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 사범일기] 태권도 사범의 고민과 앞으로의 방향


  

이유빈 사범일기 7 -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잘 쓰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사범이 많아지길

[사범일기]를 연재하는 수원 신나무태권도 이유빈 사범

태권도 사범이란, 결코 간단하고 쉽게 봐서는 안 되는 직업이다.

 

나 또한 사범은 "아이들이랑 잘 놀아주고, 품새 발차기 알려주고 하면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은 생각보다 살벌했다.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부족한 유치부 아이들, 사범님 말 안 듣는 아이들, 장난치고 떠들고 다양한 아이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이런 아이들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수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멘붕이 올 정도로 수업을 진행하기 버거웠던 적이 많았다. 솔직히 지금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라고 느낀다.

 

아마 사범 생활 처음에는 한 번쯤 겪어 볼만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수업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그냥 하루가 빨리 가기를 바랬다. 어떤 방법으로 어린아이들을 끌고 갈 수 있을지 두려웠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나의 지식(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 후로 항상 많은 고민을 했고 대한태권도협회의 지도사범상설 교육을 다니면서 배운 것과 도장의 관장님, 사범님의 수업을 보며 배운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후로 한 동작을 지도할 때도 제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지르기 하나를 가르치더라도 사범님이 동작 한번 보여주고 "자 따라 해 봐'"하는 것과 지르기의 원리에 대해 왜 예비 동작을 해야 하고 지르기 하는 반대 손은 장골능에 붙여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 동작을 하는 것인지 설명해야 할 것은 수도 없이 많았다.

 

지르기 하나로도 10분에 끝내느냐, 1시간을 할 수 있느냐 이건 사범의 재량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자가 지식이 없다면 그만큼 깊이 있는 태권도 교육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지식만 풍부하다고 수업을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제자들과의 교감, 소통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날 믿고 따라와 줄까..? 나이가 어릴수록 상대하기는 쉽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고학년,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적어도 수련을 5년 이상 한 수련생은 수업에 지루함을 느꼈다.

 

그래서 항상 어떤 수업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전문성을 주고 심화 수업을 진행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태권도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 제자들과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항상 많은 고민을 한다.

 

사범님들 중에 제자들에게 태권도를 교육하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묻고 싶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의 방향부터 잡아야 할 것이다.

 

물론 나도 완벽히 태권도를 이론적으로 숙지하고 있고, 본보기가 될 정도로 기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지도력도 우수하고 인성과 인품을 지닌 사범님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보고 느끼며 배워가고 있는 사범이고 나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올바른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항상 처음이 중요한 것 같다.

 

시작을 어떤 방향을 잡고 하느냐가 앞으로의 사범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갓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태권도장이란 곳은 내 인생에 많은 가르침을 주는 곳이 되었다.

 

사범도 도장마다 역할의 차이가 있다. 어떤 도장은 사범이 정말 수업에만 집중적으로 하는 곳이 있고, 사범이 차량, 수업, 상담, 경영 부분까지 맡아 하는 곳도 있다. 나도 사범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수업에만 집중했다.

 

어쩌면 수업에만 집중할 때가 더 편했는지 모른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부모를 상대하기엔 부담스럽고 어려움이 있었다. 상담하다 보면 말문이 막혀서 횡설수설 할 때도 많았다. 수업을 기획하고 공문을 작성하는 것도 뭐든 처음엔 어렵지만 어떻게든 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이 모든 건 사범 생활을 통해 쌓을 수 있는 경험이다.

 

'사범 하면서 월급 적게 받고 언제 돈 모아서 내 도장을 하냐?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 내 도장하는 게 낫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뭐든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초,중,고,대학이란 교육 과정이 있는지.

 

분명 그 시절, 그 생활 속에 배워야 할 것들이 꼭 존재할 것이다.

 

사람이 왜 연륜이 있는 어른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그건 인생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힘들었던 점, 좋았던 점, 개선해야 할 점, 교육의 방향 등 지금 이 시기부터 준비해 나간다면 후에 내가 어떤 상황이 닥쳐도 대처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들 그렇지 않은가? 사범 생활을 왜 하고 있는지, 평생 사범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내 도장을 꿈꾸며 준비하는 단계이다. 지금 이때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고 더 단단한 나로 만들어 가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한 해 한 해 너무 빨리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다.

 

어쩔 땐 올해 내가 뭘 했는지 허무하게 지나갈 때도 있었다.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잘 쓰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사범이 많아지길 바란다.

 

무카스미디어는 일선 태권도장 사범과 관장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신나무태권도장 이동찬 관장의 관장일기와 매주 목요일 이 도장 이유빈 사범의 사범일기를 약 10주간 연재 합니다. 무카스는 태권도, 무예인의 열린 사랑방 입니다. 관장과 사범의 일기를 통하여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무카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기고, 연재, 제보는 press@mookas.com로 보내주세요. - 편집자주.

 

[글. 이유빈 사범 | 신나무태권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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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심자사범

    저도 1년정도 되었지만... 정말 많이 공감이가고 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글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2019-04-07 21:44:4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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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보사범

    진심이 담겨있는 고민은 열심히 일하니까 생긴거겠죠. 멋있어요

    2018-06-30 11:21:59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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