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민 사회에 꿈과 희망의 아이콘이 된 태권도... '호프앤드림스' 성료!


  

아즈락-자타리 캠프서 개막에 이어 3일 암만 시내에서 태권도-야구-배드민턴-농구 대회

전쟁과 내전으로 난민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억명을 훌쩍 넘었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선택한 '난민' 이들에게 내일이란. 무엇보다 아동, 청소년들에게 '미래'는 매우 중요한데 뜻밖에 태권도가 난민사회에 꿈과 희망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 

제2회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난민들의 스포츠 대축제 호프앤드림스 태권도 경기

난민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호프 앤 드림스 스포츠 페스티벌(Hope and Dreams Sports Festival)’이 요르단 암만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과 태권도박애재단(THF)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현지시각)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보호구역인 자타리-아즈락 캠프와 암만 스포츠시티와 수마야홀 등에서 스포츠를 통한 꿈과 희망을 주는 난민 스포츠 대축제 ‘호프 앤 드림(Hope and Dreams) 스포츠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아즈락캠프 태권도 수련생들이 동료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코리아타임즈 최원석 기자)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각) 요르단 내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허가받은 시리아 난민 보호구역 내 태권도와 스포츠 활동을 하는 아즈락캠프와 자타리캠프에서 태권도와 베이스볼5, 배드민턴, 농구 등 종목별 공개 수업과 시범공연 등으로 막이 올랐다.

 

이날 마지막 날 축제는 UNHCR과 요르단 정부의 특별 허가로 난민캠프에서 벗어나 요르단 수도 암만 시내 중심에서 태권도와 베이스볼5, 배드민턴, 농구 등 4개 종목이 열렸다.

설레임 가득한 표정으로 경기장에 도착한 난민캠프 태권도 선수들의 모습 (사진=코리아타임즈 최원석 기자)

이른 아침부터 대회 조직위원에서 보내준 차편으로 각 난민캠프 선수단이 경기장에 도착했다.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90여분 차편으로 이동해 피곤할 법하지만, 이들의 얼굴 표정은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호프앤드림스 태권도 대회에 출전한 시리아 난민 아동들 

태권도 대회에는 2013년 태권도 아카데미가 시작된 자타리캠프와 2016년부터 시작된 아즈락캠프 태권도 수련생 350여명이 참가했다. 평소 캠프 내에서 쌓은 실력을 타 난민 캠프 수련생들과 함께 실력을 겨루며 우정을 쌓았다.

 

특히 지난 2일 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 토마스 바흐, IOC)가 2024 파리 올림픽에 난민 올림픽팀 선수로 선정된 11개국 12개 종목 36명의 난민 선수 중 한 명인 아즈락캠프 태권도 남자 -68kg급 야히야 알 고타니(Yehya Al Ghotani, 20)가 지난해에 이어 압도적인 기량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난민 보호구역 내에서 태권도를 시작해 2024 파리 올림픽 IOC 올림픽 난민팀 출전 선수로 선정된 야히야 고타니가 호프앤드림 2연패와 동시에 캠프 후배들의 지도자로 경기장에서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야히야는 이미 국제적인 태권도 선수로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 행사가 동료 난민들과 함께하는 최대 축제인만큼 선수로 출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선수 외에도 캠프 내 후배들을 인솔하고 경기 코치 역할까지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야히야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일어난 후 여덟 살 어린 나이에 영문 없이 부모, 형제와 함께 국경을 넘어 피란길에 올랐다. 그리고 요르단 내 두 번째로 큰 아즈락캠프에 정착, 부모와 육 남매가 함께 컨테이너 두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춘기 시절인 14세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THF가 2016년 아즈락캠프에 문을 연 태권도 아카데미에 2018년에 태권도에 입문했다. 일찌감치 두각을 발휘하면서 보호구역을 벗어나 태권도대회에 출전한데 이어 여러 국제대회까지 출전하며 새로운 큰 세상을 만났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꿈이었던 야히야는 마침내 이번 IOC가 발표한 5명의 난민 태권도 선수 중 유일하게 보호구역 내 생활하는 선수로 유일하게 선발됐다. 사막 한 가운데 미래가 불투명한 비극의 땅에서 태권도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발돋움한 야히야는 올림픽 본선 진출에 이번 대회에 출전한 여러 난민 선수들에게 큰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다.

