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자기암시… 모든 것이 잘 될 겁니다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25 - 쿠에의 공식


프랑스 트루아에서 약제사로 일했던 에밀 쿠에(Émile Coué)는 어느 늦은 밤 다급한 환자를 만난다. 가만히 보니까 일면식도 있는 사람이었다. 의사 처방전 없이 찾아와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병원에 가보니까 문이 닫혀있고, 너무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니 약을 지어달라”고 하소연 했다. 처방전 없이는 약을 줄 수 없었으나 하도 사정이 딱하여 에밀 쿠에는 약을 내어주고 말았다.

"일단 이 약을 먹으면 틀림없이 좋아질 것입니다. 대신 내일은 꼭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세요."
환자는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쿠에가 그 환자를 길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그가 쿠에에게 크게 절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선생님! 그 약이 무슨 약인지 참 신통합니다. 다음 날 병원에 갈 필요도 없이, 그 약을 먹고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 말에 쿠에는 깜짝 놀랐다. 그날 자신이 지어준 알약은 인체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 포도당류의 알약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사람의 사정이 하도 딱하여 거짓말을 한 것뿐이었다.

‘약효가 없는 약이 환자를 고치다니?’
쿠에는 그 원인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환자의 확신이라는 답으로 결론 내렸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고 말한다. 병이 나을 것이라는 긍정적 믿음이 병을 낫게 한다는 심리적 효과로, 위약(僞藥)효과 라고도 한다.

여기서 그 환자가 병이 완치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첫째가 약사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둘째는 이 약을 먹으면 틀림없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이었다. 이러한 확신은 약의 성분과 상관없이 그의 병을 낫게 한다.

쿠에는 이와 같은 우연한 발견을 통해, 정신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공식 하나를 만들었다.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쿠에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나는 내가 좋다. 날마다 나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오늘이 일생을 통해서 가장 좋은 날이다."

쿠에는 이 같은 말을 하루에 스무 번씩 큰소리로 외치라고 한다. 자기 암시를 통해 삶에 대한 자신감이 붙고 일을 추진해나가는 데 힘이 솟는다는 것이다.

이승호 씨의 삶은 1998년 겨울의 저녁 무렵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남산 하얏트호텔 앞을 지나던 이승호씨의 자가용을 중앙선을 넘어 맞은 편 승용차가 덮친 것이다. 3년 동안의 병원 생활은 그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황폐하게 만들었다.

평소 운동을 즐기던 120㎏의 건장한 몸은 70㎏의 체격으로 변했고, 생계를 유지시켜준 호프집도 문을 닫게 됐다. 경추와 무릎을 수술하고 병원을 나온 뒤 그에게 남은 것은 신체장애 3급 판정과, 신경마비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과 오른발이었다.

그는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생활을 했다. 성격도 거칠게 변하고 주변인들에게 신경질적으로 시비를 걸었다. 사고 후 그는 몸도 마음도 망가져 가고 있었다.

남루해 보이는 카키색 군용 작업복 차림의 이승호씨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 한 체 공권유술도장을 찾은 것은 10년 전이었다. 격투무술을 해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따끈한 커피한잔을 대접하며 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하여 이것저것 몇 가지를 질문해 보았다.

그는 전직 경찰관이었고 교통사고로 인하여 심각한 신체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무릎에 문제가 있었는데 무릎의 연골이 모두 찢어져서 여러 번 수술을 해야만 했다.

격투기는 무릎이나 허리를 사용하게 되는데 그의 부상정도에 맞추어 운동의 강도를 잘 조절해야 하므로 그의 신체가 무술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일주일 동안만 일단 함께 훈련을 해보시고 만약 몸에 무리가 없다면 계속하시면 되고 무리가 생기면 다른 운동을 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라는 나의 제안에 그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일주일 수련을 모두 마치자 그는 결심한 듯 공권유술을 평생수련의 목표로 삼겠다는 말을 남기며 수강신청을 하고 돌아갔다.

이승호씨는 불편한 다리로 인하여 발차기를 할 때 다리가 구부러지지 않은 부자연스러움으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무릎이 좋지 않으니까 펀치를 뻗을 때 디딤 발이 견고하지 못해 마구잡이 주먹이 되고 말았다. 그의 신체조건상 무술을 취미로 즐기면서 하는 것 외에는 탁월한 기량향상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느 날 거울을 보며 발차기를 하는 그에게 다가가 진심어린 마음을 담아 “며칠 전보다 발차기 솜씨가 많이 좋아 졌습니다”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벌써 며칠째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음에도 미들 킥(Middle kick)의 폼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말 잘해서가 아니라 용기를 북돋아 준다는 의미가 훨씬 강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과 다르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며 너무나 좋아했다.

