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파이터' 서건우 파리 올림픽 태권도 '마의 80kg' 자동 출전권 확보!


  

태권도 월드스타 총출동 맨체스터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한국 올림픽 일곱 번째 만에 첫 본선 출전권

서건우(한국체대)가 남자 -80kg급 우승을 차지하고 밝은표정을 짓고 있다.

 우리나라 태권도 남자 중량급 기대주 서건우가 마침내 ‘마의 -80kg급’ 올림픽 본선 티켓을 최초로 확보했다.

 

서건우(한국체대)는 2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리저널 아레나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2023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80kg급에서 ‘산 넘어 산’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하더라도 태권도 국제무대에서 무명이던 서건우는 단숨에 세계적인 강호로 우뚝 올라섰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 열정적인 패기와 승리를 위한 강한 집착으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는데 성공했다.

 

16강 첫 경기에서 올림픽랭킹 12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네드자드 휴직을 라운드 점수 2-0(20-8, 25-23)으로 가볍게 제쳤다. 그러나 8강에서 올림픽 본선행에 분수령이 될 절대 강호와 맞붙었다.

 

압도적인 랭킹 점수로 이 체급 올림픽랭킹 1위를 굳건하게 지키는 2미터 장신 이탈리아 시몬 알레시오에 1회전에 역전패를 당한 뒤 2~3라운드를 이겨내 라운드 점수 2-1(15-16, 15-11, 17-4)로 이겼다.

 

1회전부터 서건우 특유의 난타전 전술이 시작됐다. 2분 동안 쉴 새 없이 상대의 빈틈을 노리며 공격을 퍼부었다. 전광석화 같은 발 빠른 기술로 엎치락뒤치락 공방을 벌인 끝에 한 점차로 앞서던 중 종료 부저가 울리는 순간 몸통 점수를 내주며 15대16으로 뼈아픈 1패를 기록했다.

 

아쉽게 1회전을 내준 서건우는 2회전 선취점을 빼앗은 뒤 상대를 한계선 바깥으로 내몰며 공세를 펼치며 15대11로 제압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회전에 들어선 서건우는 강점인 공격의 공세를 더 끌어 올렸다. 타고난 강한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며 몸통 연속 공격으로 추가 득점을 올렸다. 결정적으로 오른발 머리 공격을 적중시키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체력이 바닥난 상대를 17대4로 점수차 승(RSC승)으로 경기를 일찌감치 끝냈다.

 

이어 4강전도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이 체급 올림픽랭킹 4위를 기록 중인 요르단의 살레 엘샤라바티를 라운드 점수 2-1(12-18, 21-21 우세승, 15-13)로 대역전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1회전은 허무하게 몸통 득점과 머리 공격을 연거푸 내주며 순식간에 승기를 완전히 빼앗겼다. 후반 몸통 득점에 시동을 걸며 360도 몸통 회전 공격(돌개차기)으로 추격에 나섰지만 12대18로 1라운드를 내줬다.

 

역전에 나선 2라운드 역시 초반부터 오른발 머리를 연신 허용한 뒤 몸통까지 내주며 15점차로 패색이 짙어졌다. 서건우는 끝까지 포기 하지 않았다. 큰 점수차로 앞선 상대의 여유를 거센 공격으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5점짜리 뒤후려차기와 4점짜리 몸통 360도 기술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압박했다. 경기 종료 직전 20-21로 한 점차까지 추격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날 무렵 상대는 한계선 바깥으로 벗어났다. 곧 서건우 측에서 비디오판독 요청을 했고, 종료 직전 나간 것으로 판독돼 상대는 감점 1점을 받아 동점. 회전 기술에 앞선 서건우가 우세승으로 극적으로 이겼다.

 

승부는 원점. 한 라운드만 이기면 꿈의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한껏 자신감이 오른 서건우는 3라운드 주먹 선취점을 뽑은 뒤 몸통과 머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후반 상대의 반격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끝까지 공방을 펼친 끝에 15대13으로 이겨내며 승리를 자축했다.

 

결승전도 서건우의 강한 체력과 승부욕이 빛났다. 랭킹 3위 장신의 노련한 승부사 이집트 세이프 에이사를 3회전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라운드 스코어 2-1(4-12, 15-2, 22-13)로 또 역전승에 성공했다.

