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칼럼] 하수에서 탈출하기(1부)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마루에 누워 빈둥거리던 나는, 영문도 모른 체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 무술도장에 입관하게 됐다. 난생 처음 보는 도장의 분위기는 비좁고 지저분하다는 느낌보다, 단 며칠만 다녀도 감희 나에게 대적할 상대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천하무적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무술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흥분됐다. 눈만 감으면 바로 잠들어 버린 나였지만 날이 훤하도록 뜬 눈으로 밤을 새운 것이다. 학교가 끝나고 난 후 형이 입었던 누렇게 변색된 유도복을 둘러메고 도장을 찾아갔다. 수련장 안에는 몇 명의 수련생들이 도장 중앙, 천정에 매달린 2미터정도 높이의 커다란 농구공을 공중돌려차기로 차 넣고 있었다. 신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멋진 점프력의 환상적인 발차기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장의 구석에서 일어나는 묘한 상황이었다. 중대가리마냥 머리를 ‘빡빡’깍은 고등학생정도 되 보이는 형이 무릎을 팍~꿇고 앉아있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사범은 눈이 부시게 빛나는 머리를 죽도로 ‘탁탁’ 치며 훈계를 하고 있었다. “뭐냐? 그렇게 해서 네가 하수탈출을 할 수 있겠어!” 도장에서 처음 본 공중돌려차기, 죽도를 든 사범, 그리고 빡빡대가리, 그때 나의 머릿속에 남은 강력한 이미지는 “하수구에서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머리를 빡빡 밀고 기합을 받는구나”하는 것이었다.



하수란 무엇인가? 지금부터 언급하려는 단어다. 그렇다고 빗물이나 집, 공장, 병원 따위에서 쓰고 버리는 더러운 물을 말하는 하수도의 하수(下水)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하는 하수(下手)는 낮은 솜씨나 수를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뭐든 잘하는 사람은 고수고 못하는 사람은 하수가 된다. 그러므로 당신이 이제 막 공권유술을 시작한다면 당신은 완전한 하수가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로망은 고수를 꿈꾼다. 그럼 중수를 넘어서 고수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 번째,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
두 번째, 꾸준한 수련으로 어느 정도의 무력이 쌓여야 한다. 이것에는 왕도가 없으며 모든 무술의 정답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추가 한다면 자신의 마인드를 긍정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하수는 계속해서 크고 작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실수가 없다면 그는 이미 고수가 아니겠는가? 또한 하수는 생각의 폭이 좁고 이기적이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며 최악의 판단을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이러한 하수를 이해하는 것이 누구든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고수가 보았을 때 하수의 움직임이나 생각이 마치 투명한 어항속의 물고기처럼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물속의 물고기는 오로지 물속의 세상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하수와 고수의 차이점을 무엇으로 판단할까?

1.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훈련을 했는가?
2. 얼마만큼 우아하고 절도 있는 품세를 구사하고 있는가?
3. 무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어느 정도이며 남을 지도할 능력은 상, 중, 하에서 어디에 해당되는가?
4. 실전호신으로써의 대처능력과 대련의 기술을 점칠 수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두어보았을 장기를 예로 들어보자! 오랜 시간 장기를 공부하고 정확한 정석을 이해했으며 장기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만 두면 상대를 막론하고 허구한 날 깨진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고수인가? 하수인가?를 평가할 때 고수라고 답한다면, 그의 어머니를 비롯하여 돈 빌려간 옆집아저씨, 또는 자주 술을 얻어먹은 친구등과 같은 몇몇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무술 역시 장기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 무술에서의 하수는 상대와의 실전격투에서 많은 패배를 경험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신은 지금 하수, 중수, 고수 중에서 어느 레벨에까지 도달했는가?
만약 당신이 현재 하수, 혹은 중수에 해당된다면 어째서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행동과 훈련방법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인하여 하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만다. 마치, 동네바둑 30년을 두어온 삼촌이 정식으로 바둑 공부한 2급, 3급 수준의 9살 조카에게 깨지는 것처럼 말이다.(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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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찬

    작년 겨울 공권유술을 3개월동안 접해본 사람입니다. 광주에 내려오는 바람에 훈련을 중도에 하차 했지만, 즐기면서 안전하게 대련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 항상 마음에 남습니다. 서울에 올라갈 기회가 되면 언젠가 꼭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글로나마 강준관장님을 뵙게 되어 좋네요,

    2010-07-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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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카소네

    고수하수론 잘 읽었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왜 그런지는 스스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2010-07-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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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캔디

    다시 또 시작되었군, 강준관장 이야기.무카스에 들어오면 제일먼저 확인하는것이 강준씨의 칼럼입니다.

    2010-06-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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