 

또한, 시리아 난민으로 태권도 수련 1년 2개월 된 지체 장애인 모하메드 나짐(Mohamad najm, 12)이 비장애인과 당당히 겨뤄 지난해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2연패를 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중 말도 제대로 못할 세 살 때 포탄 피해로 오른팔을 잃었다. 미래가 불투명한 난민 생활 속 지체 장애를 가진 나짐은 꿈과 희망이 더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우연히 태권도 발차기를 보고 한순간에 반해 태권도를 시작했다.

내전 피해로 어린 나이에 오른팔을 잃은 나짐은 태권도로 새로의 꿈과 희망을 꿈꾸게 됐다. 비장애인과 함께 치러진 호프앤드림스에서 2연패를 달성하고 장차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코리아타임즈 최원석 기자)

나짐은 “태권도는 이제 내게 새로운 희망이자 행복이다. 팔이 없어 생활에 많은 제약이 많다. 그래서 뭔가 도전은 늘 망설였다. 태권도 발차기에 반해 태권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를 가진 나에게 태권도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스포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면서 "이제 나는 두렵지 않다. 당당히 누구라도 상대해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계속 열심히 운동해서 국제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 장차 패럴림픽에 출전하는게 내 꿈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선천성 지체장애를 가진 자타리캠프 모하메드 마헤르 케르만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선천성 오른팔 지체 장애를 가진 자타리캠프 모하메드 마헤르 케르만(Mohamad maher kerman, 16)도 비장애인과 겨뤄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캠프 내 태권도를 재밌게 수련하는 친구따라 시작했는데, 혼자서도 수련할 수 있는 무도 스포츠라 매력적이었다. 미래에 태권도로 기대 이상의 꿈과 희망이 있을 것 같아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WT는 이번 태권도 종목 만11~13세 부문 우승자 중 우수한 실력을 갖춘 선수를 선발해 아랍 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개최될 ‘2025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에 특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권도를 시작으로 야구, 배드민턴, 농구로 확대된 ‘호프앤드림스’

호프앤드림스 베이스볼5 참가 선수가 하트로 대회 개최에 감사함을 전하고 있다. 

암만 스포츠시티에서 열린 베이스볼5(Baseball5)는 난민팀과 요르단 일반 3개 클럽이 함께 12세 이하부와 14세 이하부, 16세 이하부 등 3개 부문 등에서 경쟁을 펼쳤다. 12세 이하부는 요르단 베이스볼5 유소년팀인 매크벨레팀(maqbeleh)이 아즈락캠프를 꺾고 우승했다. 14세와 16세 이하부는 아즈락캠프가 모두 휩쓸었다.

 

지난해 1월부터 아즈락 난민캠프에 본격적으로 베이스볼5 지원에 나선 WBSC는 아즈락캠프 소속 선수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1급 국제지도자 자격을 갖춘 코치와 훈련장비, 교육센터운영비 등 인적 및 물적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매 3개월마다 요르단 베이스볼5 팀과 정기 토너먼트를 개최하도록 해 실력 향상 지원도 함께하고 있다.

 

베이스볼5는 세계야구베이스볼연맹(WBSC)이 2017년부터 야구 저변확대와 보편성 확대를 위해 남녀노소 누구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고무공 하나로 큰 비용 없이 참여할 수 맨손 야구 경기 종목을 개발해 전 세계로 보급하고 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이 아즈락캠프 베이스볼5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코리아타임즈 최원석 기자)

2018 부에노스아이레스 하계 청소년올림픽(유스오림픽)에 시범종목으로 채택한데 이어 오는 2026 다카르 유스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WBSC는 아즈락캠프가 지속적인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2026 다카르 유스 올림픽 난민 와일드카드로 출전하도록 IOC에 추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무공 하나면 경기가 가능한 베이스볼5 경기. 2026 다카르 유스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올해부터 신규 종목으로 참여한 배드민턴은 이제 갓 아즈락 캠프에 보급돼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10명이 참가해 요르단배드민턴협회 유소년재능클럽 소속 10명과 6세부터 13세까지 친선대회 형태로 경기를 진행했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난민 아동과 청소년은 이날만큼은 경쟁보다는 스포츠를 통한 잊지 못할 매우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평소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사막 위 삭막한 컨테이너에서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해오던 이들이 TV에서나 보던 바깥세상으로 특별히 외출할 수 있어서다.

