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국기원은 정치바람보다 태권순풍이 필요하다

  

속 보이는 홍준표 대안론


지난해 6월 제24대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으로 취임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최근 자천타천으로 국기원 이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홍 회장은 취임 후 집권여당의 실세답게 KTA의 굵직한 현안들을 시원스럽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왔다. 홍준표 회장의 일처리 스타일에 태권도인들은 “역시 홍반장”이라며 대체로 만족하는 눈치다. 물론 “KTA는 경기단체가 아니라 정치단체”라고 비꼬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여하튼 현재 KTA는 홍준표라는 정치순풍을 타고 안정적인 항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기원에 ‘홍준표 대안론’이 일고 있다.

국기원은 서울시태권도협회와의 갈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수법인 전환 지연, 엄운규 원장 사표 등의 악재로 10개월 넘게 파행 운영을 겪고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이사회는 유명무실했다.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국기원 정상화추진위원회지만, 이를 바라보는 태권도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상화를 추진하는 인사의 개인적인 욕심이 다분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사가 한풀 꺾였다. 국기원 정상화에 소극적이던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기원 이사 12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문체부의 종용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 엄운규 원장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문체부는 엄운규 원장이 특수법인 전환을 위해 이사장으로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 듯하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임원결격사유 때문에 특수법인 전환이 달갑지 않던 한 인사는 최근 “국기원 원장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 백기를 들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홍준표 회장이 국기원 이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7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국종별선수권대회 개회식 간담회에서, 홍 회장이 뱉은 “내가 국기원으로 가면 어떨까”라는 농담조의 멘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 발언은 2주가 지나고 나서야 불거져 나왔다. 몇몇 태권도 전문지를 통해 크게 보도됐고, 홍준표 회장 측도 '국기원 이사장 설(說)'을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가능하면 하고 싶다"고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 문체부 쪽에도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에 어떤 이들은 홍준표 대안론이 태권도계 전체의 의견인양 떠들고 있다.

분명 현 정권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홍준표 회장은 국기원의 판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홍준표 대안론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홍준표 회장 측은 “홍 회장께서 국기원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종주국 태권도의 위상이 실추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국기원 이사장을 맡아 정상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은 생각은 있으시다. 만약 선출이 아닌 추대형식으로 이사장 제안이 오면 수락을 고려해 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시기에서 홍 회장의 돌발(?) 발언은 오히려 국기원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문체부가 나름의 양보를 하면서 국기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만약 홍준표 대안론이 한 두달 전에 나왔다면, 많은 태권도인들이 환영의 뜻을 비쳤을 것이다. 당시에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문체부, 국기원 임직원 그리고 엄운규 원장이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홍준표 대안론'을 주장하는 태권도계의 파워인사들을 보면, 그 의도가 모두 자신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든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실력자지만 홍 회장이 국기원까지 접수할 경우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한 키울 수 있다거나, 자신들과 적대적인 인사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너무도 쉽게 들여다 보인다.

태권도를 걱정하는 홍준표 회장의 순수한 의도는 좋다. 하지만 그것이 몇몇 태권도 정치인들의 꾐에 넘어가 어렵게 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국기원을 뒤흔드는 시나리오를 포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정말 큰 문제다.

2004년 태권도계는 김운용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매서운 정치한파가 몰아쳤다. 대한태권도협회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배' 김정길 씨가, 세계태권도연맹(WTF)는 정권 실세의 낙점을 받은 조정원 씨가 각각 수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당시 위세가 등등했던 386실세도 국기원은 마음껏 요리하지 못했다. 김운용 시절 2인자이자, 태권도계의 존경받는 원로인 엄운규 원장이 수십차례 검찰에 불려가면서도 정치바람을 막아냈다. 태권도인들의 자존심인 국기원은 여차하면 정치권에 의해 휘둘리는 대한체육회나, 그 산하단체와는 다르다. 국기원의 이사장이나, 원장은 순수한 태권도인이 맡는 게 가장 보기 좋다.

최근 국기원을 우울하게 만든 사람 중 한 명은 분명 엄운규 원장이다. 이유야 어쨌든 혼란스러운 국기원을 두고 사표를 제출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현재 엄운규 원장은 책임을 통감하며, 마지막 봉사라는 심정으로 국기원 복귀를 결심하려 하고 있다. 이 참에 터진 '홍준표 대안론'은 그래서 더욱 아쉽다. 그리고 그렇게 '쉽게' 홍 회장이 국기원 이사장으로 입성해서도 안 된다.

정치의 칼바람이 국기원을 깨끗하게 쓸어버리고 판을 다시 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기원만큼은 태권도인 스스로 순풍을 만들어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답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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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무

    태권도계의최고원로는누구인가.어린제자들의모략속에서조용히자리를떠나셨다.누구하나그모략을지적한사람이없다.말많고욕심많은소수에의해태권도의도는무너졌고스승도제자도없는태권도가되었다.그리고이제는정치권으로국기원마저넘기려한다.그분을모셔서마지막태권도사랑을부탁드려야겠다.사심을떠나오직태권도만을위해일해달라는부탁과함께제자로서의마음도함께드리자.그분에게원로로서해야할의무가무엇인지알려드렸으면한다.

