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뒷담화]박철희 사범과 육사 태권도

  

육사최초의 태권도교관 박철희, 육사 4년제 첫 졸업생(11기) 전두환


지난 6일 무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철희 사범


1946년 개관한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는 1952년 4년제로 바뀌었다. 당시 4년제가 처음 적용된 육사 11기생은 1980년대를 주름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노태우 전 대통령, 정호용 전 국방부장관, 김복동 전 육군사관학교장 등이 육사 11기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육사는 11기생들부터 400시간의 체육활동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했다. 체력증진과 국방력 강화에 따른 조치였다. 체육활동 중 태권도는 럭비, 검도, 유도 를 제치고 가장 인기있는 종목이었다. 육사생 대부분이 수업에 참가할 정도였다. 이런 인기를 얻은 육사의 첫 태권도교관은 박철희 사범(75)이었다.

박 사범은 1946년 YMCA권법부(창무관, 강덕원의 모체관)가 개관하면서 태권도를 시작했다. 동시에 역도와 유도를 함께 수련했다. 박 사범은 6.25전쟁 전날까지도 연무대회에 참석해 시범을 보일 정도로 무예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이후 6.25전쟁이 일어났고, 박 사범은 포병장교에 지원해 전쟁을 치렀다. 당시 포병장교는 나이 제한이 없어 어린 장교가 많았고, 타 장교들로부터 무시를 당했다. 심지어 포병장교가 폭행을 당하는 일도 허다했다. 이런 흐름은 박 사범에게까지 이어졌다. 한 장교가 같은 계급임에도 불구하고 경례를 안했다고 시비를 걸어온 것이다. 참을 수 없었던 박 사범은 장교의 팔목을 잡고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갔다. 이어 우렁찬 기합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박 사범의 기백에 놀란 장교는 자리에 주저앉았고, 곧 사과를 했다. 이 소문은 급속도로 퍼졌고, 박 사범이 육사 태권도교관으로 초빙되는데 한몫을 했다.

박 사범은 많은 육사생도들 중에 기억에 남는 제자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꼽았다. 박 사범은 “내가 전두환에게 태권도를 배우라고 한 것은 아니다. 체육활동의 일환으로 나의 수업에 참석한 것이다. 이유가 어떻든 그는 나에게 태권도를 배운 제자”라며 “육사생도 전두환은 태권도를 할 때도 열심이었고, 가장 눈에 띄는 생도였다. 생도시절부터 리더쉽이 뛰어났고, 많은 생도들이 그를 따랐다. 대통령이 될 줄 알았다면 개인지도를 많이 해줄걸 그랬다(웃음)”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400시간을 이수한 전두환 前 대통령도 육사를 졸업하면서 1단을 취득하지 못했다. 육사는 1주일에 2시간씩 총 400시간을 이수할 경우 1단이 4급을 수여했기 때문이다. 박 사범은 “당시 1단은 상당한 실력자들에게 주어졌다. 생도들은 비록 4급을 받았지만 지금 2,3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실력이었다”고 평가했다. 현재 육사생도들은 대부분 1단을 취득하고 졸업한다. 뿐만 아니라 사병들에게도 한 번의 승단심사로 1단이 주어지고 있다. 이에 박 사범은 “400시간을 이수하고도 4급을 취득하는 것에 비해 현재 단증의 가치는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후 박 사범은 경무대(지금의 청와대) 무도 사범을 역임하고, 강덕원 초대관장을 지냈다. 또 1971년 미국으로 건너가 태권도를 알렸다. 30여 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태권도를 알리고 보급한 것이다.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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