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감독석' 등장한 전국체전 태권도장… 실효성은?

  

낯선 환경 탓인지 초반엔 텅 비어… 적극적인 실천만이 해결법


전국체전 사상 처음 도입된 총감독석은 초반 참여율이 떨어지고 판정시비는 여전했다.


전국 시도대항전인 전국체전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각 시도간의 장외 경쟁이 심각하다. 일반 대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홍준표, KTA)는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간 대구광역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제93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장내 질서 확립과 시도간 과열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장 앞에 청․홍 ‘총감독석’을 마련했다.

경기장 코트 맨 앞부분은 30cm 높이에 의자를 비치, 해당시도 총감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말한다. 이번 전국체전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해당 자리 이외 관계자는 경기장 내에 출입을 금하겠다고 11일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협조를 당부했다.

새로운 시도에 대부분의 시도협회 관계자는 신선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이번 대회를 준비한 대구태권도협회 한창헌 전무이사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그는 그동안 전국체전이 시도협회 임원들의 과열경쟁이 마치 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여 이를 개선하고자 KTA에 제안해 받아졌다.

12일 첫 날 경기장. 실제 경기장에는 세 코트에 총 6석의 총감독석이 마련됐다. 낯선 탓인지 시도협회 총감독석은 텅 비다시피 했다. 대부분 시도협회 전무이사가 총감독을 맡는데 이들이 앉기를 꺼렸다.

한 시도협회 전무이사는 왜 앉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떻게 앉나”라며 머쓱해 하면서 “시도는 매우 좋다. 그러나 앉아서 주문하기가 조금 쑥스럽다. 뭐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본부석 주변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시도협회 임원들이 줄줄이 자리를 차지했다. 총감독석에 앉더라도 남은 임원들은 그 옆에서 응원했다.

이런 광경에 한 중진 심판은 “총감독석을 마련한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과열된 응원은 오히려 정확한 심판판정에 방해만 될 뿐”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틀째 경기부터는 총감독석이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둘째 날 경기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앞날에 비해 총감독석이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텅 비어 있던 의자에는 해당시도 전무이사 또는 임원들이 앉기 시작한 것. 하지만 총감독석 주변에 여러 해당시도 임원들이 자리를 차지해 실효성은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전국체전 이외 다른 태권도 대회는 선수와 지도자만 경기장에 직접 참여한다. 그러나 전국체전은 해당 시도 대표 선수가 출전하면 주요임원들이 경기장 본부석에 몰려 갖가지 주문과 심판판정에 항의가 잇따른다.

한 선수에게 10명 이상의 관계자가 각자 주문을 하다 보니 경기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판정이 조금이라도 미심쩍다고 판단하면 심판과 대회 운영 관계자 등에게 거침없이 고함과 욕설을 뱉기까지 했다.

KTA는 11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대표자회의를 열고 KTA의 50주년을 맞이한 만큼 타 경기단체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지난 8월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잡음 없이 축제 분위기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참가국의 협조 덕이라고까지 전했다.

역대 어느 때보다 경기장 질서와 축제의 분위기로 마치자던 결의는 둘째 날까지 지키지 못했다. 남은 사흘 동안만이라도 질서 있는 경기장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무카스미디어 = 대구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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