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인의 자격… 도복 입은 장년들의 열정

  

우석대 총장기 품새대회, 이규현 대사범, 경기인 지도자 장년부 출전 눈길


이규현 사범이 품새 경연을 하고 있다.


태권도인은 도복을 입어야 스스로 태권도인이라 자부할 수 있다. 또한 끊임없는 수련으로 정도의 길을 걸어야 후배와 제자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 그것이야 말로 선배의 자격이고, 후배와 제자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환갑을 훌쩍 넘긴 태권도 사범들이 대회에 출전해 숨은 실력을 과시해 큰 화제가 됐다. 13일 전주 우석대학교에서 막을 올린 ‘제10회 우석대학교 총장기 전국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장년부 경기가 그 것이다.

태권도 품새 분야의 대부로 잘 알려진 이규현 사범이 20년 만에 태권도 대회에 출전해 관중들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제1회 태권도한마당 우승 후 후학 양성에만 주력해 오던 이규현 사범은 이번 대회 65세 이상 참가하는 장년6부에 출전했다.

출전 자체만으로 큰 화제였다. 대회 임원과 심판은 물론 참가 선수단 모두가 이규현 사범 경기에 집중했다. 장년6부 결승전. 아중상무 전정술 사범과 천권과 한수를 연이어 대결했다. 결과는 8.95 대 8.58로 이규현 사범이 우승을 차지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이규현 사범

이규현 사범은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절도가 넘쳤고, 흔들림 없이 평소 수련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관중들은 대선배의 도전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 사범은 제자들과 후배들이 지켜보는 앞이라 조금은 쑥스러울 수 있지만 흥미로운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이규현 사범의 코치는 제자인 이기철 사범(청해진)이 맡았다. 출전을 제안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경기장에 나서는 순간 사제지간은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이 사범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에 많은 부담이 있으셨을 텐데, 경기대회 품새를 위해 지난 3개월간 꾸준히 연습을 하셨다”며 “스승님의 도전 자체가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규현 사범은 “성인과 장년 태권도 활성화를 위해 출전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며 “(여러 후배와 제자가 지켜보는 것에 대해) 사실 많이 부담됐다. 출전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힘이 될 때까지 각종 대회에 출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60세 이상부터 64세까지 출전하는 장년 5부에서는 지난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박광일 사범(서울체육관, 63세)이 결승에서 이병채 사범(한가람태권도)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박광일 사범은 “나이가 들어 고단자가 되어서도 계속 태권도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며 “많은 지도자들이 모여 운동했으면 한다. 몸소 실천해서 대회에 참여함으로써 태권도 성인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이바지 하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실수로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던 박광일 사범은 “작년에는 실수를 해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연습과 실력 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훈련을 열심히 해서 지난해 이루지 못한 금메달을 꼭 따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장년 5부(60~64)부 결승전 경기.


겨루기 경기인 출신으로 여러 국가대표를 양성한 단국대 김영인 교수와 황영갑 전 국군체육부대(상무) 감독도 이번 대회에 출전해 숨은 실력을 뽐냈다. 종목이 다른 분야지만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관중들의 응원이 넘쳤다.

황영갑 전 감독은 예선전에서 이병채 사범에게 패해 입상에 실패했다. 김영인 교수는 준결승에서 박광일 사범에게 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물론 관중들은 입상 성적과 무관하게 참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한태권도협회 황인식 품새심판위원장은 이날 이규현 대사범을 비롯한 여러 장년부 경기를 지켜본 후 “나이가 들수록 많은 지도자들이 수련을 기피하는 경향이 심하다. 대회는 말할 것도 없이 기대하기 힘들다”며 “그런데 선배님들이 대회에 참가해 무척 기쁘다. 그분들의 대회 참가로 품새대회가 한 단계 도약하는 게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석대 품새선수단 정재훈 감독(국기원시범단 부감독, 53세)은 “연세가 드신 선배님들의 도전은 나를 포함한 여러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내가 그분들 나이가 되었을 때 태권도를 표현할 수 있을까 반성하게 됐다”며 “경기장에서 보기 드물지만 오늘 출전하는 여러 선배들은 경기를 통해 마음속에 담아둔 태권도 기술과 열정, 철학을 표현해 주었다”고 말했다.


여성부 장년6부 결승전


이날 장년들의 품새대회 도전은 올해로 10회째 대회를 맞이한 우석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우석대는 이들의 도전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대회 참가자들의 마음을 담아 감사패를 전달했다. 더불어 태권도 발전을 선도해온 장년 사범들이 대회에 부담 없이 출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석대총장기는 2003년 대한태권도협회가 공인한 첫 전국규모 태권도 품새대회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품새 경기실력과 대회 운영능력이 향상돼 국내 품새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무카스미디어 = 전주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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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추

    일선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 하고 있는 한 사범으로써 내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됩니다.
    입상결과를 떠나 대회출전 자체만으로도 후배태권도인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규현 원장님^^

    2012-07-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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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호군

    스승님께서 대회에 출전하신줄도 모르고 기사로 보게되다니..
    죄송합니다..
    가르침대로 바르게 지도하고 있습니다.
    늘.. 스승님처럼..

