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학선수권 종합우승… 품새 때문에 겨우 체면유지

품새는 전 부분 석권, 겨루기는 남녀 각각 금 2개 고전

김유진(경희대, 홍)이 대회 마지막 날 여자부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대학 태권도가 세계대학선수권대회 남녀 동반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품새부문이 합산된 결과였다. 겨루기만 놓고 했더라면 남자는 이란, 여자는 대만에게 각각 종합우승을 내줄 뻔했다.

지난 25일 경기도 포천 대진대학교에서 막을 올린 제12회 세계대학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은 초반 품새에서 전 부문을 휩쓸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겨루기에서는 시작부터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겨루기 첫째 날은 노골드. 안방서 제대로 수모를 겪었다.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돼 기량이 평준화 됐더라도 치욕적인 결과였다. 품새대회에서 거둔 성적과도 대조를 이뤘다. 일부 경기가 석연치 않았다는 불만도 제기됐지만 홈그라운드에서 변명치고는 궁색했다.

이튿날 남자 -58kg급에 출전한 차태문(나사렛대, 3년)이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결승에서 대만의 위첸양을 상대로 연장전 접전 끝에 우세승으로 힘겹게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것으로 끝. 나머지는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셋째 날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결과는 ‘노골드’. 4명이 출전해 두 명만 입상했다. 결승에 진출한 남자 -74kg급 서종빈(계명대, 3년)은 프랑스 선수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여자 -62kg급 김소희(한체대, 1년)는 4강에서 패해 동메달에 그쳤다.

대회 마지막 날인 30일. 대표팀은 초긴장 상태로 하루를 맞이했다. 선수들도 강한 정신력을 무장해 경기에 임했다. 금메달 가뭄은 해소됐다. 4체급이 출전해 3체급에서 금메달이 쏟아졌다.

남자 -87kg 인교돈이 결승에서 중국선수를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고 7대3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추가했다. 여자부에서는 -53kg급 김유진과 -73kg급 박미연(이상 경희대)이 각각 우승을 차지하면서 첫 여자부에 첫 금메달을 안기며 종합우승을 이끌었다.

세계대학선수권 종합시상은 이 대회를 주최하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규정에 따라 품새와 겨루기 경기결과를 종합, 금메달 다수 획득 순으로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은 품새 결과 덕으로 가까스로 남녀 모두 종합우승을 할 수 있었다.

종합우승은 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 없었다. 성적은 그저 숫자일 뿐. 종주국 자존심을 좌우할 수는 있지만, 경기를 이겨든 지든 종주국 선수다운 화끈한 경기내용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한국선수단도 대부분 이를 인정했다.

품새와 겨루기를 종합해 남자부는 한국이 금5, 은3, 동2개로 종합우승, 이란이 금 3, 은2, 동3으로 종합 2위, 터키가 금 2, 동2로 3위를 차지했다. 여자부는 한국이 금4, 동3로 종합우승, 대만이 금2, 은2, 동2로 준우승, 프랑스가 금,은,동 각 1개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 대표팀 관계자는 “종주국 독주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그나마 강세를 이어갔을 뿐이다. 이제는 판도가 변화했다. 한국이 나은 점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제 외국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우리가 기술과 체력, 경기 운영능력 모든 부분에서 배울 때가 됐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세계대학선수권대회는 창설 이래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됐다. 전 세계 47개국 601명의 대학생 태권도 선수들이 출전하여 뜨거운 열전 속에 기량을 펼쳤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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