외선수)한마당 개최 의미는 종주국 방문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도 대회가 정착되지 않은 시점에 해외로 나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해외 개최에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한마당은 겨루기 경기와 달리 경연대회이다. 품새부문은 크게 문제가 없지만, 격파부문과 태권체조 등에서는 해외 선수단 대부분이 규정조차 모른다”며 “한마당 경기규칙이 해외 선수단들까지 널리 알리진 이후라면 그때 개최(해외)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회 주최 측 실무자 대부분은 한마당 해외 개최 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최 여부는 국기원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운영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그보다도 국기원장의 결정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태권도연합회(회장 정순기, ATU)는 최근 한마당 미국 유치와 관련, 현지 주관단체(USTF, USAT) 선정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미국에서 한마당이 개최될 경우, 미국 태권도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국기원에 경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국기원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무카스뉴스>와 만난자리에서 한마당 해외 개최과정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국기원 핵심 관계자들이 미국의 한 단체와 내년 한마당을 LA에서 개최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구두합의를 했다”면서 “엄운규 원장께서도 요즘 고민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의혹을 제기한 것은 미국 USTF 이상철 회장이 국기원 A이사를 통해 현지 유치를 돕고 있다는 것. 이에 A이사도 이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실제 국기원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현섭 총무이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특정단체와 개최협조)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강하게 부인하면서 “유치를 희망하는 곳이 있다면,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관련 신청서류를 접수해 원장께 보고한 다음, 운영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고 밝혔다.

국기원이 매년 개최하는 세계태권도한마당.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했다. 국내 태권도 저변확대를 위해 태권도 경연대회로 시작했던 대회가 몇 해 전부터 국제대회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해외 참가국이 심각하게 저조해 ‘말로만 세계대회’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올해의 경우는 전과 비교해 많이 나아졌다. 해외 참가국 수가 50여 개국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가인원수로 따지면 여전히 국내 참가선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기원에 한 실무자의 말처럼, 국내에서도 아직까지 정착되지 않은 대회가 해외에서 개최된다고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는 기대되지 않는다.

미국 단체들이 진정으로 한마당 유치를 원한다면 먼저 ‘국가(National)대회’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이왕이면 미국 내 태권도 단체들이 공동개최한다면 더욱 모양새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국가차원에서 한마당이 정착되면, 국기원에서도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 ‘내셔널 한마당’을 개최하고, 우수 개최 국가들에 한해 해외 개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끝)

[한혜진 기자 / harrison@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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