 

1회전은 198cm 긴 신장을 앞세운 상대의 기습적인 머리 공격을 당해 4대12로 승기를 빼앗겼다. 2회전에 들어선 서건우는 근접전 승부로 상대를 압박해 몸통 돌려차기와 주먹을 성공시키며 15대2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3회전 서건우는 강한 체력으로 주먹 득점으로 선취점을 빼앗은 뒤 몸통 추가 득점을 올리면서 더욱 강한 기세로 상대를 무력화 시켰다. 체력이 바닥난 상대의 빈틈을 강력한 돌려차기로 승부의 쐐기를 박으며 22대13으로 압도했다.

서건우(청)가 결승에서 이집트 세이프 에이사를 상대로 몸통 공격을 하고 있다.

남자 -80kg급은 역대로 한국 태권도 선수단이 전통적으로 약체로 평가되는 체급이다. 태권도가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역대 6차례 올림픽 무대에서 남녀 8체급 중 유일하게 본선을 밟지 못한 체급이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하더라도 서건우는 파리 올림픽 본선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국제무대에 나설 기회가 없어 중하위권이던 서건우는 지난 6월 무주 그랑프리 챌린지 우승으로 맨체스터 그랑프리 와일드카드로 특별 초청돼 깜짝 우승한 뒤 리야드 파이널 준우승을 차지하며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랭킹 점수 283.86점으로 9위를 기록했던 서건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100점을 획득해 383.86점으로 랭킹 순위가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자력으로 꿈의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확보했다.

서건우(중앙)가 우승 직후 우승을 합작한 오혜리 교수(우, 한국체대)와 고향 울산광역시 김화영 회장(대한태권도협회 부회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건우는 대회 직후 “정말 꿈만 같은 결과이다. 반드시 잘해야 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대회였다. 경기는 큰 부담 없이 임했다. 정말 지독하게 열심히 준비했다. 함께 운동했던 주위 동료들이 무서워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라면서 “교수님(오혜리, 한국체대)께서 계속 내가 잘 준비했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고 믿음의 응원을 해주신 게 위기의 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첫 번째 꿈이 이뤄졌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파리 올림픽 본선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58kg급은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올림픽 자동출전권은 확정 지었다. 장준(한국가스공사)은 직전 대회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기권하고, 박태준(경희대)은 이날 8강전에서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탈리아 비토 델라킬라에 라운드 점수 0-2(0-12, 15-24)로 패했다.

 

장준은 최종 3위, 박태준은 5위로 올림픽 자동출전권이 부여된 5위 진입에 성공했다. 두 선수는 내년 초 국내 선발전을 통해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국가대표 경쟁을 펼치게 된다.

 

마지막까지 기대를 모았던 남자 -68kg급 ‘포스트 이대훈’ 진호준(수원시청)은 8강전에서 랭킹 4위 요르단 자이드 카림에 라운드 점수 0-2(5-14, 5-13)로 패해 5위권 수성에 실패했다.

 

11월 랭킹 5위를 기록 중인 진호준을 근소한 점수차로 뒤를 쫓던 랭킹 7위 스페인 하비에르 페레즈 폴로가 이날 은메달을 획득해 랭킹 점수 60점을 얻어 5위로 올라서 진호준은 6위로 밀려나 올림픽 본선 티켓을 아쉽게 놓쳤다.

 

다만,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이 체급 랭킹 1위인 우즈베키스탄 울르그벡 아쉬토프를 비롯해 자동출전권을 획득한 5위권 내 선수들이 연말 우시 그랜드슬램에서 추가로 올림픽 출전권을 얻게 되면, 6위인 진호준이 극적으로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태권도는 3일 여자 67kg 초과급 이다빈(서울시청)과 남자 80kg 초과급 강상현(한국체육대)이 올림픽 자동출전권 도전에 나선다.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을 딴 이다빈은 현재 321점으로 5위를 기록 중이지만 반드시 3위권 이내 진입해야 자력으로 자동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12위를 기록 중인 강상현은 우승을 해야 랭킹 점수 100점을 추가해 가까스로 5위권 내 자동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무카스미디어 =  영국 맨체스터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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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무술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를 통해 전 세계 60개국 현지 취재를 통해 태권도 보급 과정을 직접 취재로 확인.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대회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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