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인간중심의 도장문화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29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스파링이 즐거운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따지지 않고 스파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다치지 않을 것이고, 나 또한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나의 부상이 염려되거나 상대의 공격에 대한 고통이 걱정된다면, 기술이 완숙하지 못한 수련생은 불안할 것이고, 긴장감속에서 실시되는 스파링은 그다지 즐겁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스파링도중 부상을 입었고 당황해 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어떤 말을 할까요? 혹시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이렇게 이야기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암바를 했을 때 왜? 빨리 탭을 하거나 항복을 선언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팔이 부러진 거잖아.” 또는 “내가 차는 발차기를 어째서 좀 더 잘 막지 못 한 거야? 다음부터는 ko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구.”라고 말입니다.

여러분이 부상자의 입장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생각 만해도 울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습니까?

이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은 기술 좋은 사람이 항상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무술도장의 문화 때문일 것입니다. 팔이 부러지거나 ko가 되는 것은 당사자가 부주의했거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책임전가입니다. 거기에 격투기를 수련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부상을 각오해야 한다는 얼토당토하지 않는 합리화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지금도 격투기체육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격투기체육관의 문화가 기술위주의 문화에서 인간중심문화로 바뀐다면 부상이 일어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이 격투무술이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예전 격투체육관을 다니면서 한 두 번씩 격어 본, 부상의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부상을 당한사람과 부상을 입힌 사람 중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책임의 소재를 따져 보라고 말한다면, 나는 어김없이 그 둘을 지도 감독하는 사범의 잘못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사범은 수련생들에게 부상의 위험이 없도록 충분한 요령을 설명해야 하고 스파링의 안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스파링을 하기 전 안전한 스파링을 하기 위한 훈련법을 반드시 숙지시켜야 합니다.

무술도장의 문화는 도장의 분위기, 도장에서 지켜야할 예절, 지도자의 마인드에 따라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MMA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명성을 떨친 유명한 MMA선수가 어느날 MMA도장을 개설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성공을 장담하겠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1, 2년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수련생들이 몰릴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수련생들은 관장의 지도력이나 인품을 알 길이 없기 때문에 그의 기술이나 명성을 듣고 찾아가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것 중 하나는 상대를 잘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범이 자신을 정성껏 잘 지도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MMA로 예를 들긴 했지만 공권유술을 비롯한 다른 무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학생들이 즐겁게 격투무술을 훈련할 수 있는 것은,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에 능통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 보다는, 비록 나의 기술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도자입니다. 그러한 지도자를 눈여겨본다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술사범님들에게 언제나 실천해야 할 것은, 도장에서 지켜야할 규범을 원칙에 따리 지켜가며, 인간이 우선되는 도장의 문화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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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

    글 잘 읽었습니다..
    비록 나의 기술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도자입니다.
    이글이 인상적입니다...

    2013-06-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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