    2009-04-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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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기원은태권도인이

    국기원만은순수한태권도인이... 서태협의갖은중상모략속에서도모든사건에서자유로운사람은엄원장님한분입니다.그많은시간동안태권도만을 삶으로살아오셨는데서태협은교회앞에서까지인격적인모욕을드렸다고합니다.또한6.25때부역했다고기자회견까지한사람들..결국국가유공자로밝혀졌습니다.스승도없는태권도계를떠나신것도이해가갑니다. 이제국기원을태권도인이지키려면엄원장님이필요합니다.단몇개월만이라도그분이정리할기회를드렸으면합니다.아직도그분은태권도를사랑하고계실겁니다.밀어드립시다.

    2009-04-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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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국기원=0

    홍은 국기원이라는 말을 꺼내면 안된다. 국기원은 태권도순수기관이지 정치집단이 기웃거리는곳이 되면안된다. 홍 참모들도 한심하다. 홍을 살리려면 국기원이라는 말을 안나오게 해야지. 뭣들하는건지. 홍은 정치인들 좋아하는 대태협에서나 머물게 해야지. 순수태권도인을 망각하게 만들지 말아야하는데. 자꾸 정치인들이 태권도단체에 기웃거리게 만드는 태권도인들도 한심하기 그지 없다.

    2009-04-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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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는이

    엄원장님을 존경 합니다. 부디 국기원이 법정법인화가 완벽하게 되서 잘될수 있도록 지지 하겠습니다

    2009-04-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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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사범

    엄운규 원장님 정말 존경합니다. 엄원장님께서 태권도를 사랑하시는 마음보다 자리에연연 하는마음이 앞서셨다면,원장님을 모함하는 그 사람들과 말싸움이라도 하셔서 그자리보전하시려는 모습을 보이셨을태지만 원장님께서는 그들의 모함을 못들으신척 하시고 조용히 사표를 내셨습니다. 지금 전세계 수천만의 태권도인들의 긍지를 위해서는 엄운규원장님께서 꼭 복귀하시어서 태권도의 앞날을 위해 잘 정리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9-04-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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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사범

    밑에있는 글들 모두 맞는 말씀들입니다 협회장이야 정치인이 할수도 있을수 있겠지만 국기원은 정말 원로태권도인이 해야옳다고 생각됩니다 엄운규 원장님이 뭐그리 잘못한일이 많습니까? 몇몇사람들이 자기들한태 조금 섭 하게 하신일이 있다고.. 아님 몇몇분들 욕심이나니까 엄원장님을 중상모략 하니까 엄원장님께서 사표를 내신거 아님니까?

    2009-04-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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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사범

    평가는 쉽지요. 대안은 ? 의견을 내실때는 조금더 고민하시고 대안이 있는 ......

    2009-04-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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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만

    말은 옳고 그렇게 해야하는데 진작 태권도인들이 뒷짐지고 있는데.... 태궈도계에 인물이 없는데,,,,, 어찌하올리까? 태권도인들이여.... 자기밥 걱정되면 와!!하고, 허허!!
    소인의 모습이 .... 어린이들만 지도해서 그런가?? 원로 태권도인들이여 노장은 살아있다고 한번 해 보세요. 인정을 받으려고 하면 나서야지요.. 하하!11

    2009-04-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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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고단자

    미국에서 이 기사를 보고 있는데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국기원이 어떤 곳인데 감히 정치인 하나가 농담조로 국기원장을 하고 말고 한단 말인지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태권도 인으로서 무도인으로서 반성합시다.

    2009-04-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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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겁한태권도인

    대태협이 뭐 잘한다는 소리인지 알수 없다. 홍회장 앞에서 찍소리 못하는 협회장들 때문에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정치인이 스포츠판에 얼굴 내미는 것은 후진국적인 추태다. 특히 무도판에 정치인이 많은데 이는 무도인이 겉으로는 무도정신 어쩌고 저쩌고 나불대지만 정치인의 힘을 이용해서 문제를 싶게 해결하려는 비겁한 짓이다.

    2009-04-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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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는 바람

    좋은 기사 좋은 의견입니다. 이상한 언론 이상한 기자가 홍준표 뜨우기에 혈안이 돼서 움직일때였는데, 다행스럽게 무카스에서 중심을 잡아주니 멀리 타국에서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모르겠습니다.

    2009-04-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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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소이다

    너무 한다. 대태협도 모자라서 국기원까지 정치적으로 이요하려 하다니,
    홍회장님께 건의합니다. 대태협에서 하시고 있는 일들이 찬사를 보내려 했으나, 국기원까지 넘보시려하다니, 너무 하세요, 모든 태권도인들은 홍회장님 생각일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양 * *와 , 이 **회장이 옆에서 부추겼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조심하십시요, 때에 따라서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이 바뀔수 있으니, 이 말을 절대 잊지 마십시요. 홍회장님이 정치인으로써 정직하고, 색깔없는 깨끗한 정치인이 되시길...

    2009-04-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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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일본을 그렇게 실어하고 가라데조차도 부정하는 분들이 많지만 적어도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숭문천무사상속에 잊는것 같지않습니다. 한때나마 사무라이들이 존경을 받은 적이 있었지요~ 국기원마저 정치인에게 내주는건 아닌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은 생리적으로 실리에 따라서 표에 따라서 움직이는 박쥐같은 사람들입니다. 그 정치논리에 편승해서 무도정신이 흔들리는건 정신 자체를 버리는 일과 같습니다...

    2009-04-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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