    2012-07-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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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재

    연로하심에도 불구하고 큰 결단을 하시고 부단한 연습으로 좋은 결과를 이루신 이규현 원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태권도 발전을 위해 항상 노심초사하시는 모습이 늘 존경스럽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후배들을 위해 많은 지도 당부드립니다.

    2012-07-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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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바로 이런 모습이 선배의 모습이다. 이사범님 말씀처럼 태권도인은 계속 도복을 입고 수련을 하는것이 기본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변함없는 태권도를 수련하는 태권도인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 또한 존경 받을 수 있는 선배의 모습이며 또한 저런 모습이 성인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태권도인은 선배로 부터 심임을 동료로 부터 신용을 후배로 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수련자가 되어야 한다. 몸소 실천하시는 위와 같은 분들에게 아낌 없는 경의를 표한다.

    2012-07-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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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현준

    젊은이들도 쉽지 않은 시합과 일정을 감내하시며 본이 되고자 노력하시는 모습에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많이 배우고 배운 그대로 후배들과 다음 세대에게 흘리겠습니다.

    2012-07-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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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영상!!!

    이규현 대사범에 동영상이 보고싶어요~ 올려주세용 ~

    2012-07-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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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카스에 요청

    동영상도 보고 싶어요.......

    2012-07-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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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부

    우석대경기장에서 직접보았는데.. 가슴이 뭉클했다.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심판들도 관중들도 모두 이규현대사범님이 품새하실때 기립해서 관람하고 박수쳤다. 정말 멋졌다.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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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사범

    원장님~궂은 날씨에 애쓰시면서도 저희들 독려해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육회비빔밥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두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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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감한녀석들~~

    탁상공론과 밥그릇 싸움만하는 지도자들~잘들어!! 태권도는 입으로 하는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거다!!!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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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루치

    긴가뭄에 단비처럼 태권도계의 목마름을 해갈시켜주는 좋은 소식이군요..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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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완

    이규현 대사범님 너무나 반갑고 존경스럽습니다. 사진에 건강하신 모습으로 좋은소식들으니 진심으로 큰 축하 드림니다. 더욱더 좋은 모습 후배들에게 보여주시기 바라며 항상 건강하십시요. 영국 맨체스터에서 신동완 드림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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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태풍

    그동안 안하던 태권도를 다시 시작해야겟고만!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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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으는창

    너무나도 존경스럽고 저도 나중에 이규현관장님처럼 훌륭한분이되고싶습니다 ^^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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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기사

    제가태권도를 배운지 10년이 다되가는데 이런열정이잇으신분이 계신지 몰랏습니다
    정말존경스럽습니다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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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룽지탕

    태권도 를한지 2년 여기게신 선생님들과 대하면 아직 3발에 피이지만 태권도 가 평생무예인것을 꺠닫고 제 인생에 한걸음을 내딛어 주시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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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빛

    태권도 정신이 살아잇으십니다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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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ㅎ

    이런 분들은 금메달이 아니라 연세만큼금탑을 쌓아드려야 하는거 아닌가?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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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깜놀~!!! 이렇게 멋진분이 계시다니!!!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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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병수

    교권이 사라지는 가슴아픈 현실에서 이규현대사범과 이기철사범의 모습은 스승과 제자의 올바른
    모습을 보여준 모범답안이 아닐까요?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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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

    태권도정신이 사라져버린 태권스포츠의 세상에서 진정한무도 태권도를 이어가신 진정한 스승님이시군요.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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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태권도인

    장년의 할머님들의 열정에 무척 감동받았어요~^^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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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샛별

    우리나라에도 이런 무도인이계셨다니.. 태권도를 하면서 실망하고 좌절했었는데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듭니다. 이규연 대사범님 감사합니다.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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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희

    늘 앞서 계시어 후배들의 귀감이 되신 사범님께 고개 숙여 인사 드림니다.
    사진 한장에서 무도인의 기품과 인품 모두가 완성 되신 그 모습 그대로 입니다.
    늘 건승 하시길 기원합니다.
    독일에서 김영희 올림.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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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ecisietepumse

    존경하는 이규현사범님 ,모든후배들에게 귀감이되어주신 훌륭하신 선택 축하드립니다,앞으로도 태권도 품새철학에 의한 품새경기발전에 큰 역활을 해주십사 부탁드리며 존경의마음 이렇게 인터넷으로나마 전합니다.건강하십시요...스페인에서 김정철드림.

    2012-07-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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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인

    이규현원장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2012-07-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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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정

    직접 가서 보지 못한게 아쉽네요^^ 청해진의 자랑스런 스승님이십니다~ 화이팅!!

    2012-07-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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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swjddl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태권도인으로써 자랑스럽네요^^ 앞으로도 많은 활동 바랍니다^^

    2012-07-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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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짝

    우연히 보다가 머리가 희끗하신 분의 태권도 자태에 놀랐습니다. 워낙 멋져서요...
    머리가 희끗 연로해 보이시지만 수련의 그윽한 깊이가 물씬~
    그래서 정말 더욱 멋집니다!

    2012-07-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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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열심히 수련 하겠습니다.

    2012-07-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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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부일체

    큰스승님! 축하드립니다^^
    항상 진정한 태권도인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포항(안셀모 김병수)

    2012-07-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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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kytkd

    이규현 사범님 축하드리며 훌륭하심니다 건강하시고
    프랑스 이관영

    2012-07-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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