그 후로도 나는 주기적으로 그에게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치는 기술이나 로우킥(Low kick), 팔꿈치 관절을 꺾는 암바(Arm bar)나 무릎의 관절을 꺾는 니바(Knee bar)같은 기법에 대해서 ‘훌륭하십니다’ ‘그 정도면 아주 잘하시는 겁니다’ ’라는 말로 그를 격려하여 주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몇 주일 후부터 그의 무술솜씨는 몰라보게 달라져가고 있었다.

도저히 자신의 발이 자신의 어깨위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으나 그는 다른 사람과의 스파링에서 상단차기로 승리를 하기도 했고, 잘못된 동작으로 인한 그의 엉성한 펀치는 어느새 전문선수와 같은 우아한 폼을 지니게 되어 ‘멋지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몇 년 후 그는 우리도장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와 기술을 가진 고수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이제는 다부진 체격에 얼굴 또한 기골이 대단하다. 팔뚝하나가 웬만한 처녀 허리보다 두껍고 목소리 또한 걸걸한 것이 보기만 해도 기가 눌린다.

그의 건강은 놀랍도록 좋아졌고, 지팡이가 필요 없어 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격투시합에 나가더라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성격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유하며 부드럽게 바뀌었다. 그의 활발한 성격 때문인지 사람들은 모두 이승호씨를 좋아하고 따르게 되었다.

하루는 샌드백을 두드리는 이승호 씨에게 “어떤 비법이 있어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기술의 발전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나의 질문에 그는 샌드백 치기를 중단하고는 빨간색 글러브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처음에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관장님 같은 무술의 전문가께서 기술이 점점 좋아지고 체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까 사라졌던 의욕이 되살아났습니다. 정말로 저의 체력과 기술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즐겁고 훈련이 재미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한마디의 말이 그의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나의 격려의 말이 단지 그의 용기를 북돋아주는 추임새정도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승호씨는 내가 그에게 보내는 칭찬이 격려의 말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공권유술 블랙벨트들과 회식자리에서 이승호씨의 소감 한마디를 듣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제가 처음 무술을 한다고 했을 때 아내는 ‘드디어 미쳤구나’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도장에 처음 갔을 때 젊은 친구들은 나를 부담스러워 했으며 모두 피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매일 수련에만 전념하던 저는 몸과 마음이 차차 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관장님께서 가끔씩 말해주시는 격려는 저에게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힘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무술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은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저는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약을 달고 살고, 통증도 있지만 모든 것이 행복합니다. 교통사고로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습니다. 나의 인생은 지금부터입니다.”

현재 이승호씨는 54세로 중국과의 무역업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10년이 넘도록 무도(武道)에 매진하고 있는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의 총 사범’이다. 유럽과 미국, 오세아니아를 비롯한 세계20개국의 공권유술 사범과 관장을 비롯하여 국내의 88개의 도장에서 수련생을 지도하는 사범을 지도하는 최고사범으로 많은 후학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얼마 전 그와의 대화에서 나는 그에게 “이승호 총사님은 인간승리의 표본입니다.”라고 존경의 눈빛으로 말을 건냈다.

그는 나의 말에 다음과 같을 말을 했다.
“관장님.... 교통사고로 몸이 말을 듣지 않고 하던 사업은 모두 망하고 정신적으로 괴로울 때 공권유술 수련을 통해서, 하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세면대 앞에 있는 거울을 보며 거울속의 나 자신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모든 것이 잘 될꺼야.”

강준 사범(좌)과 이승호 사범(우)



에밀 쿠에(Émile Coué)1857~1926 프랑스의 약리학자.

1920년에 프랑스 낭시에 있는 그의 진료소에서 "나는 매일, 그리고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라는 문장을 자주 반복하도록 하는 심리치료법을 도입했다. 이 자기암시요법을 쿠에 요법이라고 한다. 1882~1910년 트루아에서 약제사로 일했으며, 1901년 앙브로이세 오귀스트 리에보와 이폴리테 베른앵 밑에서 연구해 최면해설자가 되었다. 비록 그는 치료자는 아니었지만 환자들이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는 자기암시를 통해서 기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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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수

    훌륭한 감동을 전해주시는 글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잘 새깁니다
    자기암시 실천하시는 더 많은 분들을 위해
    블러그에 소개하고자합니다 헤아려주세요.

    2016-02-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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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분께

    좋은글 감명깊게 읽고갑니다, 훌륭하신두분 모든 체육인들의 표본입니다...

    2012-11-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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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선관장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감동입니다.

    2012-11-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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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정모 참가자

    항상 머리로 읽고 마음으로 되새기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면 언젠가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2012-11-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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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호씨에게

    모든것이 잘 되길 바람니다.

    2012-11-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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