 

올해 두 번째 맞은 이 행사는 2021년부터 난민캠프 내 태권도 난민 페스티벌을 해오던 것을 지난해부터 세계야구베이스볼연맹(회장 리카르도 프라카리, WBSC)과 뜻을 함께하면서 태권도와 베이스볼5, 배드민턴, 농구 등 난민 종합 스포츠 축제로 확대했다.

호프앤드림스 폐막식에 국제스포츠계, 요르단 정부와 체육계 등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난민 선수들을 격려했다. (사진=코리아타임즈 최원석 기자)

폐막식에는 WT 및 THF 조정원 총재와 서정강 사무총장, 마헤르 마가블래 집행위원을 비롯해 작년부터 공동주최로 함께하는 WBSC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 세계배드민턴연맹 자셈 칸소 부회장, 요르단태권도연맹 라시드 빈 하산 회장(요르단 왕자), 주한국대사관 김동기 대사 등이 참석해 난민 스포츠축제에 참가한 선수단을 격려했다.

난민에게 태권도 보급으로 꿈과 희망을 심어준 WT 및 THF 조정원 총재가 난민들의 열렬한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야구와 배드민턴, 농구로 확대하고 있어 국제 스포츠 사회에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코리아타임즈 최원석 기자)

조정원 총재 “태권도가 앞장선 난민 캠프가 올해로 두 번째 맞아 더 많은 스포츠가 참여해 난민 아동,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격려할 수 있는 행사를 열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 요르단 국제올림픽위원회도 지속해 이들 난민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해 줘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탁구와 유도, 레슬링, 핸드볼, 배구 종목 등이 추가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한국의 의료봉사팀과 함께 방문해 난민들의 건강과 보건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며, 곧 온라인을 통해 한국어 교육도 지원할 계획으로 내년에는 우리말로 인사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덧붙였다.

 

이날 폐막식 후 THF는 전 세계 최대 시리아 난민 보호구역인 자타리캠프에 2013년부터 11년째 태권도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국난민기구(회장 이철수, KRP)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시리아 난민에게 태권도를 통해 국제 시민사회 적응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함께하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KRP는 자타리캠프 내 태권도 아카데미 훈련장소를 제공하고, THF는 태권도 지도자 파견, 태권도 훈련용품, 국기원 승품단 심사 협력 등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KRP 이철수 회장은 “지난 11년 동안 태권도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늘 우리 아이들의 앞길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난민캠프는 자유롭게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 MOU를 맺으면서 우리 아이들의 앞길이 열리게 됐다. 더 많은 사람에게 격려 받고, 국제적인 선수와 지도자로 꿈을 꾸게 됐다. 나무를 심고 물만 줄 수 있었는데, 원하는 열매를 맺게 된 계기가 됐다”고 크게 반겼다.

자타리 캠프 태권도아카데미를 운영하는 KRP가 THF와 MOU 체결을 계기로 향후 지도자와 용품 후원 등을 제공 받게 됐다. 

KRP는 시리아 난민캠프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8만여 명의 난민 가족이 거주한 자타리캠프 내에서 2013년부터 UNHCR 허가로 태권도 아카데미를 설립해 난민 자녀들에게 태권도 교육을 통한 전인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THF는 2016년 인류 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스포츠를 통한 동참을 위해 WT가 발족한 단체이다. 전 세계 난민 캠프와 자연재해 지역 아동 및 청소년에 꿈과 희망 프로젝트로 태권도 보급 사업을 시작으로 IOC와 여러 국제스포츠 단체와 함께 협력해 대회, 축제로 확산시키고 있다.

 

10시간여 짧은 바깥 세상 외출을 마친 아이들은 다시 무거운 발걸음으로 기약 없는 단절된 캠프로 복귀했다. 스포츠로 꿈과 희망을 꾼다면, 앞으로 세상과 더 밀접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카스미디어 = 요르단 암만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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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무술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를 통해 전 세계 60개국 현지 취재를 통해 태권도 보급 과정을 직접 취재로 확인.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대회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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